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새로운 시작
4.27 남북정상회담 취재기
6.13 지방선거가 있었고 대한민국은 파란 나라가 된 듯하다. 평창올림픽부터 시작된 평화의 무드, 전번의 우라질 정권이 망쳐놓은 평화적 외교적 관계들이 점차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다.
우리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그 한가운데 서 있다.
뭐, 이미 2차 정상회담에 북미회담까지 마친 마당이니, 다 아는 얘기는 빼자. 역사적 그날! 새벽 세시 반에 집에서 나와 춘추관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판문점 도착, 일곱 시다.
▶ 평화의 집 앞에서 필자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 시절 반공 포스터에 늑대 얼굴, 피 묻은 빨간 손으로 그렸었던 그.
그의 손자가 우리나라 대통령을 만나러 우리의 땅을 밟는단다. 청와대 풀팀은 각 위치를 배정해 위치별 시간대별로 임무를 지정했고 나는 단독으로 북측으로 가는 것이 성사되었다기에 자원등판 하였다.
오전 8시 30분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중계 담 당 한 명과 사진기자 한 명, 그리고 나였다.
▶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판문각 앞에서 두 정 상을 취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필자
보병 1사단 출신이고 수습 때부터 국방부 판문 점 담당이었으며 북측 통일각도 가보았고 해서 예 전 생각들, 흥분된 상황들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북측 경호원. 약간은 예스러운 양복 차림에 바지통이 15인치는 족히 되어 보였고 그 바지 안에 는 칼이며 표창 같은 무성 무기들이 가득할 것 같은 분위기.
양손의 정권은 혹독한 단련의 증거인 마냥 크기가 대추만했고 피부가 벌겋게 까져있었다. 이런데 나올 정도면 당연히 훈련을 많이 한 무적의 정예요원이겠지… 잠시 후 검측. 휴대용 금속탐지기와 맨손을 이용한 몸 검사가 끝나고“, 이거 건반 좀 다 눌러 보시라요.”“, 네? 뭘 눌러요?”“, 건반을…”“, 건반?? 아 ~스위치요.” ENG카메라에 있는 스위치를 모두 켜고 끄고, 그가 알아듣든 말든 그 스위치가 그 건반이 어떤 기능임을 모두 설명하여야 했다.
“그… 렌즈 좀 빼 보시라요.”‘, 나 참 기가 차서.’ 렌 즈를 뺄 수도 있었지만, 살짝 기분이 상하던 터라 짜증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의 주먹이 더 크게 보여서 그러지도 못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다며 버텨서 통과.
가방 검사.
자잘한 장비들은 통과. 아침에 안 먹 고 아껴 놓았던 음료수. 종이이며 속지가 은박으로 된 컴퍼지션4로 의심될만한 비주얼의 직육면체 포도주스가 금속 탐지기 소리를 계속 내게 했다. 남북은 서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혹시라도 자존심 건드릴까 봐 드셔도 된다는 소리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한참을 들고 들여다보 던 북측 담당자는 결국 통과를 선언한 듯 말없이 건네주었다.
이제는 생수. 마셔보란다. 마셨다.
사진에 찍힌 물 마시는 사진은 목이 말라서가 아님을 밝힌다.
▶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판문각 앞에서 물 마시는 필자
TOT는 다 되었고 남으로 넘어오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북측담당 자가 위원장님 내려오실 때는 보기 싫은 게 앞에 있으면 안 되니 장비만 놓고 사람은 숨어 있어야 한단다.
며칠을 머릿속에 그리고 나름 몸 컨디션 도 만들었는데 이게 뭔 말이요? 말이요? 당나귀요?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하실 때 나가서 북쪽을 보실 때 촬영하고 남쪽으로 몸을 돌리시면 피해야 한단다. 이건 말이요 막걸리요? 물리적으로 시간상으로 언제 달려나가고 언제 준비하고 언제 찍냐고!
▶ 남측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상봉했다.
문 대통 령은 김 위원장의 안내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표시하는 콘 크리트 턱을 넘은 뒤 북측 판문각을 마주 보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제 그 시간이다. 우르르 사람들 지나가는 소리가 나고 나와도 된다는 사인을 받고서 뛰어나 간다.
트라이포드는 펴볼 엄두도 안 나는 찰나의 시간.
약속에는 없었던 북한 기자… 북한 애들 둘 이 앞에 바짝 붙어서 촬영을 하느라 우리 대통령이 가린다.
이제 두 정상이 남쪽으로 돌아서면 끝이다. 아 혈압! 그 두 북한 기자들이 큰소리로 촬 영 끝났다고 90도로 인사를 하며 자리를 이탈한다.
두 정상이 돌아선다.
남측 포토라인의 그림을 위해 두 정상의 뒷모습에서 도망치듯 아까 숨어 있던 자리로 복귀, 끝.
폭망, 굴욕, 짜증, 허탈, 이럴거면 왜 오라고 한 거니…우리는 남북 정상의 역사적 판문점 만남을 취재 하고 또 취재했고 가슴엔 왠지 모를 뜨거움이 채워져 갔고 돌이킬 수 없이 슬프게 지나간 시간들 에 대한 가슴 저림을 경험해야 했다.
청년이었던 남편은 소녀였던 부인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만날 수 없었다. 사전답사, 망원렌즈, 사다리, 몸싸움, 기싸움, 송 출, 중계, 달리기, 기다림, 또 기다림. 원맨시스템. 풀단의 세분은 평화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고 자 유의 집현관에서, 옥상에서, 팔각정 위에서, 나무심는 앞에서, 남북이 이어진 길 옆에서 코리아 풀은 한반도 평화의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의 가슴은 더 뜨겁고 더 안타까운가 보다.
박승원/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