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구잡이’콘크리트 타설> 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지역뉴스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G1강원민방 이광수 기자 (사진 왼쪽)
“선배! 지금 붓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낮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3월 초, 봄비라고 하기엔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던 시기에 취재진은 떨어진 체온에 몸을 떨며, 드론을 주의 깊게 보고 있던 중이었다. 같이 취재에 나선 막내 취재기자가 지목한 곳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펌프로 끌어올린 콘크리트를 정확히 아파트 구조물에 붓고 있는 현장이 발견 됐다. 비가 내릴 때 콘크리트를 붓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자 즉시 현장 취재에 나섰는데, 드디어 ‘현장’을 잡은 것이다.
문제는 영상으로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것이었다. 취재가 시작된 후 비가 내리거나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는 무조건 현장으로 출동했다. 물론 허탕을 칠 때도 있었다. 일말의 가능성만 보고 현장 근처에서 무작정 기다리던 중 공사장 진입로에서 레미콘 차량이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현장 그림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인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당시 날씨는 무척 흐렸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고, 취재진의 옷과 장비는 축축해져 영상을 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일반 카메라로는 도저히 촬영이 어려워 드론을 띄웠다. 비를 맞으면 기계 결함이 생길 수도 있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건설 자재와 부딪힐 위험도 있었지만, 의지할 것은 드론밖에 없었다.
다행히 드론은 무사히 돌아왔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 현장에서 취재하는데 설득이 쉬웠다. 콘크리트에 굵은 빗방울이 쉴새 없이 뚝뚝 떨어져 섞여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같은 방식으로 서너 곳의 현장을 방문했다. 취재 기자들은 현장 노동자들을 취재했고, 전문가들을 통한 심층적인 검증도 이어갔다.
노력했던 만큼 반향도 적지 않았다. 현장은 모두 비가 올 때 콘 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지 않고 있고, 이런 긍정적인 현상은 지역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기획 기사에서 기자들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는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영상을 확보’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하지만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취재를 해서 잘못된 일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기자로서 그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기사가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광수 / G1 강원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