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생성의 시대, 영상 저널리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선상원.jpg 

▲KBS 선상원

 

카메라는 자고로 빛을 담아내는 가장 대표적인 '기록의 도구'였다. 적어도 AI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렌즈 앞에 존재한 사건과 인물을 빛으로 받아 적는 행위, 그것이 영상 저널리즘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영상은 더 이상 '포착된 기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생성한 이미지가 실제 기록처럼 소비되는 시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말 갑자기.

 

문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다. AI 영상 기술은 이미 현장의 판단과 검증 속도를 앞질렀지만, 이를 다루는 문화적 합의와 법, 윤리적 기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이 말한 '문화지체(cultural lag)' 현상이 영상 저널리즘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이 논쟁에 틀걸이 안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크나큰 질문들을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무엇이 가능한지는 빠르게 생겨나고 있지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이 쌓여가고 있다.

 

OOOO의 기준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적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이 된다. 흐릿한 CCTV나 오래된 영상을 선명하게 만드는 '강화, 복원', 화면 속 요소를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변형,편집', 정지 사진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현하는 '이미지의 동영상화', 그리고 텍스트 입력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장면을 생성하는 '텍스트의 동영상화' 단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알고리즘이 적용되지만, 동시에 사실과 맥락을 구분해 온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는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그러나 보도영상을 업으로 하는 영상기자의 입장에서 이 생성형 AI가 무엇보다도 위험한 지점은 시청자가 이를 실제로 있었던 사실로 오인하는 순간이다. AI로 보정된 얼굴, 또는 일부만 수정한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 낮은 CCTV 영상의 해상도를 올려 4K급으로 만들어주는 AI. 이런 영상들에 자세한 설명이 없을 경우 computure-generated image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담아낸 저널리즘 영상으로 소비되기 십상이다. 기술은 저 멀리 앞서가지만, 이를 판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소비하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아직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법과 제도 역시 '사용 가능 여부'만을 묻지,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에 대한 논의는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 이 간극이 바로 우리가 겪고 있는 문화지체의 핵심이다.

 

국제 사진 대회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출품한 작가가 "AI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다"라며 수상을 거부한 사례는 이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이미지였지만, 그것이 기록의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사진의 정의와 윤리가 붕괴한다는 판단이었다.

 

해외 언론사들의 대응은 참고할 만하다. BBCCBC는 딥페이크 기술을 피해자 보호나 익명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검토했지만, 동시에 '완전한 공개(disclosure)'와 인간 편집자의 감독을 절대 원칙으로 삼았다. CBC는 더 나아가 "시청자가 뉴스가 실제인지, AI 생성물인지 의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선언까지 내놓았다. 신뢰 붕괴의 위험을 기술 효율성보다 앞에 둔 선택이다.


국내 언론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기술을 외면할 수는 없다.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는 시각화, 접근 불가능한 공간의 재현, 기획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도출 등은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용한다'는 논리는 문화지체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다. 기준 없는 도입은 결국 뉴스와 합성물의 경계를 흐리고, 그 비용은 시청자의 신뢰로 지불된다.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뉴스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좋고 편해도 하지 않겠다라는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1차 자료의 가치, 원본 형식에 대한 존중, 그리고 시청자에게 솔직하게 설명할 책임은 기술 발전 속도와 무관하게 지켜져야 할 저널리즘의 최소 조건이다.

 

생성의 시대, 지속 가능한 영상 저널리즘은 기술을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기술을 늦춰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화와 법, 윤리가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 시기에, 언론은 속도의 편이 아니라 신뢰의 편에 서야 한다. 그것이 기록자로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본다.




