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9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사진1).jpg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사진2).jpg

 

 “잡았다!”, “꿀맛!”. 

 ‘생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모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이다.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촬영지에서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고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제법 재미를 주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의문이 하나 생겼다. 저렇게 생물을 사냥하고 요리해서 먹는 게 저 나라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결국, 사달이 났다. 태국에서 천연기념물인 대왕조개를 사냥하고 시식하는 걸 방송에 내보냈다가 출연자와 제작진이 태국 정부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석연찮은 해명과정에서 결국 사냥 장면을 촬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조공문까지 보내고도 사냥과 촬영을 한 일이 들통나고 말았다. 그런데, 사과문은 이랬다.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중략)... 대왕조개 채취 및 촬영과 관련, 현지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후략)>

 

 또 다른 의문이 하나 더 생긴다. 그 현장의 수중 촬영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물속에서의 촬영을 배우기 전에 스쿠버 교육을 받았을 것이고, 수중 수렵과 채취는 거의 모든 교육단체에서 금기시한다. 국내에서 그런 행위가 수산자원관리법 위반인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역시 금지되거나 허가가 필요한 일인 걸 절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생명과 환경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속 인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11년 전 이맘쯤 처음 바다에 눈을 떴다. 일을 위해 하게 된 만큼, 얼마 안 지나 수중촬영도 시작하게 됐다. 기고, 걷고, 뛸 수 있어야, 심지어 뒤로도 뛸 수 있어야 땅 위에서 제대로 촬영을 할 수 있듯, 물속에서도 뛰는 수준 이상으로 몸을 편하게 가누고 움직일 수 있어야 수중촬영이 가능하다. 그저 움직이는 것을 넘어,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즉, (중성) 부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갑작스러운 상승과 하강으로 인한 압력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부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과 바다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프리다이빙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인위적 호흡 장치와 부력조절 장치, 추진 장치를 가지고 한정된 시간만큼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바다에 우리는 ‘명백히 언제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어류, 갑각류들, 산호들, 해초들, 심지어 돌멩이 하나도 우리는 만날 수 없는 존재로 설계되어 있었다.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정해져 있던 존재들끼리 마주치면 문제가 생겨난다. 자라는 데만 족히 30년은 걸린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테이블 산호에 마치 공룡 발자국 화석처럼 보이는 몰지각한 인간의 오리발 자국이 남겨지는 걸 보았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니 겁을 먹고 방어하는 사나운 물고기에 물려 피를 흘리는 사람도 보았다. 겁 없이 손을 뻗어 작은 복어를 만져보려다 복어가 몸을 숨긴 독 품은 산호와 히드라에 쏘여 수십 분 동안 식은땀을 흘리는 사람도 보았다 (부끄럽지만 이건 제 얘기입니다).

 

 바닷속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불청객이 된다. 질서로 가득 차있는 곳이기 때문에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함부로 손을 대거나 잡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바닷속 첫 번째 규율이다. 기억과 카메라의 메모리에 담아오기만 할 뿐, 그곳을 휘젓고 부수지 않으려고 잘 움직이고 잘 머물러 있으며 가만히 멈춰 서서 지켜볼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생물 교과서에서 우리보다 열등한 생물이라고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의 주인인 바다의 생물들을 얕보지 않고, 무엇보다 건드리거나 부수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거친 파도와 조류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바다가 품을 내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 밖과 달리 다이빙 중 멈춰서 가만히 있는 것은 더 힘들다. 바닷속을 느끼고 싶고 담아오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이 가만히 멈춰서서 생각해 봤으면 하는 점이 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몇 안되는 것 중 한 가지를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 속에서 말이다. 이것저것 해보고 싶겠지만 물에 들어갔을 때 바로 이 한 가지를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구본원 / MBC    MBC구본원 증명사진.jpg

 


  1.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우리는 바다에 늘 손님입니다 “잡았다!”, “꿀맛!”. ‘생존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모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자막이다. 문명의 손길이 덜 미친 촬영지에서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고 지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제...
    Date2019.09.09 Views591
    Read More
  2. [줌인]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다름과 깊이가 있는 뉴스 나열 뉴스는 독재 시대의 욕망을 반영한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특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뉴스는 깊이 들어갈 수 없다. 독재 사회에서 뉴스는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그들(언론)이 가진 특권을 잃는다. 역...
    Date2019.07.02 Views769
    Read More
  3. 이상한 출장

