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어떻게 만들었는가 (上)
-한국민주화운동, 세계적으로 확산 필요
한원상 / 제25대·제26대 한국영상기자협회장
한국의 현대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 한국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를 이루었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국가조차 완전한 민주화를 이룬 국가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민주화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제정했다. 이 상에 대한 의미와 제정 과정,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 연재를 하고자 한다. <편집자>
‘국제보도상’ 제정을 위해 협회장 선거에 세 번 출마
오랫동안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문제 의식을 안고 고민한 끝에 2004년 11월, 제9대 한국영상기자협회(이하 협회) 회장 선거에 첫 출마했다. 당시 ‘국제보도상 제정 이외에 ‘멀티기자 육성과 기자와 취재원을 보호하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등을 제정해 강한 협회를 만들고 위상을 높여 “영상이 펜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2004년 12월, 처음으로 협회 회장 선거에 나섰지만 낙선하는 바람에 ‘국제보도상’ 제정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2014년 제24대 협회장에 두 번째 출마했으나 또 낙선했다. 공정방송 수호의 목소리가 높았던 데 반해 우리 스스로 내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었다. 감시와 비판도 없었다. 타 협회보다 직선제를 먼저 도입했지만 협회 운영은 실제 지상파 중심이고 기득권과 권위주의가 남아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제25대 협회장 선거에 세 번째 출마했다. 그리고 2016년 12월, 12년 만에 당선되었다.
취임 후, 협회의 재정은 파탄이었다. 4대보험이 직원 50%, 협회 50%를 부담하는 것이 정상인데, 협회가 100% 부담하고 있었고 직원 임금도 체불된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 협회 재정이 파탄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운영위원회, 감사도 있지만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없었다. 협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려고 했지만 일부 회원사에서 당선자를 끌어내기 위해 총회를 열었다. 이에 물러서지 않고 내부 감사보다 외부 특별감사를 통해 책임을 물었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확산이 유신정권의 원인이었다. 유신 체제를 비판하지만 협회가 30년의 역사를 이어 오면서 협회장 선거 3선을 막는 규정이 없었다.
우리는 과거에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와 미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모순에 협회의 대개조(大改造)가 필요했다.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현대사에 있어서 많은 국란을 겪어온 나라로서 사회가 온통 경제 발전에 집중해 왔다. 그러면서 빈부의 격차도 커지고 사회의 안전 시스템에 등한시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협회에서 시상하는 영상기자상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권과 환경을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어 인권부문과 환경부문, 국제부문, 멀티부문을 추가했다. 특히 멀티부문과 인권부문, 국제부문은 국제보도상과 연관되어 있다.
내부의 경직된 조직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원칙을 세워 개혁한 후, 오랫동안 고민해 온 ‘국제보도상’ 제정에 힘을 쏟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국제보도상’ 제정 추진
국내외 언론, 전문가, 국제보도상 제정 높이 평가

▲ 지난 2021년 10월 27일 서울시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첫 ‘힌츠페트국제보도상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 및 내 빈객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2017년 1월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이하 협회)에 취임한 후 선거 공약대로 강한 협회를 만들고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국제보도상’ 제정에 몰입했다.
전국운영위원회 제1차 회의가 3월 3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세종스파텔 세미나룸에서 열렸다. 협회장 선거 때 공약사항인 ‘아시아국제보도상’ 제정을 회의 안건에 붙여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보도상’은 언론 검열로 취재‧보도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세계 도처에 민주, 인권 평화를 이루는데 기여하기 위해서 세계 언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보도상’ 제정이 필요했다.
