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취재기 – 대선 취재 영상의 핵심요소는 ‘사람’
국회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선거를 경험하는 것은 행운이다. 각 정당의 에너지가 축약된 역동적인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짜릿함이 있다. 그리고 신명나는 만큼 무한 책임이 뒤따른다. 한 컷 한 장면이 주목받고 한 차례 실수가 치명적인 현장. 그 어느 대통령선거보다 관심이 높았던 2017년의 대선은 치열하게 그러나 냉정하게 치러 낸 축제였다.
대통령선거에서 뉴스영상을 간추려보면 4가지 포인트의 영상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4가지의 영상을 확실히 취재하면 된다. 물론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타나고 반복되지만 4가지 포인트만큼만 잘 인지하고 취재하면 안정된 뉴스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부감 샷. 후보를 지지하고 연설을 보기 위해 운집한 군중의 이미지는 단연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장면이다. 뉴스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영상으로 후보의 세를 한 컷으로 보여준다.
둘째는 이미지 샷. 아이를 안고. 자전거를 타고, 지지자를 포옹하는 등 시민들과 후보가 함께 하는 이미지 영상은 또 하나의 메시지다. 각 유세 현장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셋째는 인터뷰 샷이다. 반드시 뉴스에 나온다. 영상과 소리가 일체화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실제와 가장 가까운 후보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
넷째는 관중반응 샷. 후보에 대해 반응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호응정도, 참석자의 성별 연령층, 지지의 강도 등 다양한 정보들이 제시되어 현장의 분위기와 느낌을 전할 수 있다.
4가지 포인트를 취재하는 영상기자의 관점에서 볼 때, 19대 대통령선거는 여야 모두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의 취재방식을 근간으로 취재되었다. 2002년 대선에서 등장했던, 군중을 가로지르고 작은 단상에 올라 군중사이에서 포토타임을 제공한 뒤, 단상에 올라 준비한 이벤트를 하고 이어서 연설하는 후보의 동선과 동선에 맞춘 영상취재가 그대로 재현되었다. 결과적으로 취재방법은 같은 접근이었지만 취재된 영상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특히 후보가 많았던 이번 대선에서 각 당마다 다른 특색의 결과물이 나왔다. 같은 포인트의 촬영이지만 느낌이 달라서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영상자료가 되었다. 결국, 대선 취재영상을 이루는 요소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대 선거운동의 시작지점에서만큼은 ‘더불어민주당’의 뉴스영상이 두드라졌다. 2012년 패배했던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진 사람들이 이유였다. 문재인 후보와 캠프는 패배를 통해 준비했고 절실했고 포용했다. 또한, 당명을 바꾸며 새로운 정치를 시도하는 노력을 견지해온 ‘더불어민주당’도 변화했다. 2002년 승리에서 해답을 찾고 2012년 패배로부터 배운 후보와 당원들의 응집력이 초반 뉴스영상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그들은 총선을 통해 검증받았고 격렬한 경선을 통해 국민들의 주목을 이끌었고 반복되는 TV토론과 지역 유세를 통해 대통령선거를 체험했다. 조직과 인력은 자연스레 짧은 기간에 맞추어 빠르게 구성되었고 치밀하게 일정을 진행시켰다. 강력한 후보들과의 경쟁 속에서 지지율 1위를 수성한 문재인 후보는 5월 9일 장미대선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선취재의 환경은 급격하게 변했다. 캠프와 당은 더 이상 뉴스영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뉴스영상을 생산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진화한다. 또한 휴대폰과 통신기술이 가져온 혁명을 통해 각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언론인으로 만들었다. 이제 그들은 방송사들의 뉴스영상취재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일반지지자들이 양산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들과 라이브중계를 통해 유세현장의 상황을 뉴스영상보다도 월등이 빠른 속도로 참여하는 환경이 되었지만, 정제된 뉴스영상은 여전히 핵심이다. 경험으로 축척되어 온 영상취재의 전통과 기본기에 충실한 자세가 영상기자에게는 강력한 자산이다.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환경에 변화에도 시청자를 대신해서 현장으로 달려가고 매순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으로서의 영상기자들을 응원한다.
p.s
하나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했던 두 변호사가 모두 대통령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2002년에는 국회 막내로, 2017년에는 야당반장으로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기억되는 대통령선거였다.
정민환/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