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팀킴’은 김경두의 ‘킴’이었다
지난 11월 8일, 대구의 한 세미나실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평창 동계 올림픽의 스타‘ 팀킴’이 있었다. 그들은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 아마 평창에서 이들을 취재해 봤던 기자라면 누구나 이런 날을 예상했을 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들과 한 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듣고도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설마 이렇게 유명해진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자칭‘ 팀킴의 아버지’라고 했던 김경두 씨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팀킴의 사유화를 넘어 자신의 영광을 위해 팀 킴을 와해시키려 했다.
김경두 씨를 만나기 위해 의성으로 갔다. 그 사이 팀 킴 멤버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라가 더 시끄러워졌기에 김 씨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최초에 이사태를 기사화했던 우리가 만나야 했다. 집을 찾고 동선을 파악하려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김 씨와 그의 가족의 지문만으로 열린다는 컬링장은 여전히 쇠사슬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의성군청 역시 김경두 씨에 대한 피로도가 이미 상당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성 컬링장은 군청의 공공시설인데 김 씨는 군수를 비롯해 컬링장 시설을 궁금해하던 외신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원장도 아니고 회장 직무대행도 아닌 데도 말이다. 그를 만나야 할 이유는 그것 말고도 차고 넘쳤다. 일단 과거 취재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김 씨와 그의 딸인 김민정 전 감독의 차량을 파악한 뒤 기다리기로 했다.
당일 뉴스를 송출하고 밤 10시경이었다. 컬링장 주변의 차량만 보고 있었는데, 문득 뒤편을 보니 사무실 창문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정문의 쇠사슬도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급하게 움직였다. 내부를 확인하려다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리라고 판단해서 우선 건너편 아파트 후미진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후 그의 차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서 김씨의 차를 발견했다. 차에 적힌 전화번호도 일치했다. 단 한 번의 기회뿐이라는 생각에 실수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를 눈치 챌 수 없게 건너편 아파트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잠복했다. 김씨가 나오는 모습을 촬영할수 있고 이후에 우리를 피할 수 없는 위치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작전을 짰다. 얼마나 지났을까, 손에 서류뭉치를 들고 조용히 나오는 김경두 씨와 그의 아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지문 장치를 잠그는 모습도 촬영했다. 의혹만 있던 장면이다. 올림픽 당시부터 인터뷰 컷으로만 쓰이는 김씨의 실제 모습이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다가서서 인터뷰를 시도하자 김경두 씨는 곧바로 자리를 피하면서도 자신은 일평생 컬링에 헌신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털고자 감사가 끝나면 곧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경두 씨의 말과는 달리 그가 억울함을 벗기 위해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미 김씨 일가가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일 년을 넘는 추적으로 SBS의 취재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규명되어야할 일들은 여전히 더 남아있다. 그동안 제기된 팀 사유화 정황을 비롯해, 사비를 털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착복해온 여러 지원금의 행방, 이중 청구와 같은 의혹은 앞으로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 진실규명’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때까지 김경두 씨와 그 가족들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SBS / 최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