세계적으로 대표하는 언론상은 △신문 분야의 퓰리처상 △국제 영상저널리즘상인 로리펙상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 등은 현재 영국과 미국이 독과점하고 있는 ‘세계 3대 언론상’이다. 로리펙상은 199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10월 쿠데타를 취재하다 숨진 영국의 영상기자 로리 펙(Rory Peck)을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된 상으로, TV보도영상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세계 각국에서 시상하는 105개 국제언론상을 분석했다. 국제언론상은 대체로 종합적인 부문의 상과 평화, 인권상이 많았다. 특히 힌츠페터국제보도상과 경쟁력이 있고 국제보도상 중에 전문적이고 특화된 상은 로리펙상(Rory Peck Award)이었다.
이 상에 버금가는 국제보도상을 제정하기 위해 국내외 언론, 연구자 등에게 확인 조사를 했다.
한국은 시민이 독재 정권과 싸워서 민주화를 이룬 국가이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미국에 의해 민주화가 된 나라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에서 독재 정권과 싸우고 있는 국가들에게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민주, 인권, 평화에 기여하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은 큰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문적이고 특화된 국제보도상을 제정하는 것은 앞으로 미국, 영국이 독과점 하고 있는 세계 3대 상에 버금가는 국제보도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평가에서 전문적이고 특화된 국제보도상의 명칭은 멀티 영상기자로서 민주언론 창달에 기여하고 ‘영상이 펜보다 강하다’는 깊은 인상을 남긴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Jürge Hinzpeter, 1937~2016) 기자의 이름을 딴 ‘힌츠페터국제보도상’으로 하는 것이 적합했다.

▲ 2005년 5월 19일 본 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한 위르겐 힌츠페터(사진=한국영상기자협회)
협회는 2005년 5월 19일 ‘5‧18광주민주항쟁’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힌츠페터 기자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그는 2016년 1월 25일 7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힌츠페트는 독일 제1공영방송사(ARD) 소속 영상기자로 일본 특파원으로 있던 1980년 5월 당시 ‘5‧18광주민주항쟁’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으나 국내 언론은 신군부의 언론 검열 강화 등의 조치로 자유롭게 보도할 수 없었다. 광주의 비극을 취재한 영상을 삼엄한 신군부의 단속을 피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독일 제1공영방송사(ARD)에 전달하여 수차례 보도했다. 해외 언론도 이 영상을 받아 보도함으로써 ‘5‧18광주민주항쟁’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전 세계의 양심적인 세력들은 광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들은 국제연대를 결성해 한국의 독재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2017년 11월 20일, 제25대 전국운영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5‧18광주민주항쟁’을 세계에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제보도상의 명칭을 ‘힌츠페터국제보도상(가칭)’으로 변경하고 국제보도상 제정을 추진하가로 했다.
광주광역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에 반대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 인권, 평화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한 기자를 매년 4개 부문을 수상자로 선정하고 예산 2억 원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광주광역시가 5‧18기념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5‧18언론상’과 ‘5‧18인권상’을 후원하고 있어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추가로 후원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과 ‘5‧18언론상’, ‘5‧18인권상’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이 국내에 갇혀 있는 것보다 해외에 널리 알려 광주를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회‘에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제정에 대한 목적을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제정 목적
힌츠페트 기자 정신 기리고
‘5‧18광주민주항쟁’ 정신 알려.... 민주, 인권, 평화 이루는 것
‘5‧18광주민주항쟁’은 유신체제 연장을 추진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과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는 광주시민 및 전남 도민을 중심으로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싸운 민중항쟁이다. 항쟁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다. ‘5‧18광주민주항쟁’은 1987년에 일어난 6월 항쟁에
많은 영향을 미쳐 한국과 해외에서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아시아에서 국민이 독재 정권과 싸워서 민주화를 이룬 국가는 한국이 최초이다. 우리보다 선진국인 이웃나라 일본도 아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해 전후 미국에 의해 민주화가 된 나라이다.
따라서 ‘5‧18광주민주항쟁’의 운동은 국내에 갇혀 있는 것보다 세계적으로 민주화운동을 알리고 확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전 세계 시민들이 연대한 운동이다.
