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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카메라기자 존,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달 17일, 여의도에서 ‘카메라기자 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담이 이루어졌다. 이번 대담에는 KBS 홍성민 기자, MBC 이세훈 기자, SBS 황인석 기자, YTN 김대경 기자 그리고 OBS경인TV 채종윤 기자가 참여했다. 대담에 참석한 각 기자들은 협회에서 추진 중인 ‘카메라기자 존의 설치와 운영 방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기탄없이 털어 놓았다.  그럼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양수 : 이 ‘카메라기자 존’의 실행 가능성과 그 효용성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세훈 : 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에 대한 취지는 공감을 하는데 정착되기까지 우려되는 것이 매우 많다.

김대경 : 그 나마 출입처가 있는 곳은 항상 보는 사람들이니까 자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출입처마저도 큰 일이 터지면 정해 놓은 룰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기자로서의 욕심 때문일 것이다. 사실 기자가 본인의 아이템에 대한 ‘욕심’이 없으면 어떻게 기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욕심’ 때문에 열심히 움직이게 되는데, 그런 기자적 본능까지도 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일 카메라기자 존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운영이 되고 지켜지려면 그 현장에 있는 모든 취재진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취재 문화를 보았을 때,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이를 어겼을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매번 바뀌는 외주업체 취재진이나 인터넷매체 취재진들이 이런 제재를 우려해 그 룰을 엄수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세훈 : 해외의 경우, 사진기자에게 먼저 포토타임을 준 후 사진기자는 빠지고 방송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식으로 하는 것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리는 주요 방송사가 중심에 나머지는 사이드에 배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기자에게 방송기자와 함께 취재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사진기자는 앞에 앉아서 취재를 해야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런 방식으로 정착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나 뉴스 영상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그들은 말하는 자 위주로 하는 반면, 우리는 리액션을 중시하는 편이기 때문에 현재 뉴스 영상의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성민 : 나는 우리나라의 뉴스 영상 스타일이 좀 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을 취재한다고 해보자. 그 아이템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말하는 사람 아닌가? ‘말하는 사람’과 ‘그의 말’이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는 리액션에 매우 비중을 둔다. 말하고 있는 사람의 손가락은 왜 따로 찍어 집어넣느냐는 말이다. 빠른 컷 전환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지루해질까봐 빠른 속도로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과연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황인석  : 이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기자들이 해왔던 지금까지의 취재방식하고는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이렇게 옭아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기 조금 이라도 더 다양한 그림을 찍으려는 카메라기자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부담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기자들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카메라 존’이라고 해서 실시한 적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이다. FIFA는 정해준 자리를 절대 떠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어디 그럴 수 있나? 우리 입장에서는 거기만 찍을 수 없지 않은가? 관중들 환호하는 모습도 찍고, 경기장도 찍고, 여기저기 다니다 관계자 눈에 띄어 PASS 뺏기도, 쫓겨나고 했다. 그러니까 결국 6mm 카메라 가지고 들어가서 몰래 찍었다. 이것이 우리 취재 문화의 현 주소인 것이다.

채종윤 : 나는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것이 우리 카메라기자뿐 아니라 취재원과 타 매체 기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의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타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취재 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뒤에 얌전히 서서 찍어가지고 회사에 들어가면 왜 너는 이렇게밖에 못 찍었냐는 질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뉴스 영상에 대한 고정 관념이라든지, 통상적으로 생각해 왔던 뉴스 영상의 문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것의 시행 여부 이전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이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섣불리 시행을 했다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타진이 끝난 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규칙’을 정하고 나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홍성민 :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 협회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필요하다’는 의견이 80% 이상 나올 것이다.

황인석 : 저도 이 대담에 참석해달라는 얘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옆 자리에 있는 박현철 씨가 설문조사 해놓은 것을 봤다.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 역시도 필요하다고는 생각하나 문제는 ‘운영’이라고 본다.  

김대경 : 우리 스스로도 자성하고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데스크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인정을 해도 위의 데스크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데스크 혹은 보도본부 자체에서 취재지침을 만들어서 거기에 맞춰 전체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진 모르겠지만 그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채종윤 : 나도 협회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나는 이 설문조사가 기본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고 본다. 설문의도에서 ‘안정된 취재를 할 수 있도록’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을 ‘매우 필요하다’ 쪽으로 유도했다. 정확한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것을 시행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설문에는 그런 부분이 없다. 그래서 이 설문으로 제대로 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을 시행했을 경우, 타 매체에도 균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OBS의 경우, 우리 스스로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현재 풀기자단 조차 들어가기 어렵고, 예전 iTV와 풀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희들 누구냐는 식으로 바라본다. 우리끼리도 이럴 진데 타 매체는 어떻겠나? 균등한 취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데,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것이 자칫하면 카메라기자들끼리의 집단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너희들은 이런 것 가지고 고민하느냐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어떻게 경작해서 수확을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도, 곳간에 문 따고 들어오는 놈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이세훈 : 채종윤 기자의 말에 공감한다. 다만 출입처를 출입하는 카메라기자들이 기자실 운영비 등에 기여를 하는 만큼 촬영이나 오디오 수음에 조금 더 유리하게 약간 더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정도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것이 성립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브리핑룸 안에 있는 모든 기자들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는 것에 모두가 동의한다면 분명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김대경 : 나 역시 ‘카메라기자 존’의 필요성은 카메라기자라면 누구나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술에 배부를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일단 출입처부터 시범 운영을 해서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을 한다면 그 효용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이세훈 : 대규모 통합 브리핑 룸이 있는 (취재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과천청사나 국방부, 검찰, 인천공항 등은 한 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홍성민 : 그런데 그것을 카메라기자협회 주도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타 매체와의 분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출입처 공보실의 협조를 구해 그 쪽에서 운영하는 방향으로 해야 옳을 것이다. 모두가 그 ‘규칙’에 수긍을 하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채종윤 : 지금 6mm 캠코더를 쓰고 있는 신문사라든지 VJ들은 그 사람들의 성향이나 여러 가지 조건 면에서 봤을 때, 근접촬영의 장점을 살릴 수밖에 없다. 오디오적 한계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오히려 카메라기자들이 ‘카메라기자존’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반길지도 모른다. 본인들은 우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으니까.

