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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마저 생성한다보도영상 파고드는 AI 가짜 영상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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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해외 언론은 가짜영상을 검증하는 팀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KBS는 AI를 활용한 영상으로 이란 전쟁 뉴스를 보도했다. 사진 출처: KBS


 미사일이 오가는 전장보다 더 치열한 전쟁이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두바이의 명물 부르즈 할리파가 폭격에 무너지고,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화염에 침몰하는 장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잔해에 피를 흘리며 깔려 있는 사진과 영상들. 얼핏 보면 진짜처럼 보이는 이 영상들은 AI가 만든 가짜뉴스다. 이란 대사관이 공식 계정에 올린 '피 묻은 아이의 가방' 사진조차 AI 생성 이미지로 드러났다. 이란전이라며 현지에서 찍은 영상이라는 가짜 꼬리표가 붙은 영상들은 빠르게도 퍼져나간다. 조회수는 유가보다 더 빠르게 치솟는다.

 

 사실 영상기자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본다면 진짜가 아닌 단서들은 참으로 많다. 항공모함이 불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 여유롭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드론 영상을 찍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피를 흘리며 건물더미에 깔려 있는 사진은 그럴싸하다. 그런데 하메네이의 얼굴만 신기하게도 잔해더미 밖으로 나와 있는 것 하며, 구조대원들이 하메네이를 구출하지 않고 병풍처럼 서 있는 것이 참으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연출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 않다.

 

 가짜 영상이 늘어나면서 속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진짜 영상마저 못 믿게 만드는 진실성의 동반 하락이 더 큰 문제다. 가짜가 넘쳐나면 진짜마저 의심받는다. '리얼리티 콜랩스(Reality Collapse)'. 가짜를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 어떤 증거도 효력을 잃는 세계. 어찌 보면 AI 심리전의 최종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가짜뉴스가 넘치는 상황에서 외신들은 사전에 준비한 조직을 빠르게 가동시켰다. 이 혼란 속에서 BBC는 검증팀 BBC Verify를 전면 가동했다. 60명의 전문가들이 지오로케이션, 위성 이미지 분석, 역방향 이미지 검색으로 영상의 진위를 가리고, 그 검증 과정 자체를 뉴스로 내보냈다. "우리가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것." 투명성이 신뢰를 만든다는 철학이었다. AP는 수년 동안 기자들과 개발자들이 함께 만든 플랫폼인 AP Verify를 런칭하고 회원사들이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같은 시기 KBS는 다른 선택을 했다. KBS 뉴스9는 이란 전쟁 미군 구출 작전을 보도하면서, 154초짜리 리포트 중 약 1분을 AI가 만든 가상의 영상으로 채웠다. 제목은 '빈 라덴 잡은 최정예 부대 투입"God is good"'. KBS"사실에 입각해 상황을 재구성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청자는 그것이 재구성인지, 현장인지, AI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더 문제다. 지난해 9KBS 뉴스9는 북··러 정상의 회동 장면을 AI로 합성해 보도했다. 화면 구석에 'AI 제작 영상'이라는 자막이 달렸지만, 그 자막을 보는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언론계는 즉각 반응했다. "BBC는 가짜 영상을 골라내기 위해 별도 팀을 운영하는데, KBS는 스스로 가짜 영상을 만들고 있다.“

 

 제도적 대응도 미흡하다. MBC"가짜 전쟁 가려내느라 또 전쟁"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 팩트체크 체계의 공백을 지적했다. 가짜 영상은 빠르게 퍼지는데, 검증은 느리고 인력도 없다.

 

 결국 이 문제의 답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영상과 이미지에 전문성을 갖춘 영상기자들이 가짜 뉴스의 홍수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각 소속사가 제도적 토대와 실질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지오로케이션을 읽고, 메타데이터를 분석하고, AI 생성 영상의 흔적을 포착하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BBC Verify60명의 전문 인력으로 운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검증은 의지의 문제이기 이전에, 투자의 문제다. AI가 전쟁의 무기가 된 시대에, 영상기자의 전문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언론이 진실의 편에 설 수 있는 마지막 조건이다.


KBS 신봉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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