오늘날 민주 국가라고 하지만 민주, 인권, 평화를 완전하게 이룬 국가는 없다. 그래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제정은 의의가 있고 세계를 향해 더욱 빛날 것이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제정하는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영상이 펜보다 강하다’는 업적을 남긴 힌츠페트 기자의 정신을 기리고 세계 곳곳에서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취재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고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을 전 세계에 알려 민주, 인권,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둘째,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를 알리고, 각 나리의 시민들이 광주를 찾아 ‘5·18광주민주항쟁’의 역사를 배우고 기록하는 것이다.
셋째. 세계 각국의 독재 정권 속에 민주화를 이루고자 하는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민주화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세계에서 독재 정권과 싸우고 있는 나라들에게 ‘5‧18광주민주항쟁’의 역사를 확산시켜서 민주화를 이루는데 기여하는 동시에 한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
2018년 5월 1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서초동에서 당시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승열 아리랑TV 사장, 세계일보 황정미 부사장(현 주필)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은 “한국의 공공외교 확대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국내적인 공감과 국제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제정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 의회가 적극적이지 않은 가운데 2018년 6월 13일 지방자치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과 의회 의원이 교체되면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했다.

▲ 지난 2018년 9월 7일 당시 한국영상기자협회 한원상 회장(사진 가운데)이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이용섭 시장(사진 오른쪽)에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광주MBC 이영범 국장(사진 완쪽)이 동행했다(사진=광주광역시)
2018년 7월 1일, 지방자치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취임했다. 9월 7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이용섭 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힌츠페터 기자 정신을 기리고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을 세계에 알려 자유 민주, 인권, 평화를 이루는 데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회가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에 부정적이었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
2018년 10월 18일, 당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프란시유스코 칼리(Francisco Cali) 부의장(과테말라위원)과 정진성 한국위원(전 서울대 교수)이 광주포럼 참석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포럼이 끝나는 20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이용섭 시장을 만나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세계적으로 민주, 인권을 확산시키는 데 필요하다”며 상의 제정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 시기에 당시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도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이용섭 시장을 만나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상이 제정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이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에 광주광역시의 예산 지원과 행정적 지원을 위해 광주 5‧18재단과 협의가 필요했다. 2018년 1월 24일부로 재단 이사장이 공석이었다. 그동안 협의를 하지 못하다가 2018년 5월, 이철우 제13대 이사장이 취임한 후, 11월 22일 광주5‧18기념재단을 방문해 이철우 이사장과 이기봉 사무처장 및 실무진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이사장은 정부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해외 민주화운동 역사의 이해가 높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에 적극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은 국내에 갇혀있는 것보다 국제적으로 넓혀 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운영 방향과 제정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한국영상기자협회와 광주5‧18기념 재단 공동주최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먼저 갖고 예산 2억원 목표로 하여 시상식은 2020년에 개최하자”고 협의했다.

▲ 지난 2019년 8월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 공동 주최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한원상).
2019년 8월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 공동 주최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 제안을 크게 환영했다. 힌츠페터가 목숨을 걸고 광주의 참상을 취재·보도한 기자 정신과 한국 민주화의 원동력이 된 ‘5‧18 정신’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세계에 알린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며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당시 김학실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사진=한원상)
먼저 재정 문제와 관련해 당시 김학실 광주광역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은 “광주시의회에서 힌츠페터 상의 존재감과 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상의 제정 확보에 노력할 것”이라며“ 예산이나 조례를 제‧개정하는 문제 등 광주시가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고비의 순간
2020년 11월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예산 확보를 위해 마지막 관문을 남겨 놓고 어려움이 있었다. 외부 개입으로 광주광역시가 눈치를 보고 있었고 지방자치제 선거가 1년 7개월 남겨 놓은 상태였다.
