“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알프스산맥의 능선에 걸쳐있고 고원과 깊은 계곡, 호수가 많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발달되었으며 세계 최고의 관광산업국가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보니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로 스위스를 꼽기도 한다.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시계, 공구 등 정밀기계 산업이 발달되었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넋을 잃고 보았던 TV 시리즈 영화였던 맥가이버, 위기의 순간, 요긴하게 사용했던 칼이 있었다. 여러 가지 도구들이 결합되어져 있던 맥가이버칼, 바로 스위스 아미나이프다.
스위스 아미나이프의 대표적인 제조회사로 빅토리녹스가 있다.
취재차 스위스 빅토리녹스를 찾아갔다. 간단히 빅토리녹스의 역사를 더듬자면,
빅토리녹스는 창업주 칼 엘스너(Karl Elsener)가 1884년 24세의 나이에 스위스 슈비츠에 회사를 설립했다. 초기에 주방용 칼, 면도칼, 외과 수술용 칼 등을 만들던 그는 1891년에 독일제 졸링겐 칼만을 사용하던 스위스 군대에 칼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1897년 6월 12일에 칼, 캔 오프너, 스크루 드라이버, 코르크스크루 등으로 구성된 '스위스 오피서스(Swiss Officer's)'와 '스포츠 나이프(Sports Knife)'로 특허를 받았다. 창업주 엘스너의 어머니 빅토리아가 사망하자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빅토리아(Victoria)로 변경했다. 1921년에 칼 재료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빅토리아와 이녹스(inox:프랑스어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뜻하는 아시에 이녹시다블'acier inoxydable'의 약자)를 합하여 만든 빅토리녹스(Victorinox)로 변경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빅토리녹스는 생각과는 달리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작지만 세계적인 회사가 된 이유는 거창한 게 아니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하고 기술을 인정하는 스위스 교육의 힘에 그 원천이 있었다. 이 회사에서는 매년 10여명의 고등학생을 훈련생으로 선발해 오랜 경력을 가진 이 회사의 마이스터가 훈련생들을 가장 기초적 기술부터 가르쳐 실력 있는 기술자로 양성하고 있다. 훈련생들은 취업과 장례에 대한 걱정이 없어 보였다. 인터뷰를 했던 마이스터 토니 블라저씨의 아들 역시 이 회사에서 전기기술자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스위스 부모들은 자녀가 기술을 배우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실제로 세계적인 스위스의 기업에는 기술자 출신 최고 경영자도 많이 있다. 장래에 쓰이지도 않을 공부를 오로지 대학입시 때문에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실제로 만나본 훈련생은 대학을 가질 않고 왜 기술을 배우냐는 질문을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 대학은 기술자로서 본인의 실력향상을 위하여 가는 곳이지 우리처럼 학벌을 위해 가는 곳이 아니었다. 실력 있는 기술자의 가치가 인정받기에 뛰어난 품질의 고부가가치 제품이 만들어 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작은 나라 스위스가 손꼽히는 세계적인 부자나라가 된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원동력이다. 노사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9.11테러이후 전 세계 공항의 면세점에서 빅토리녹스 칼의 판매가 중단이 되면서 회사의 매출액이 30%급감하는 위기가 닥쳐 생산라인의 감축으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던 시기에도 해고가 아닌 주변 회사에 그들을 재취업시키고 그 급여를 빅토리녹스가 주웠고 회사의 경영이 정상화 되었을 때 직원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직원들의 애사심과 자부심은 엄청났다. 이런 마음을 보여주듯 슈비츠의 빅토리녹스 앞엔 오너일가에 대해 직원들 스스로 세운 감사의 탑도 자리하고 있었다. 경영위기가 찾아오면 인력부터 조정하고 해고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와는 너무 달랐다.
직원을 존중하는 회사의 가치관이 오늘날 회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우리사회에서 추구하는 과장된 스펙은 스위스의 겸손한 노력과 인간존중의 가치 앞에선 한낮 허황되고 부질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일과 스위스를 모범적인 국가로 바라보며 롤 모델을 삼고 있는데 현 정부에서 가장 크게 비중을 두는 창조경제와 청년실업의 해결법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와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되는 게 맞다고 본다.
정현석 / KBS 보도영상국 특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