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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정은 ; 1976년 출생.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카메라기자로 KBS 보도 본부에 입사했다. 보도영상국 소속으로 변양균&신정아 사건,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숭례문 방화 사건, 용산 철거민 참사, 신종 플루 대재앙 등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을 취재하면서, 전직 대통령이 1년 만에 피의자로 전락한 희대의 사건과 마주하게 되었다. 5월 23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하자 법무부 장관은 수사 종료 성명을 발표했고, 전직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과 관련된 의혹들을 영구 미제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검찰이 먼저 제기한 권력형 비리 사건은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끝나 버렸다. 저자는 당시 검찰 수사 과정과 서거 국면을 보도했던 한 사람으로서,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을 고민하다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년에 걸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2009년 5월'을 집필했다.

1. <2009년 5월>을 썼습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기억에 남는 일 등 소회를 말한다면?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가장 먼저 하시는 질문이 “혹시 노빠세요?”입니다.(웃음) 우리 사회 정치 논쟁이 그만큼 단순합니다. 어떤 분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느냐?”, “그분을 지지하고 변론하기 위해 책을 썼느냐?”고 묻습니다. 책을 쓴 것이 그분을 지지하기 위한 행위라면 책을 쓰지 않는 것은 그분을 반대하는 행위가 되나요? 우리 사회가 모든 행위와 언론을 그처럼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는 데 지나치게 익숙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썼던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가물가물합니다. 다만 매일 매일 책에 대한 압박과 불안에 시달렸던 생각만 납니다.(웃음) 당시 제가 기록했던 집필일기를 보면 하루하루가 지옥처럼 흘러갔던 게 다시 떠오릅니다.(웃음) 제 글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 관련 인사들의 인터뷰가 없으면 안 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저는 출판사에서 그래도 어떤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약간의 기대를 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가장 힘들었던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구성>일 것입니다. <구성>이 나와야 집필을 시작할 수 있는데 <구성> 초안이 서너 달이 가도록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제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납니다만 1차 구성안이 나온 게 2010년 8월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책을 써보자고 출판사와 처음 이야기를 나눈 게 2월이니까 약 6개월이 걸린 것입니다. 집사람이 임신해서 서울 친정에 있었고 저는 태백에 있으면서 매주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왔는데 서울 가는 길 위에서, 그러니까 운전하다가 구성 초안이 갑작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그때 차 안에서 혼자 운전하다가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모릅니다.(웃음)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무슨 복권에 당첨됐나 싶었을 겁니다.

2.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네요.
무엇보다도 사회적 과오에 대한 채무자로서의 부채의식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는 마치 요즘 장마나 태풍처럼 매우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순식간에 우리 사회 한 부분을 휩쓸어버리고 망가뜨린 후 사라져버렸습니다. 막상 검찰 수사가 진행중일 때에는 당시 상황이 몹시도 강력하고 당황스러워서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지 않고 검증해야 될 사실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따져서 정리하고 처리할 만한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허탈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그것은 단순한 하나의 역사이고 지나가버린 사실에 불과합니다만 사회 차원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본다면 그러한 사실은 한 사회의 부채가 되고 과오가 됩니다. 저는 바로 그러한 부채, 과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언론은 그 부채나 과오에 대한 제1순위 채무자입니다. 언론은 당시 상황에 커다란 책임이 있는 당사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일종의 부채의식이죠.
한 사회가 어떤 상황을 핸들링하는 과정을 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를 어느 정도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스트로스 칸  IMF 총재에 대한 수사가 제2의 국면을 맞고 있는데 과연 비슷한 상황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혹은 과거에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이나 빌팽 전 프랑스 총리의 사르코지 음해 의혹 같은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하기를 바라고 또 거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3. <2009년 5월>의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제가 책에는 썼지만 편집 과정에서 빠진 것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로맹 롤랑의 말인데요. ‘패배자들로부터 그들이 불공평한 실패에서 얻은 일종의 구원의 권리, 즉 모욕을 당하고도 자부심을 가지고 운명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까지 빼앗으려고 하지 말라.’ 이것이 제 책의 주제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글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정치적인 표현인데요.(웃음) 당시 사건을 보는 다양한 견해가 있겠습니다만 검찰 수사가 몹시 무리했고 정치성을 띄었다는 데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 권력을 사유화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성숙한 사회는 그러한 전횡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러한 논의 이전에 근대적 과제였던 <공포주의>, <광기>의 청산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말한다면?
지금 제가 5년차인데 한참 일을 많이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들께서 저를 볼 때마다 태백에서 많이 쉬었냐고 물으시는데 사실 저는 지옥 속에서 1년을 보냈거든요.(웃음) 그런데 어쨌든 서울에서 벗어나서 한적한 곳에 와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재충전의 시간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군 제대한 게 25살 때였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집에서 가장 노릇 하면서 제대로 쉬어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일상 속에서 짬짬이 쉬는 노하우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웃음) 책을 읽는다든지 카페나 극장에 자주 간다든지. 당분간 글은 쓰지 않고 일하고 취재하면서 그렇게 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난 이후 연말쯤에는 소설 단편집을 쓸 계획입니다. 장편에 대한 구상도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단편집을 먼저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동료, 선후배 분들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게 잘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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