김학실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을 놓고 걸림돌이 생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5‧18기념재단 이철우 이사장과 이기봉 사무처장, 광주MBC 김영범 국장이 광주광역시 실무진을 만났다. 필자는 당시 협회의 바쁜 일정으로 광주MBC 김영범 국장이 대신 참석했다. 하지만 결과는 순탄하지 않았다. 김영범 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희망이 없는 답변이었다.
일주일 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과 관련해 담판을 짓기 위해 광주광역시를 방문했다. 이날 실무진을 만나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에 있어서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주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힌츠페터는 영상기자이다. ‘영상은 펜보다 강하다’. 멀티기자로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5‧18광주민주항쟁’을 취재해 전 세계에 알려 한국 민주화의 원동력이 되는 데 기여했다.
둘째, 퓰리처상, 피버디상, 로리펙상이 세계 3대 언론상이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내용적으로 의미 있는 상이므로 전문가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 기자들이 세계 3대 언론상에 버금가는 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얀마, 벨라루스 등의 세계 국가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이 국내에 갇혀 있는 것보다 세계에 확산시켜 민주, 인권,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힌츠페터와 같은 멀티 기자들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이 제정되어야 하고 영상기자 단체인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주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광주광역시 실무진은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의 의의를 깊이 이해했다.
광주광역시의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예산 통과
김학실 의원, 고 이홍일 의원의 노력이 빛났다

▲ 지난 2020년 7월 2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을 위해 당시 한국영상기자협회 한원상 회장(사진 왼쪽 첫 번째)과 5‧18기념재단 이철우 이사장(사진 오른쪽 가운데)이 광주광역시의회를 방문해 김학실 의원(사진 오른쪽 첫 번째)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5‧18기념재단 이기봉 사무처장(사진 오른쪽 세 번째)과 김영범 광주MBC국장(왼쪽 두 번째)이 동행했다
(사진=5‧18기념재단).
2020년 12월 9일,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관련 예산 안이 통과되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주최는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 후원은 광주광역시가 맡기로 했다.
당시 광주광역시의회 김학실 의원은 “코로나19 정국으로 기존 예산도 모두 20% 삭감되는 상황이라 신규 사업인 ‘힌츠페터국제보도상’도 원래 금액보다 많이 감축됐다”며 “내년 3월 추경 때 나머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예산은 1억 7천만 원으로 확정되었다.
김 의원은 “광주 5·18 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국제보도상인만큼 피버디상, 로리펙상과 같은 세계적인 상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홍일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2025년 2월 6일 사망)은 2020년 11월 광주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 ‘40년 만에 명예 회복하는 5‧18민주화운동’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며 “‘세계 3대 언론상’, 특히 ‘로리펙상’에 버금가는 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첫걸음 시작
시상은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총 4개 부문 시상
2020년 12월 23일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아래 협회)와 5‧18기념재단(이사장 이철우)이 4년 동안 추진 해온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이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협회와 5‧18기념재단은 “세계의 민주‧인권‧평화를 위해 취재하다 사망하거나 민주화 확산에 기여한 영상기자를 수상자로 선정하여 5‧18광주민주 항쟁의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고 밝혔다. 시상은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으로 나누고 총 4개 부문을 시상하기로 확정했다.
