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1 01:26

<평양 체류기>

조회 수 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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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7년만에 방북

 

KBS는 지난 8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평양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2010년 5.24 대북재재조치 후 7년 만에 방북입니다. 그 사이 남북간 군사적 초긴장상태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고려항공 타는 순간 북한에 들어간다 생각하니 긴장됐습니다. 촬영하려하니 바로 제지합니다.
우리선수들 촬영한다고 우겨 잠시나마 영상취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 얼마 후 신성한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간다고 방송이 나옵니다.
입국카드 북조선인민공화국 카드 작성합니다.
입국심사, 같은 한국사람 말도 통하고 생김새도 똑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라니 묘한 현실입니다.

장비가 많아 일일이 검사 하느라 시간이 지체 됩니다.
카메라와 노트북 검사가 까다롭습니다.
장비 하나하나 켜보고 정신없이 검사받다 보니 트라이포드를 놓고 나와 당황합니다.
짐을 가지려 다시 출입국 검사대를 지나가야 하는데 말이 통하니 의외로 쉽게 다시 들어가서 짐을 찾아 나옵니다.

공항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타니 이제는 북한 사람의 통제 하에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시간은 평양시각! 우리보다 30분 빠릅니다.
하나씩 서로 맞춰가도 통일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가운데  시간까지 바뀐 모습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자랑하고 싶어 하는 순안공항 촬영 가능하지만 이동 중 다른 어떤 촬영도 금합니다.
공항 나오는 얼마동안 거리는 셋트장 느낌의 건물이 보이고 바로 암흑 입니다.
얼마를 달려갔을까 평양 시내가 나옵니다.
어두운 상황에서 큰 조형물들이 조명을 화려하게  비추고 있으니 더 부각되어 보입니다.

 

 

김대원1.jpg

< 주체사상탑 >

눈이 가는 곳곳마다 체제를 상징하는 대형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평양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주체사상탑(높이 175m)의 꼭대기에서 평양 시내 전경을 바라봅니다.
탑에서 바라본 서평양 거리에는 창전거리의 45층짜리 초고층 아파트와 아직 공사 중인 류경호텔,

47층 높이의 초대형 양각도 호텔이 대동강 따라서 한 눈에 보입니다.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정확히 일직선으로 있는 주체사상탑과 김일성광장-인민대학습당은 평양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색색깔 옷을 입고 높이 올라가고 있는 미래과학자거리의 주상복합 건물이

한창 공사  중입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당 창건일까지 어떻게 공사를 마칠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대동강 바로

옆에 늘어선 텐트 막사 같은 천막이 눈에 띄었습니다.
공사장 인력이나 건설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이 바로 옆 건설현장을 오가며 먹고 자는
숙소라고 합니다.
기일을 맞추기 위해선 공사장이 24시간 돌아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데요.
제가 머물던 양각도 호텔 방 창문에서 내다보면 밤새 불이 켜진 공사장 주변을 트럭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취재를 나갈 때는 거의 매일 한 무리의 키 작은 군인들이 공사장으로 향합니다.
삽과 곡괭이 등 공사 장비를 모두 손에 들고 이동 합니다
통나무에 천으로 매달아 지고 공사장으로 옮기는 모습이 많이 지쳐 보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당시 40여층 시멘트 회색건물들이 떠날 때 쯤 어느새 색색 건물로 화려하게 변신됐습니다. 
하지만 변변한 크레인이나 중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인 돌격대에 의지한 '속도전'은

한편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김대원2.jpg

< 양각도 호텔에서 본 대동강 >

매일 아침 축구관련 촬영만 하는 조건으로 5.1능라도 경기장으로 향합니다.
강변 따라 5분 되는 거리를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체제 상징 건물들을 따라 가면 30분 넘어서야 경기장에 도착합니다. 
 
전화, 인터넷, 그리고 통신 모두 두절되니 속은 편합니다.
그날도 축구취재 하고 왔는데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저녁에 베이징지국을 통해 연락 하는데 지금 휴전선에서 서로 포탄으로 공격해 긴장상황이 최고조라 합니다.
긴장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갇혀있는 상황인지라 실감하지 못합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호텔 안, 버스 타는 공간 그리고 5.1경기장뿐이다.
20일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 저희는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해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경기장 이동을 위해 차에 탑승하자 안내원이 통보할 말이 있다며 심각한 표정으로 올라탑니다.
어제 남한이 신성한 북한 땅에 수십 발의 포격으로 남북한 긴장상황이 최고조에 달하고

북한 사람들의 감정이 격해 있으니 행동할 때 조심해서 일하라고 경고합니다.
휴전선 대북방송 스피커를 철수하지 않으면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순간 차안은 적막이 흐릅니다.

조선중앙TV, CCTV 그리고 알자지라 방송에 계속해서 남북 긴장 고조 상태를 보도합니다.
호텔 안 정원에서는 외신기자가 조선중앙TV 장비로 매시간 위성연결을 합니다.
축구관련 취재는 잠시 미루고 대회 참가한 우리 어린 선수들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도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취재진은 북안내원을 설득해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평양시민을 인터뷰합니다. 
평양역으로 나갑니다.
북한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접촉입니다.
한 손에 화려한 양산을 든 여성들이 역 앞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행렬이 거리에는 전차가 끊임없이 달립니다.
인터뷰 준비 시간에 거리 스케치 허가를 받고 쉼 없이 영상을 담습니다.
광장에는 대형전광판과 광고판이 서 있고 평양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거나 평양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10분 정도의 평양역 취재는 북한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같은 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장 이질적인 모습이 북한입니다.

영상은 발로 움직이고 뛰어 다니며 영상을 담아야 좋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데
지정된 곳에서 허가된 방향으로만 찍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습니다.
그들의 보여주고 싶은 거만 촬영하는 통제된 상황에 화가 나고 안타까웠습니다.

9박10일 동안 북안내원과 형식적이고 의미 없는 대화만 나누다 보니 이름 이외에는 안내원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서로서로 감시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일겁니다.

일정이 끝나 때쯤 우리 딸 이야기 하면서 속상하다고 말하니 자기도 딸아이도 속 썩여 힘들다고

밝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사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북안내원의 가정의 일상생활을 영상으로 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대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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