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지난 10월 6일 강력한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도착한 후 경남 통영을 지나 경북 영덕에 상륙을 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경북 영덕 강구면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평균 영덕읍에는 383.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태풍의 거센 바람으로 인해 어선들은 유실되고 도로는 붕괴되었다. 벼들은 다 여물기도 전에 태풍이 와 바닥에 누워버렸다.
취재차량이 향한 곳은 강구면에 있는 강구시장이었다. 이곳은 특히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번 태풍에 큰 피해를 입었던 곳 중에 하나이다.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시장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잡동사니가 나와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마을 끝까지 걸어 들어가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카메라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건이란 물건들은 모두다 물에 젖고 흙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수조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죽어있는 물고기들, 한 마리당 15만원까지 한다는 영덕 대게들이 수조에 가득히 담겨 있는데 모두다 죽어있었다.
어느 한집을 지나가는데 나를 붙잡던 아저씨. 그 분은 나를 곧장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며 어디까지 물이 찼고 얼마나 급박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하면 자기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영상 취재를 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이내 그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고는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속상해 하셨다. 집을 나서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자기들 집도 와서 “촬영을 해 달라. 한번만 봐 달라.” 이야기가 끝없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연신 물건을 치우고 닦으면서“어떻게 하노? 무엇부터 해야하노?”라며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곳에 가 보니 반지하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은 이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은 절망과 설움이 묻혀있었다.
그들의 고통은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나의 마음에 가득히 잡혔다. 현장에 벌어진 일들의 그림 중 최대한 줄여가며 영상취재를 했지만 이미 카메라 레코딩 런닝타임은 30분을 훌쩍 넘어갔다. 태풍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사람들의 복구의 손길이 여기저기에서 이어지고 있으나 이분들의 마음을 복구하기에는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영상 취재한 내용들이 방송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에게 알려주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재민 / MBN 대구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