경쟁 부문은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인도주의적 영상에 수여하는 임팩트상(나중에 기로에 선 세계상으로 변경), 시의성에 초점을 둔 우수 영상에 시상하는 뉴스상, 탐사 보도 영상에 수여하는 특집상 등 3개 부문으로 나누고, 비경쟁 부문은 민주·인권·평화에 크게 기여한 영상기자 또는 사망자에게 수여하는 공로상이 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이 확정되자, 그동안 국내와 해외에서 자문해 줬던 지지자, 언론들이 잇따라 환영했다. 특히 힌츠페터 기자에게 ‘5‧18광주민주항쟁’을 취재하는 데 처음 알린 파울 슈나이스(2022년 2월 사망) 목사는 “매우 기쁘다”면서 “이 상이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라이펜 슈툴 주한 독일대사는 2021년 3월 5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가 주한 독일대사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동안 광주에서 열리는 5.18 관련 행사에 참여해 왔다”며 “힌츠페터의 활약과 정신을 기리는 국제보도상이 제정돼 감사하고 기쁘다. 반드시 시상식에 참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ARD방송사에서 심사 참가는 물론이고, 독일의 언론단체, 기자단체 등이 ‘힌츠페터국제보도상’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주한 독일대사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5월 18일, 5‧18민주화운동 41주년 SNS 메시지를 통해 영화 <택시 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떠올리면서 “오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며 기록했던 그의 뜻을 기려, 오는 10월부터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시상한다”면서 “광주가 성취한 민주주의 가치를 세계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본다”면서 “오월 광주와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이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2021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첫 시상식 열려
2021년 10월 27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코바코홀에서 2021년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첫 시상식이 열렸다. ‘기로에 선 세계상’에 벨라루스의 메케일 아르신스키, 뉴스부문에 미얀마의 노민과 콜린(가명), 특집부문에 이탈리아의 브루노페데리코, 비경쟁부문에 대한민국의 고 유영길 영상기자(미국 CBS방송)가 각각 수상했다.
당시 국내외 언론은 “세계 곳곳에서 정의와 민주, 인권과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취재현장에서 수많은 ‘힌츠페터’ 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실을 취재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고 밝히고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일본 교도통신 및 지역신문, 싱가폴CNA, 폴란드 벨사트TV(Belsat TV), 아프리카 가나신문, 아리랑TV 등에서도 보도해 국제적인 반향을 이끌었다.
이날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이 오월 광주정신과 함께 세계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우리 광주는 앞으로도 정의를 지켜내는 민주시민들, 현장에서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는 기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며,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이 민주‧인권의 가치를 담은 대표적 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서면 축사를 통해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기록했다”며 “80년 광주의 진실은 그의 기록에 의해 힘을 얻었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오월 영령들의 뜨거운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기록하는 세계 언론인들에게 큰 용기와 격려가 될 것이다”며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에 앞장선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역사의 기록에 남긴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은 지난 4년간 포기하지 않고 긴 여정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광주광역시와 광주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새로운 논리로 상대를 설득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서 인내와 도전으로 부딪히면서 제정되었다. 여기에 많은 협조와 지원이 있었다.
당시 광주광역시에는 이용섭 시장, 윤목현 민주인권평화국장(현 5‧18기념재단 이사장)이 최종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5‧18기념재단에는 이철우 이사장, 이기봉 사무처장,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미경 이사장, 재외동포재단 한우성 이사장,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위원 정진성 (서울대 교수),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프란시유스코 칼리(Francisco Cali) 부의장(과테말라위원), 언론인 아리랑TV 이승열 사장, 한국일보 이준희 사장, 세계일보 황정미 부사장(현 주필), 방송통신위원 김창룡 상임위원 (전 인제대 교수)의 관심과 협조가 있었다.
‘힌츠페터상국제보도상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이 통과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 당시 광주광역시의회 김학실 의원과 이홍일 의원(2025년 2월 사망)이 있었다. 그리고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회에 예산안이 통과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당시 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지역 이병훈 국회의원이 있었다.
또, 문재인 정권 당시 대통령 비서실 이기헌 시민참여 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상훈 홍보기획 행정관도 많은 도움을 줬다.
영상기자 김영범 전 광주MBC 국장과 서재덕 전 KBS 부장은 당시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회를 방문할 때마다 항상 건물 입구에 기다려 동행했다.
이외에 자유, 민주, 인권 평화에 관심 있는 연구자 및 단체, 퓰리처상 수상자, 국제보도상 연구자, 국내 언론사 기자, 외신 기자 및 해외 동포들의 관심과 협조가 있어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이 제정되었다는 것을 역사의 기록에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