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2 15:10

영상기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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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자를 꿈꾼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문학 강의에서 보도영상에 매료되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대한 강의였다. 교수님은 이 작품의 배경에는 스페인 내전의 사진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세상에 알렸던 로버트 카파라는 종군기자를 소개해 주셨다. 내가 보도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놀라움을 느꼈던 순간이다. 로버트 카파의 사진 중 어느 병사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죽는 순간을 담은 사진을 보고 나는 전쟁 그 자체로서의 잔혹함을 느꼈다.

 

 그  흑백 프레임 속에는 한 사람의 죽음뿐이었다‘. 총탄을 머리에 맞은 병사의 죽음.’ 이렇게 몇 마디로 간단하게 표현될 수 있던 순간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쟁에 대한 아주 본질적인 메시지를 지니게 됐다. 이때 보았던 사진들이 내가 나의 진로를 정하게 된 계기였다. 문학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던 나는 이미지를 통해 마치 시처럼 압축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설처럼 논리적인 내러티브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미지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상기자를 꿈꾼다.

 

 영상기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이후, 내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학교 학생홍보대사 사진·영상 팀에서 활동하며 내가 찍은 영상이 지역 방송국에서 보도되기도 했고, 제12기 대학생 명예카메라기자로서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취재현장의 모습과 현안들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영상기자를 꿈꾸기 시작 했을 때의 사진들을 보며 내가 꿈꾸는 영상기자를 보다 선명하게 그려본다. 내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로버트 카파의 사진에서 당시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이미지를 담은 기자의 상황이다. 대중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찍기 위해‘ 영상기자가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자문해보았다.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에 적절한 셔터 속도와 심도, 노출을 충분히 고려해 프레임 안에 대상을 담아낼 수 있었을까.

 

 결국 영상에 의미를 담기 전에, 영상기자는 기본적으로 촬영에 능숙한 전문가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대상을 놓치고 말 것이다. 촬영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높은 이해부터 촬영 장비를 능숙하게 다룰 숙련도까지 겸비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영상기자가 ENG 전문가의 영역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드론은 이미 영화, 드라마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취재현장에서도 쓰이고 있다. 아직 드론만큼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VR 영상 역시 상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스마트폰은 또 어떠한가.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이 FHD 60fps은 물론이고 4k 동영상 촬영까지 지원한다. 이러한 최신 촬영 장비들이 ENG를 절대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뉴스 영상 플랫폼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뉴스 소비 플랫폼마다 이용자 연령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다양한 장비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이용한다는 직업의 특수성으로 영상기자는 항상 영상기술의 발전과 발을 맞춰 가야 한다.

 

 영상기자의 기술적 측면 외에도 기자로서의 사명과 보도윤리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을 해보았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대이다. 사건·사고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 뉴스에서 제보 영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상기자의 정체성은 영상 문법에 기반한 촬영 능력, 장비 활용 능력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상기자는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가진 취재현장 최초의 게이트키퍼이다.

 

 케빈 카터라는 종군기자의 <독수리와 소녀>라는 사진에서 나는 영상기자가 가진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굶주림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소녀와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 삶과 죽음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이 순간에 케빈 카터는 셔터를 눌렀다. 그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소녀를 먼저 구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나서 자살을 택했다.

 

 하지만 기자로서 케빈 카터가 윤리 의식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당시 남수단의 처참한 상황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그 곳에 갔고, 게이트키퍼로서 그 곳에서 무엇을 찍을지 선택했다. 독수리는 시체만을 먹이로 삼고, 그 앞의 소녀가 독수리의 먹잇감으로 희생당할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케빈 카터는 사진을 찍은 후 곧바로 독수리를 쫓아내 소녀를 구했다.
 

 그리고 그가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세계는 수단의 상황에 집중해 세계적인 구호 활동이 펼쳐졌다. 취재현장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 기자의 사명감과 윤리 의식 사이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치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카메라기자가 되어, 사명과 생명 사이의 갈등을 하게 될 때에 케빈 카터와 같은 판단을 내리고 싶다. 윤리 의식의 결여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2012년 <뉴욕포스트> 1면에 실린 한국인 지하철 사망 보도이다. 대상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면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특종을 택한 것은 기자의 사명감이 아니라 윤리 의식의 부재이다. 어떤 가치도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현장 경험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대학생의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바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영상기자가 되고 싶다. 사명감을 가진 기자이자 영상 전문가. 이 둘 중 하나만을 바랐다면 나는 영상기자를 꿈꾸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판단과, 나의 영상취재와, 나의 사명감이 세상의 어두운 면을 조금이나마 비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영상기자를 꿈꾼다.

 

 

정진철 / 제12기 명예카메라기자(전북대)    정진철 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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