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1 01:53

Into the sea, Under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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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촬영 교육.jpg



바다 속 첫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신혼여행에서 처음 해보았던 체험 다이빙은 나에게 아픔이라는 기억만 안겨주었다.

호주 바다의 아름다운 산호가 곳곳이 펼쳐있었지만,

귀의 통증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의 부자연스러움은 공포로 다가왔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자 포기할 수 없었던 새신랑의 다이빙은 과도한 이퀄라이징(코를 막고 바람을 불어 기압으로 인한 귀막힘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코피를 불러왔고,

지금까지 바다 속은 내가 갈 곳이 아니다 라는 기억만 안겨주었다.

바다 기억을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다가가 보지 못한 바다 세계를 조금 더 알고 싶었다.


911일 흥분과 두려움, 두 마음을 안고 속초로 향했다. 입사하고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단 한번 참여하지 못했던 수중 촬영 교육의 기회는 40살이 넘어서야 나에게 다가왔다.

 

현장에서 보던 반가운 얼굴들, 그리고 지리적 환경으로 이제야 처음 뵙는 타사의 카메라기자 선후배 동료들이 모였다.

동질감.... 카메라라는 매개체로 언제나 따뜻하게 모일 수 있는 우리는 카메라 기자다.

길게 20, 짧게는 3~4년 그 위험한 현장을 누비며 다녔던 우리들은 바다라는 출입처를 뚫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그리고 동해의 바다 바람은 곧이어 다가올 두려움을 잊으라는 듯 시원하게 불어왔다.


OPEN WATER 과정 5, 스페셜티 과정 9, 14명의 34일 일정은 짐도 풀기 전에 바로 시작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장비를 챙겨 입고 바로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9명의 모습은 나에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도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무섭다. 두렵다.... 만감이 교차했다.

오픈워터 다섯 명, 잊을 수 없는 동료들이다.

극한의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함께 했던 네 명은 오래오래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이론 수업 후 실내 풀장 교육을 시작으로 34일 일정은 시작되고,

스킨스쿠버는 내 인생에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는다.

처음으로 슈트를 입는다. 가슴을 죄여오는 슈트의 탄력이 내 마음까지 눌러왔다.

산소통을 부착하고 수경을 쓰고 물속으로 뛰어든다풀장이지만 역시나 무섭다.

물속에서 산소호흡기 떼고 다시 넣기, 수경 쓰고 벗기, 부력조끼 벗었다가 다시 입기 등 타이트한 교육은 물속의 공포를 떨쳐버리기도 전에 계속 되었다.

수경에 습기는 계속 차고 시야는 흐려진다. 호흡은 가퍼지고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초짜 다섯 명은 서로를 응원하며 물속에서의 자신감을 조금씩 찾아간다.


다음날, 드디어 가까운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수심 3미터.... 고작 3미터는 30미터 같은 깊이로 느껴진다.

어깨를 눌러오는 산소통의 무게와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만드는 오리발은 더욱 공포를 가중시킨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다섯 명의 얼굴엔 초조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다이빙.... 바다 속 설치된 줄을 따라 교육 위치로 이동한다.

엄마 손을 놓지 못하는 어린 아기처럼 그 끈을 놓을 수 가 없다.

약 한 시간 동안 바다 속에서 머물렀다.

이퀄라이징도 되는 듯 하고, 수경에 차는 습기도 제거할 수 있고, 몸도 왠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을 듯하다.

이제 다이버가 된 듯 한 착각을 잠시나마 하게 된다. 다음날 닥쳐올 일은 예상하지 못한 채.....

 

몸은 녹초가 되었다!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맥주 한 캔으로 긴장을 달래고 훈련소 훈련병 마냥 깊은 잠속으로 빠져든다.


다음날 드디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30여분의 항해가 왜 이리 긴지...... 약간의 멀미도 동반한다.

전날 바다 훈련만큼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도착하고 입수하자 무너진다.

첨벙~~ 발밑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 부력조끼에 바람을 빼니 몸은 가라앉는다.

