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보호 대상,
공인 개념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
포토라인 운영 “입장 발표, 사실여부 확인, 질의응답 포함된 형태로 변해야”
▲ 이응철(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 검찰연구관) (사진 가운데)이 토론자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열띤 논의가 오간 주제는 단연 수사기관 ‘포토라인’ 문제였다.
참석자들은 포토라인이 기본적으로 인격권 침해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포토라인은 필요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효균 더팩트 사진부장은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서는 순간 국민들은 그 사람이 유죄라는 심증을 갖기 쉽고 그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자들이 누군가를 낙인찍는 것에 동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놨다.
검찰청 출입 반장을 맡고 있는 조태흠 KBS 기자는 “공인은 인격권이 침해되더라도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일의 당사자일 경우 자신의 입장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포토라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면 굳이 포토라인에 세울 필요가 없겠지만, 피의자가 언론 앞에서 자연스럽게 입장을 밝히는 문화가 정착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적 관심을 갖는 사안이 생겼을 때 당사자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현실적으로 포토라인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포토라인이 지금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고 봤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포토라인이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공적 인물, 명백한 공적 사안의 경우 포토라인을 ‘포토’용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피의자가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거나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가능한 형태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효균 부장도 “피의자로 지목된 인물에게는 포토라인에 서서 사실과 의견을 국민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이 교수가 얘기한 입장 발표와 사실 여부 확인, 질의응답이 조합된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피의자와 언론)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이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고 하면 정말 안 할 수 있는가?’, ‘포토라인에서 내 입장을 당당하게 표명할 배짱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성폭력범이 눈 똑바로 뜨고 자신의 입장을 말한다면 그런 장면은 나가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질의를 통해 “포토라인에 대해 보수적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종서 경찰청 수사기획 계장도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소환·출석 일정이 공개되면서 포토라인이 설치되는 것이므로 (사건 관계자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소환 일정을 비공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 다.”면서 “다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적 사안이나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소환 직후 반드시 언론에 소환 사실, 장소, 내용에 대해 일반적인 공보 절차에 따라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나준영 MBC 부장은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경찰관들의 초상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언론이 어떻게든 취재해 보도했다.”며 “역사의 기록이라는 저널리즘적 측면도 같이 고민하면서 포토라인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검찰 쪽 토론자로 참석한 이응철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 검찰연구관은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포토라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연구관은 “최근 인권 침해 문제가 많이 주목받게 되면서, 우리(검찰)도 내부에 연구 모임이 구성되었다.”며 “내가 32년 만에 ‘영상 보도 가이드라인’ 세미나에 참석하는 이유도, 여기서 말씀을 듣고, 또 말씀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먼저 “포토라인과 관련해 검찰이 사실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소환 일정을 공개해 사실상 피의자가 언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데 대해 “스스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이어 “포토라인 자체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모든 포토라인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라며 “수사기관, 언론,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모두가 개념을 공감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따르고 있는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사용된 용어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서 사용된 용어의 개념에 간극이 있는 만큼 “초상권 보호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공인에 대한 개념이 어디까지인지, 이런 것들을 합의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사공보준칙’과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관은 “2~3개월가량 논의를 거친 뒤 다시 한번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개선·보완하는 작업에 동참해 줄 수 있느냐”는 이승선 교수의 제안에 “개인적으로 답변드릴 문제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검찰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연락이 되면 내가 아니라도 참석은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양재규 변호사는 “많은 수사 상황이 하나하나 다 보도되는데, 그에 대한 논의는 빠지고 포토라인만 논의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포토라인 자체에 논의를 집중하기보다는 범죄보도 전반에 걸친 인권 침해 문제가 논의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