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A&T지회 성명]
카메라를 들면 모두 같은 직종인가
이번 인사는 단순한 인력 운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측이 스스로 세워 온 직종 구분과 전문성, 인사 원칙을 더 이상 지킬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결정이다.
그 결과, 회사는 직무 및 직종 체계와 인사 원칙 전반을 심각한 분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회사는 최근 영상제작팀 소속 인력을 영상취재팀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 전보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사측은 이를 “영상촬영을 주된 업무로 수행하는 동일 직종 내 직무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제작 현장과 회사가 스스로 세워 온 기준을 무너뜨리는 현실 왜곡이자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1. 영상취재와 영상제작은 동일 직종이 아니다
영상취재와 영상제작은 업무 목적과 역할, 책임, 요구되는 전문성이 명백히 다른 직종이다.
영상제작은 기획과 연출, 미학적 완성도를 중심으로 사전 준비와 후반 작업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직종이다. 반면 영상취재는 속보성과 상황 대응을 중심으로 현장에 즉각 투입돼 보도하는 직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촬영 대상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현장을 중계하며, 영상을 송출하는 책임까지 맡는다. 두 직무를 단순히 “카메라를 다룬다”는 공통점으로 묶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다.
2. 회사는 스스로 직종의 경계를 분명히 해 왔다
회사는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도 영상취재와 영상제작을 엄연히 분리된 직군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각 직군은 각자의 직능 단체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기준과 역할 아래 활동하고 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KBS, MBC를 포함한 모든 방송사가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필요에 따라 이 기준을 뒤집는다면, 회사가 그동안 강조해 온 전문성과 시스템은 그 자체로 설득력을 잃게 된다.
3. 본인 의사와 경력을 무시한 인사는 원칙의 붕괴다
이번 조치는 개인의 의사와 장기간 형성된 직종 경력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인사다. 직종 전환은 정해진 절차와 충분한 협의를 전제로 해야 함에도, 사측은 그 최소한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십수 년간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떤 책임을 감내해 왔는지를 하루아침에 지워버리는 결정이다. 이러한 인사가 용인된다면, 그 어떤 구성원도 자신의 직종 선택과 경력이 존중받을 것이라 믿을 수 없게 된다.
4. 직종은 필요에 따라 섞을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펜을 들고 일한다는 이유로 수년간 극본을 써 온 드라마 작가에게 하루아침에 취재기자를 하라고 할 수 없듯,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영상기자와 카메라감독이 상호 대체될 수 없다. 직종의 경계를 허무는 인력 운용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작의 질과 보도의 신뢰를 훼손할 뿐이다.
5. 우리의 입장과 결의
이번 문제 제기는 특정 직군의 이익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회사 전체가 공유해야 할 직종 기준과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다.
우리 영상기자들은 절차를 허물고, 전문성을 부정하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안은 해명으로 끝날 수 없다. 단순한 인사 문제로 축소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며, 필요한 모든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6년 1월 14일
한국영상기자협회 SBS A&T 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