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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홍 전 팀장.png 협회 첫 영예상 주인공 최기홍 명예회원

 

"후배들이 공 인정해주니 고마워... 2~3년안에 뉴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할 것"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아래 협회)가 제정한 첫 영예상은 최기홍(64·사진) 명예회원에게 돌아갔다. 영예상은 재직 당시 대한민국 방송발전에 공적이 많은 협회 회원과 명예회원을 대상으로 심사를 하여 선정한다.

협회는 지난 222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시상식을 열고 디지털 기반의 뉴스제작 프로세스 혁신에 공헌한 최 회원에게 영예상을 수여했다.

최 회원은 KBS에서 30여 년 동안 영상기자로 근무하면서 보도본부 영상편집팀장(국장급)과 디지털뉴스혁신팀장을 역임했다. 최 회원은 재임 기간 동안 인터넷 망을 활용한 뉴스영상 전송을 추진했고 파일 방식의 HD 뉴스제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방송장비와 기술이 앞서 간다는 일본 NHKKBS파일 제작 방식을 배우러 촬영기자와 엔지니어를 파견하기도 하는 등 대한민국 뉴스 제작 기반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2001년부터 2년 동안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장(15, 16)을 역임하기도 한 최 회원은 지난 2012년 현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퇴직 뒤에도 영상편집 교재를 만들어 후배 방송 제작자와 영상 편집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첫 영예상을 수상한 최기홍 회원을 지난달 25일 서울 염창동 골든서울호텔에서 만났다.

 

- 협회가 제정한 첫 영예상의 주인공입니다. 소감이 어떤지요.

 

상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해 온 것인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상도 받게 되었네요. 직장 다닐 때는 상을 준다고 해도 거절했는데, 세월이 지나 그 공을 후배들이 인정해 준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 파일 방식의 ENG 카메라가 도입되기 전인 2005, 당시 뉴스 촬영에 쓰이는 ENG카메라와 노트북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촬영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자식들을 키우면서 앞으로 컴퓨터를 모르면 살아가기 어렵겠다 싶어 90년대 초에 286컴퓨터를 샀습니다. 컴퓨터를 배우러 다닐 시간이 여의치 않아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죠. 처음엔 봐도 잘 모르겠어서 더 쉬운 책을 찾아 읽고 컴퓨터 용어를 익히기 시작했는데, 영상 편집도 앞으로는 컴퓨터를 이용하게 될 거란 생각에 꾸준히 공부를 해 나갔습니다.”


- 비선형 편집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2000년 즈음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와 자기가 NLE(비선형 편집 시스템·non-linear editing system) 영업하는 사람인데, 오천만 원 정도 하는 장비를 한 달 동안 KBS에 무료로 빌려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장비를 들여오고 사용법을 배울 교육 날짜를 정했는데, 내가 취재를 나가는 바람에 다른 친구들이 교육을 받게 됐죠. 그런데 이 친구들이 교육을 받은 뒤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더라고요. 할 수 없이 매뉴얼을 달라고 해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보통 물건이 아니더라고요. 방송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컴퓨터로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퇴근 이후에 계속 공부하면서 직원들에게도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죠.”

 

- 당시 KBS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 관계자들에게도 교육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편집기 가격이 HD VTR 한 대가 7~8천만 원에 편집을 하려면 두 대가 필요한데, 15천만 원 이상이었죠. 당시 카메라기자협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든 기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강의할 공간이 없다 보니 수원에 있는 KBS 연수원을 빌리기도 하고, 지인의 사무실, 심지어 컴퓨터도 없는 협회 사무실에서 각자 컴퓨터를 가져오게 해서 교육하기도 했어요. 기자들은 그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데 업무가 많아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랑 장소도 여의치 않고. 혼자서 다 알아서 해야 하던 때라 많이 힘들었지요.”

 

- 디지털 영상편집 교육을 선도하면서 재직 기간에 교재도 집필했는데요, 지금은 여러 교재를 무료로 배포한다면서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그것이 쌓여 책을 세 권이나 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베스트셀러 소설가처럼 인세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차라리 누구나 볼 수 있게 파일을 공개하는 게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올리게 됐죠.”

