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매일매일 해야 하는 리포트 취재와 제작에 정말 물 흐르듯 소리 소문 없이 휘리릭 2년이 지나갔다.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도 없이.
2003년부터 시작된 영상기자로서의 삶! 나도 벌써 17년 차 영상기자라니 세월의 흐름이 알 길 없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뒤 돌아보게 된다.
1년 365일,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고 또 취재를 했다. 취재데스크에 의해 선택된 아이템을 영상 데스크의 배정에 따라서. 언제 했을지 모를 비슷한 아이템의 더미 속에서 늘 새로운 것을 찾아 그렇게 열심히 일했다. 가끔은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도 하고, 일 외 활동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 이 일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는가? 또 언젠가부터 난 공식화된 정형적 영상 구성에 젖어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는가? 의문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장비도 사용해 보고 영화, 다큐멘터리, 해외 뉴스 등도 찾아 보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최선이고 이것이 최고야. 사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에 젖어 하루하루 타협하며 살아왔다.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최고이며 무엇이 새로움인지 나 자신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우연히 6년 전부터 떠밀리듯 시작하게 된 ‘영상뉴스 시리즈’, 또 직접 연출한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던진 첫 물음이자 숙제였다. “정말 할 줄 아는 것이 리포트 취재, 제작밖에 없는가?”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과 한정된 일에 치여 살면서 나는 어떤 늪에 빠져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로소 이 도전을 통해서 새로움 그리고 큰 행복을 느꼈다. 물론 시련도 많았다.
내 일과 임무에 대한 장애물을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고 또 다른 세상을 생각할 수 있었다. 나에겐 기회이자 설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2019년 4월 1일, 순환근무를 끝내고 난 다시 대전으로 돌아간다. (우연히도 기회가 다시 왔다.) 5년 전 경험한 큰 새로움을 다시 한번 느껴 볼 참이다. 가끔 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할 생각이다. 잘 되든 잘 안되든 나에겐 짜릿하고 즐거운 도전이 될 테니까.
지금 나는 다시 설렌다.
심각현 / KBS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