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선수들도 놀란 상상 그 이상의 추위
영하 20도.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날씨. 후발대로 출발해 평창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건 칼바람이었다. 평창의 기온을 선발대로부터 통해 들었지만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추위는 생각한 것 그 이상이었다. 뉴스 리포트나 기사를 통해서도 보았지만 추운 지방에서 온 북유럽 선수나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추위였다. 인터넷 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수건을 물에 적셔 조금만 기다리면 꽁꽁 얼어붙어 버린 그곳. 바로 평창이었다.
북한 응원단의 도착
평창에서 약 2시간 거리의 인제. 북한 응원단은 그곳에 숙소를 정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던 북한 응원단의 도착 취재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행사 관계자들도 응원단이 어디에서 내릴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각국의 취재진들도 동선이 꼬이긴 마찬가지였다. 차량이 통제된 곳이라 언덕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지만 결국 북한 응원단의 버스 문이 열린 곳은 대부분의 취재진이 위치하고 있었던 곳의 반대편 언덕 아래 위치한 호텔이었다.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각국 취재진들의 모습들은 바로 취재 경쟁의 시작이었다. 응원단이 숙소로 들어갈 때 일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갑습니다.”라고 외쳤고 북한 응원단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
2월 10일.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위스를 상대로 열린 날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북한의 특사로 온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북한 응원단도 블록 별로 나눠 앉아 응원전을 펼쳤다.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인만큼 이날 역시도 취재 경쟁이 치열했다. 경기장 내에 ENG 존은 몇 자리 없었고 그중에서도 좋은 자리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몇 시간 전부터 기다려야 했다. 비록 경기는 스위스에 0-8로 패했지만 남북관계의 개선에 큰 영향을 준 경기였다. 우리나라 관중들과 북한 응원단이 함께 단일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이다. 이런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평창의 인기스타 수호랑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가장 빛나게 한 건 바로 수호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창올림픽 공식 기념품점인 슈퍼 스토어에서는 수호랑 인형을 비롯한 캐릭터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 우리가 슈퍼 스토어를 찾았을 때 역시 사람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수호랑 캐릭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일부 상품들은 평창올림픽 중간에도 품절사태를 빚으며 인터넷에서 웃돈을 주고 팔고 사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잊지 못할 추억들을 남겨준 평창올림픽
처음 경험하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우리나라 평창과 강릉에서 취재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큰 행운이었고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스포츠도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승리의 환호와 패배의 좌절을. 경기장 바깥에서는 추위와 싸움, 그리고 영국 IOC 위원 펭길리의 보안요원 폭행을 취재하며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어떤 큰 스포츠 행사가 열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취재하면서 느꼈던 우리 국민들의 하나된 열정.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은 잊지 못할 것이다.
김한빈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