 

- ‘최기홍 NLE 연구소라는 블로그(http://blog.daum.net/choikihong/) 아예 교재받기카테고리가 있던데, 메일로 교재를 요청하면 보내준다고 돼 있더라고요. 블로그 내 방명록을 보니, 교재가 시중에 나와 있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얘기부터 무료로 나눠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던데요.

 

그런 분들 때문에 힘이 나죠. 한 번은 아들이 학교 숙제를 하는 데 필요하다며 아버지가 프리미어 교재를 부탁해 온 적이 있어요. 교재와 함께 아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대목과 관련해 교재 몇 쪽에 있다고 안내해줬는데, 이틀 동안 끙끙거리던 것을 한 시간 만에 마쳤다면서 감사 편지를 보냈더라고요.

미국에 산다는 일흔다섯 정도 되신 어르신의 메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은퇴하고 손녀의 동영상을 만들어 주느라 영상편집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제 교재로 아비드(영상편집 프로그램)를 배웠는데, 이제 에디우스 교재가 필요하다며 자료 요청을 하셨어요. UHD 장비가 나오기 전인데도 세월이 지나면 HD가 화질이 떨어질 것 같으니 앞으로는 UHD 편집 기술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저는 물론 젊은 사람들이 많이 긴장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 스마트폰을 활용해 한 사람이 취재, 촬영, 편집, 송출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저널리즘을 체계화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영상보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이 됐는데, 2015년부터 UHD 촬영이 되고, 편집이 되더라고요. 스마트폰이 방송사 카메라보다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KBS 보도책임자에게 취재기자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걸 배우면 활용할 데가 많을 것이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스포츠도 외국 취재가 많은데, 감독 인터뷰는 스마트폰으로 찍어 바로 서울로 보낼 수 있거든요. 후배들에게도 내가 직접 테스트한 걸 보여주면서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JTBC가 하니까 다 따라가더라고요. 방송사라는 곳이 안정성을 추구하고 여러 부서가 얽혀 있다 보니 쉽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 지난 3년 동안 아시아 태평양 방송 연합(ABU·Asia Pacific Broadcasting Union) 회원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NLE 편집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뉴스 제작 강의도 해 왔는데, 외국 기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무척 반응이 좋았고 활용 하려고 본국에 돌아가 자체 교육을 했다고 합니다. 필리핀 방송에서 아침 사건 기사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라이브 방송을 잘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은 뉴스 제작에 있어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앞으로 2-3년 안에 대부분의 뉴스는 스마트폰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 영상이라는 한 길을 걸어오면서 아쉬움은 없나요?

 

“KBS에 있을 때 뉴스 제작을 쉽고 빠르게 하려고 기사 기반의 HD 뉴스제작 시스템을 파일럿 형태로 구축했습니다. 비디오 기반인 영상 편집과 달리, 뉴스는 기사가 기본이라 편집도 다르거든요. 기사에 영상을 드래그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편집 속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뉴스혁신팀장을 맡았을 때 이걸 바꿔보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고, 후임자가 이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더군요. 아쉽지만 앞으로 후배들의 몫으로 남겨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30주년이었습니다. 협회를 창립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당시 MBC 이문노 기자와 함께 협회 창립을 논의하고 실무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 2001년부터 2년간 협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후배들을 가르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협회가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워서라도 가르친 거죠(웃음). 사원을 교육시키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시기였는데, 후배들 가르칠 교재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편집기, 영상 이론 등에 대한 교재도 만들고 DVD와 비디오테이프도 제작했습니다. 사원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데, 아직도 대부분의 방송사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MBC가 한창 파업일 때 제주MBC에 내려가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국장 되고 사장 되는 게 출세가 아니다. 당신네 사장은 후배들이 나가라고 아우성인데, 나는 퇴직 후에도 이렇게 불러주지 않느냐. 내가 더 출세한 거다. 허허

나는 언제나 언론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느냐, 거짓말 하지 않고 정도를 가려고 노력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언론인은 그냥 월급쟁이가 아니니까요. 타협하지 말고, 아닌 건 거부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기는 게 싫어서 틀린 걸 알면서도 따르다 보니 방송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기자로서 똑바로 서는 게 곧 출세라는 걸 후배들이 기억하기 바랍니다.”

 

취재 및 정리 / 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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