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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선배에게 길을 묻다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듯이 취재하라!”

정진철 회장 프로필

1969년 MBC입사
1980년대 MBC 보도국 영상취재부장, 국장
1993년 강릉MBC 사장
1996년 영동케이블방송 사장
1999년-현재 웰텍코리아 회장

입사경력이 웬만한 회원들이라면 정진철 회장이 우리들의 원로선배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평소 영상기자의 소신과 주체성을 강조하던 그는 방송인생 38년간 스스로의 생각을 현실에서 관철하고자 부단히 고뇌하고 노력함으로써 MBC뉴스의 질과 시청률을 함께 견인한 탁월한 리더십과 공로를 후배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MBC뉴스의 역사 속에서 고발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카메라 출동>을 지휘하여 영상 실증적인 제작기법으로 머크레이킹(muck-raking) 저널리즘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장본인이자 영상저널리즘의 산 증인이기도 한 그의 근황을 살피고자 MBC 류종현 부장이 다녀왔다. (편집자 註)

1. 요즘 근황은?

내 나이가 이제 74세. 옛날 같으면 늙은이 소릴 들을 때가 되었지요. 그렇지만 아직 마음은 한창 필드를 누빌 때 그대로입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일하고 살면서 건강을 지키려고 합니다. 방송직장을 떠나면서 제조업을 시작했는데 4-5년간은 아주 어려웠습니다. 사업이 어려웠지만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땀 흘려 일하고, 후배들이나 주변에 기여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 나름대로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2. 현재 하고 계신 일은?

에너지 절약 자동제어장치를 생산하는 제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관공서에 납품하고 있는데 상품의 신뢰가 구축되면서 경영이 점차 호전되어가고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사원들의 월급도 제때 주지 못하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큰 어려움은 벗어났습니다.

3.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잠시 옛날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텔레비전이 아직 보급되기 전인 1961년 공보부에 국가공채로 영상업무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지요. 텔레비전이 없을 때이니까 영상뉴스란 대한뉴스와 리버티뉴스가 전부일 때입니다. 4년 후인 1965년에 당시 대한뉴스 소속으로 월남전에 종군기자로 특파되어 전쟁현장의 화면을 전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영상매체들은 월등한 장비와 막강한 재력으로 현장 화면을 신속하고도 손쉽게 본국에 송출하고 있었지만, 내가 찍은 화면은 미국 언론사 편에 홍콩으로 보내져서 홍콩에서 본국으로 다시 릴레이 되는 경로를 거쳐 아주 어렵게 시청자들에게 뉴스가 전달 될 수 있었는데, 당시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기자로서 과연 국력과 사세(社勢)가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작한 작품으로는 MBC창사 첫 프로그램을 16미리 필름 무성 흑백으로 제작하여 방영하였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필적 이야기지요. 당시 우리나라 GNP가 80불 정도였으니까... 지금처럼 기술이 급진전하고 경제가 팽창한 시대에서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들만도 하지요. 어쨌든 텔레비전은 보는 것이지 듣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영상매체시대에 영상의 주역들이라는 자부심과 주체성을 간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메라기자 대졸정기입사공채를 시작할 때 이야기인데 내가 대졸공채로 카메라기자를 뽑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카메라기자를 대졸사원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비웃음 섞인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영상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나로서는 확고한 신념으로 대졸정기공채로 카메라기자를 선발해야 한다는 의지를 관철하는데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주저함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이웃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여성 카메라기자가 참 많이 활약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 회사에 여성카메라기자를 공채한 것도 내가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후배들도 더러 알고 있겠지만 그 일도 시작할 때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카메라기자가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데 게으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인권이 중시되는 현대와 미래시대에는 초상권이나 저작권 등 권리의 갈등에 대한 인식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4. 협회에 대한 조언의 말씀은?

우선 카메라기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원로선배들과 후배들의 가교의 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면, 선배들의 좋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세미나나 특강도 생각해볼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상부문의 기자들이 서로 협동하고 지혜를 모아 언론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논하고 권리를 찾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의 구심점으로 가꾸어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렇게 오랜만에 다정한 후배를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납니다. 영상취재기자들은 그들이 취재하는 분야가 무엇이든, 취재장소가 어디든 항상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다는 심정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세상의 누구도 자신의 초상화를 아무렇게나 그리려는 사람이 없듯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확고히 갖춘 기자로서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로 취재에 임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과 개인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인터뷰 진행 MBC 류종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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