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시리즈 ‘듣다’> 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 한 KBS 지선호, 권준용 기자 (사진 왼쪽에서 부터)
취재기자의 내레이션 없이 인터뷰이의 목소리만으로 구성한 5~7분의 인터뷰 콘텐츠를 기획하는 건 꽤 막막한 일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성폭력 생존 화가, 연극계 내부의 미투 고발, 관광업계 만연한 성폭력을 토로하는 통역사, 서류에 탈북민 출신 이력을 지워야만 임용이 가능했던 교수, 갖은 인신공격에 시달려온 세월호 어머니들, 쌍용차 노동자들, 투표권을 외치는 청소년들... ‘여검사’가 아니어도, ‘유력 정치인의 비서’가 아니어도, 지상파 TV 화면을 빌지 않더라도, 그간 제도 권 뉴스에서 충분히 대변되지 못한 계층의 목소리를 실어 나르는 디지털 뉴스를 만들고자 했다.
영상기자의 업무는 지난 10여 년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ENG카메라로 캐치해온 현장 영상만으로 리포트 하나를 온전히 커버하지도 못하게 되었고, (스트레이트성이 아닌 ‘기획 취재’라면 더더욱) 관점을 갖고 직접 촬영한 나의 영상 외에도 다른 영상기자의 취재물에 더해 다종 다기한 외부 제공 리소스를 그러모아 엮어내는 복합적인 모자이크화(畫)가 곧 방송뉴스가 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단일 현장 촬영의 단판승부로 끝나지 않는 영상취재 업은 점점 gathering에 가까운 일로 변모되어가고 있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 연설에서 한 유명한 말을 톺아보자. “My story is about connecting the dots.” 곧, ‘창의 성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 는 것. 그것은 기획-탐사취재의 본질과도 같다. 파편화되어, 어쩌 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조각조각의 팩트를 파고들어 그 개별 사실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 그래서 하나의 커다란 진실의 지도를 복원해내고, 뉴스 구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 디지털 뉴스 시대의 흐름은 그 ‘연결’ 작업에 있어서 영상기자에게 점점 불리한 환경을 압박해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화질이 이미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연결’의‘ 숱한’ 재료 중의 하나 로서 9kg짜리 ENG카메라로 ‘gather’한 나의 영상 클립과, 유튜브 의 스마트폰 영상 클립에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가 있는가? 남들은 선을 그어 지도를 펼치고 입체를 만드는 데, 우리는 스스로 찍은 점 dot이 아마추어의 점 dot보다 좀 더 선명하고 정원형에 가깝다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비교우위를 애써 설파하고 있는 건 아닌가?
챙길 취재 건은 많고, 장비는 다양화되고, 인력은 부족하고,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지금, 젊은 일부 후배 영상기자들을 제외하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편집’ 행위를 스스로 놓아버리고 있는 업계는 점점 더 ‘dot’만을 찍는 미세 공정의 함정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진 않는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업이었다. 취재기자와 경계를 허물고 협업해 스스로 ‘dot gatherer’가 아닌, ‘dot connector’로서의 역할을 고민해 본 결과물이다. 격려가 되는 이번 기획보도부문 수상에 감사를 드린다.
지선호, 고형석, 권준용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