홍성민 :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절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약속되고 전제되어야 한다. 운영하는 측에서 절대 아무도 움직이면 안 된다는 얘기를 취재하는 모든 기자들에게 해주고, 만일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 브리핑을 취재하지 못하게 한다는 등의 강한 패털티를 줘야한다.

김대경 : 지금 얘기하는 것은 출입처에 한정해서 우선 시범 운영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회원사 뿐 아니라 모든 취재진이 룰에 대해 그 자리에서 합의를 한 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홍성민 : 그렇게 운영을 해보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기자들이 이런 방식이 좋았다고 인정을 하면, 계속 그렇게 운영이 되는 당연한 일 아닌가?

채종윤 : 그 규칙을 우리 외 타 매체 기자들에게도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똑같이 존을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그들에게 권리는 주지 않으면서 의무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세훈 : 그것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카메라기자 존’이라는 공간 안에 도대체 몇 팀이나 들어갈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 회원사에 사진기자협회 회원사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한데 그 안에 소화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만일 그것을 다 소화할 수 있는 ‘존’을 만들려면 브리핑 룸 반 이상이 ‘카메라기자존’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황인석 : 좀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우선은 기자실에 들어오도록 허락된 사람들은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출입처에서 인정한 사람이라면, 그들이 이 존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명분은 없다. 박스보다는 브리핑하는 단상이 있고 취재기자들의 책상이 있으면, 그 외의 공간에 선을 두 개 그어 공간을 만든 후 그 이상만 넘어가는 넘어가지 않는 정도에서 시작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정도부터 정리가 된 다음, 그것을 좁혀가는 방식으로 ‘카메라기자 존’을 정립시켜 나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 회원만 들어가면 좋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 아니겠는가?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좁혀 들어간다면 ‘카메라기자 존’이 자리를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홍성민 : 일단 외국사례를 철저하게 연구해서, 우리에 맞게 응용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취재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카메라기자 존’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응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황인석 : 전에 동계올림픽 취재 갔을 때, 경기장 안에 있는 ‘카메라존’을 벗어났다가 쫓겨났다. 경기장 밖으로 끌려 나가고, 경기장 당일 출입하는 ID 카드도 뺏겨 더 이상 취재를 할 수 없었다. 물리적인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우리끼리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현장에서 다음에 또 어길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강한 패널티를 줘야 이것이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채종윤 : 이 ‘카메라기자존’이라는 것이 실제로 출입처보다는 정말 혼잡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인데, 이것을 출입처부터 시범적으로 시작을 해본다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세훈 :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외국의 경우 외부에서 강제를 해서 ‘포토라인’이나 ‘카메라기자 존’을 지킬 수밖에 없게 하는데, 우리는 스스로 이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고 협의에 의해서 이루어보려고 노력한다는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매우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되리라는 희망적인 생각이 든다. 문제는 ‘조금만 더’가 잘 되지 않는다는데 있지만 말이다.

황인석 : 시작을 하기가 편한 것이 기자실이니까, 거기서 시작을 하자는 것 아닌가? 극도로 혼잡한 취재 현장에서 엄두나 내겠나? 출입처에서부터 서로 협의를 통해 질서를 잡아나가는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그리고 그 효과가 출입처에서부터 입증이 된다면, 모든 취재 현장으로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 그대로 ‘선진 취재 문화’가 확립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카메라기자 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담은 끝이 났다. 참석자들은 ‘카메라기자 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나, 그것이 자리를 잡아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와 달리,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자각과 필요에 의해서 이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는 점, 그리고 그 실행도 우리 스스로의 협의에 의해 해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우선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기 용이한 몇 군데 출입처부터 시행을 해보고 그 효과가 긍정적이라면 여타 취재 현장에도 차츰 적용해나가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이번 대담의 결론이었다.

 대담자들이 이야기했듯이 카메라기자 존을 시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정부 및 관계기관과의 협조이다. 협회는 이를 위해 간담회나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할 계획이며, 해외 사례를 모범 사례를 연구해 적용해 나갈 것이다.

안양수 기자 soo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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