  1. NEW

    생성의 시대, 영상 저널리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생성의 시대, 영상 저널리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KBS 선상원 카메라는 자고로 빛을 담아내는 가장 대표적인 '기록의 도구'였다. 적어도 AI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렌즈 앞에 존재한 사건과 인물을 빛으로 받아 적는 행위, 그것이 ...
    Date2026.01.20 Views11 newfile
    Read More
  2. 더 이상 영상기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더 이상 영상기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점점 더 열악해지는 영상취재 환경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경영 상황이 다국적 OTT의 공세로 인해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도 독립적인 재정으로 운영하지 못했던 일부 지역 방송사들에는 더 큰 타격이...
    Date2025.09.16 Views438 file
    Read More
  3. “뉴스에선 소리도 이야기다” 박대기 기자가 말하는 음질, 음악, 그리고 공학의 감성

    “뉴스에선 소리도 이야기다” 박대기 기자가 말하는 음질, 음악, 그리고 공학의 감성 “현장의 공기와 감정을 전하는 건 영상만 이 아닙니다. 소리도 이야기입니다.” KBS 박대기 기자는 뉴스 콘텐츠에서 ‘소리’의 중요성을 ...
    Date2025.06.30 Views606 file
    Read More
  4. 이재명 대통령과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의 다른 행보

    이재명 대통령과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의 다른 행보 한원상 - 한국영상기자협회 고문 ▲ 지난 6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을 방문해 영상카메라를 메고 촬영하는 모습 (사진 = 대통령실 출입영상기자 공동취재단 화면 캡쳐) ▲ 이재...
    Date2025.06.30 Views522 file
    Read More
  5. 아직 민주주의 한국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민주주의 한국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 세계 내전을 연구해 온 정치학자 바바라 F. 월터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의 미국이 ‘제2의 내전’ 위험에 근접했다고 경고해 왔다. 그녀는 과거 남북전쟁과 같은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진 않지만, 트럼프...
    Date2025.06.30 Views414 file
    Read More
  6.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② - 출석요구 시 대처 방안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② - 출석요구 시 대처 방안 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사기관에 출석, 조사받는 때를 포함해 형사 절차의 흐름을 따라 단계별 대처 방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휴대폰이 ...
    Date2025.06.30 Views299 file
    Read More
  7. 다시 태어난 제주영상기자협회

    다시 태어난 제주영상기자협회 김승철 제주영상기자협회 회장 제주카메라기자회가 제주영상기자협회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제주카메라기자회는 지난 3월 7일 정기총회를 열어 본회의 명칭을 만장일치 의결로 제주영상기자협회로 바꿨습니다. 제주영상기자협회...
    Date2025.04.28 Views1136 file
    Read More
  8. 14017일,영상기자이기에 가능했던 “귀한” 순간들 - 전국 여성 영상기자들의 대모 이향진 MBC 국장 퇴임 인터뷰

    14017일, 영상기자이기에 가능했던 “귀한” 순간들 - 전국 여성 영상기자들의 대모 이향진 MBC 국장 퇴임 인터뷰 MBC 이향진 국장이 2025년 3월 31일 정년퇴직을 맞았다. 1986년 11월 15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38년 5개월 간(14017일) 재직한 이향진 국장...
    Date2025.04.28 Views1168 file
    Read More
  9.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 1.연재를 시작하며 - 수사와 멘탈 관리 수사받는 기자들을 법적 조언, 줄여서 ‘수기법조’ 연재를 시작합니다. 물론, 이 칼럼이 쓸모 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Date2025.04.28 Views1041 file
    Read More
  10. 2025년 대통령 선거 보도, 책임있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2025년 대통령 선거 보도, 책임있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헌법재판소가 전원 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그날, 국민은 2024년 12.3 정변이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이 아니라 명백한 내란 기도였...
    Date2025.04.28 Views1202 file
    Read More
  11. 제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주인공 ‘민주주의를 지킨 영상기자’ 48명