귀가 아프다. 지금까지의 통증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야도 안 보인다. 멘붕이다. 올라가고 싶다.

들어 간지 1분도 안 돼 패닉 상태다.

극심한 고통에 이퀄라이징을 하니 약간 귀가 편안해진다.

그래 일단 강사 쌤을 따라 들어가 보자....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바람을 빼면 쭉 가라앉고, 조금만 바람을 넣으면 몸이 훅 떠오른다.

게이지 체크를 하니 수심 10m가 넘었다.

올라가려면 5m 안전 정지도 해야 하는데.... 

배운 것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잡을 것이 없어 바다 속 바위를 손으로 만진다.

뭔지 모르지만 날카롭다. 손이 따끔하다.


정신없는 첫 바다 체험은 끝났다.

첫 화생방을 끝내고 나온 이등병 마냥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무사히 귀환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몸은 만신창지만 성취감을 느낀다.

이렇게 스킨스쿠버가 힘들 줄이야.......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점심을 먹고 오후 마지막 다이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오픈워터 수강생의 의견이 갈린다.

오픈워터 교육생들 모두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를 모르는 전우! 다 함께 다시 바다 속으로 뛰어 들기도 했다.

스페셜티 과정생 모두와 함께 마지막 다이빙에 나선다. (가수 하림씨도 동참)

 

이번 교육의 마지막 다이빙, 아직까지 바다 공포는 없애지 못했다.

마지막 다이빙에서 결판나리라. 장비를 챙기고 교육생 전부 배에 오른다.

역시나 스페셜티 과정 전우들은 여유가 넘친다. .... ......... 

우리 오픈워터 과정의 듬듬한 지킴이자 리더 이병주 선배가 있기에 여기까지 왔다.

그 사람이 멋있게 보이다니.... 저 여유, 저 아우라.... ㅋㅋ 오래 살고 볼일이다.

 

배를 타고 맨해튼 포인트에 도착. 하나 둘 멋지게 점프한다.

나도 점프~~~~ MBC 구본원 기자의 조언대로 들어가는 동시에 이퀄라이징을 하면서 입수하니

오전 같은 고통은 느끼지 못했다.

몸의 부자연스러움은 어쩔 수 없지만 바다 속 광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바다 속에서 플랜카드를 펴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 사진의 일원이 될 수 있다니 뿌듯하기만 하다.

그리고 공정방송 투쟁을 외친다!

MBC, KBS 모두 무사히 적폐를 몰아내고 무사히 파업 복귀하기를 다함께 빌어본다.

 

조교를 졸졸 따라 바다 속 체험을 시작했다.

아름답다. 동남아의 푸른 바다는 아니더라도 처음 느껴보는 바다의 신비에 빠져든다.

깊이 20m를 찍어본다. 뿌듯하기 그지없다. 정신없이 헤매다 보니....

어느 덧 나 혼자 있다. 다들 어디 갔지? 산소통 게이지를 보니 50바가 남았다.

70바에는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를 어쩐다.

당황스럽다. 그래도 동공을 확대하고 주변을 스캔, 여유로워 보이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나의 산소통 게이지를 보여줬다.

그 다이버를 따라 5m 안전정지를 하고 상승... 배에 오르니 산소통 게이지 0!!! 큰일 날 뻔 했다.

제대로 사고 칠 수 있을 뻔 한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그 듬직했던 다이버 SBS 김승태 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렇게 모든 교육은 끝났다.

이제야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마지막 다이빙으로 막연했던 두려움을 날릴 수 있었다.

나에게 공포를 주었던 호주 바다여 기다려라!! open water diver가 제대로 즐겨 주리라....

 

끝으로 투쟁 중에 참가하신 KBS 김수용, 고명기 선배, 역시나 힘든 투쟁을 또 하고 있는 MBC 김경락, 그리고 듬직한 SBS 최대웅! open water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조성진 / 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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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평창 21박 22일의 취재기’

  4. Into the sea, Under the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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