    제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주인공 ‘민주주의를 지킨 영상기자’ 48명 협회, 지역뉴스탐사기획 등 7개 부문 시상… “뉴스 현장 한가운데서 ‘진실의 목격자’, '진실의 기록자'가 되어 준 모든 영상기자들께 감사” 2024년 대한민국의 영상보도를 대표하는 제38회 ...
    Date2025.02.27 Views1061 file
    Read More
  12. 취재진에 대한 폭력,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 파괴 행위... 탄핵 선고 등 대형 정치 이벤트 앞두고 현장 취재진 안전 위협 ‘심각’

    취재진에 대한 폭력,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 파괴 행위 탄핵 선고 등 대형 정치 이벤트 앞두고 현장 취재진 안전 위협 ‘심각’ 윤석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난동을 부리며 취재진을 조직적으로 폭행하고 취재 장비 등을 탈취한 것...
    Date2025.02.27 Views956 file
    Read More
  13. 2024년의 힌츠페터, 우리들의 뜨거운 기록

    2024년의 힌츠페터, 우리들의 뜨거운 기록 동료 기자 여러분, 우리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왔습니다. 한 해 두 해 ...
    Date2025.02.27 Views2526 file
    Read More
  14.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4년…‘다사다난’은 ‘현재진행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4년… ‘다사다난’은 ‘현재진행형’ ‘12.3 비상계엄’, ‘대통령 구속과 탄핵 심판’, ‘서부지법 폭동사태’, ‘제주항공 참사’, 그리고...... 의대 증원 논란, 아리셀 화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2024년이 지나 ...
    Date2025.02.27 Views868 file
    Read More
  15. 시민이 지킨 민주주의, 그 현장에 영상기자가 있었다

    시민이 지킨 민주주의, 그 현장에 영상기자가 있었다 목숨 걸고 영상으로 알린 ‘12.3 비상계엄’ ▲ 지난 12월 14일 오후 국회본회의장. ‘12.3계엄내란사태’를 주도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2차 탄핵소추안투표가 진행되었고, 이어진 개표작업을 국회출...
    Date2024.12.20 Views974 file
    Read More
  16.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별세미나-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 분쟁저널리즘과 언론 자유’

    지상중계)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별세미나-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 분쟁저널리즘과 언론 자유’ 이스라엘, 폭격·취재 봉쇄로 ‘목격자 없는 전쟁’ 이어가... 한국 언론은 여권법에 묶여 ‘이중봉쇄’유례없는 언론인 희생자 속출에 “기자 안전 대책 마련 ...
    Date2024.12.19 Views995 file
    Read More
  17.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지난 11월 7일 광주전일빌딩서 열려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지난 11월 7일 광주전일빌딩서 열려 -목숨 걸고 진실 전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모두에게 주는 상”기로에선 세계상(대상) 수상 살라 알 하우 기자 외 뉴스상, 특집상, 오월광주상(공로상) 수상자들에게 시상 -12월 12일부터 내...
    Date2024.12.19 Views905 file
    Read More
  18. No Image

    박장범 사장 내정에 KBS 안팎 반발

    박장범 사장 내정에 KBS 안팎 반발 언론노조 KBS본부, 7년만의 파업…KBS 기자들, 기수별 반대 성명도 잇달아 언론현업단체 “방송3법 개정해 방송장악 악순환 고리 끊어야” 박장범 KBS <뉴스9> 앵커가 차기 사장에 내정되자 KBS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
    Date2024.12.19 Views868
    Read More
  19.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힘겹게 만들고 지켜온 공적방송과 이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시민으로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천...
    Date2024.08.28 Views1181 file
    Read More
  20. 서울 영상기자에게 지역 뉴스 제작 경험이 필요한 이유 - <MBC 김준형 / MBC 서울-지역영상기자 교류 프로그램 참가기>

    <현장에서.. MBC서울-지역영상기자 교류 프로그램 참가기> 서울 영상기자에게 지역 뉴스 제작 경험이 필요한 이유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 내일 뵙겠습니다.” 늘 하던 인사에 생소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선 한 취재기자와 일하면 ...
    Date2024.06.27 Views135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2 Next
/ 4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