    이상한 출장 “카메라 기자 인생 30년에 가장 굴욕적이었어.” “오죽했으면 내가 출장기간에 억울한 부분을 하루하루 메모를 해놨다니까.” “이런 출장 인지도 모르고 갔지.” “갔다 와서 엄청 싸우고 다신 안 간다고 ...
    Date2019.07.02 Views780
    Read More
  4.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아리랑 ‘영상기자’만이 갖는 독특한 영역 ▲ 아리랑국제방송 스튜디오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에서 ‘국제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방송 중인 거의 유일한 채널이다. 어느덧 개국한 지 20여년이 흘렀다. 긴 세월이 말...
    Date2019.07.02 Views798
    Read More
  5.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 영상기자와 MNG 저널리즘 현재의 MNG(Mobile News Gathering)는 고화질 원본 영상을 HEVC 코덱(H.265)으로 압축한다. 모바일 통신망(LTE, 3G 등)을 통해 송출하는‘ 저용량 고효율’ 방식을 사용한다. 불과 1~2Mbps의 대...
    Date2019.07.02 Views1531
    Read More
  6. 기억의 상처를 안고

    기억의 상처를 안고 ▲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시커멓게 변한 한강은 점점 수위를 높이며 주변 공원들을 삼켜나갔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폭우에 취약시설이 붕괴되고 저지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
    Date2019.07.02 Views690
    Read More
  7.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새내기가 본 영상기자의 역할 뉴미디어 부서 생활 6개월, 이곳에 있다 보니 영상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 고민하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뉴스 영상을 책임진다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우리가 만들던 뉴스가 TV를 벗어나 여러 형태로 확장되면...
    Date2019.07.02 Views984
    Read More
  8.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나열하려는 욕망의 바닥 하루 중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일이다. 어떤 사건이 뉴스 가치가 높은가? 누가 혹은 누구의 말이 오늘 더 집중 조명될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개인마다 천차만...
    Date2019.05.08 Views681
    Read More
  9.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매년 반복되는 풍경 헬기 위 영상취재 몇 달 된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지난 2월 1일, 수도권 상공에 헬기 2대가 떴습니다. 매년 한다는‘ 경찰청 설 명절 고속도로 교통상황 및 귀성길 장면 취재’를 위해서였습니다. (상황이 대...
    Date2019.05.08 Views785
    Read More
  10.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계 뉴스 취재 현장의 실상 기독교 뉴스 CBS 뉴스는 기독교계 내부의 일반적인 영역만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와 사건들이 한국 기독교계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
    Date2019.05.08 Views713
    Read More
  11.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다시 찾아온 기회 그리고 설렘 2017년 4월 KBS 대전방송총국을 떠나 인구 10만의 작은 시골도시 충남 홍성으로 내려왔다. 내겐 입사 후 2번째 순환근무 지정이었다. 취재기자 2명과 영상기자 1명(나)이 7개 시, 군 지자체와 도청, 교육청 그 관련 기관들을 모...
    Date2019.05.08 Views671
    Read More
  12. 뉴스는 건축이다

    뉴스는 건축이다 국회 의사당 기본설계 자리를 지킨 건축은 시대를 증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호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존재한다. 건축물을 통해 인간은 과거를 기억하고 현 시점의 방향성을 얻는다. 만약 영상기자가...
    Date2019.05.08 Views631
    Read More
  13.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가난의 포르노’ 그리고 소수자들 연말 세상은 미디어의 전쟁터이다. 크리스마스의 화려 한 조형물과 캐롤, 휘황찬란한 조명과 광고들의 홍수 사 이로 기업들은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각종 미디어 기 업들은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시청자들...
    Date2019.03.08 Views919
    Read More
  14.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2019년, 다시 영상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올 한해는 나라나 회사나 나에게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한해였다. 파업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파업이라 명명했다) 2017년의 절반을 길바닥에서 보내고 회사로 돌아오니 영상편집부장 업무가 맡겨졌다. 부서를 추스를 겨...
    Date2019.01.03 Views1629
    Read More
  15.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한국의 전략가들이 주시해야 하는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지난 6월 12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 교체 대...
    Date2019.01.03 Views1897
    Read More
  16.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영상기자의 현재와 미래 한국영상기자협회 편집위원 김정은 기자(KBS)가 영상기자들 이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미래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영 상기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번 호부터 총 4편의 글을 영 상기자(협회보)에 게재한다. 제1편 행위와 ...
    Date2019.01.03 Views1377
    Read More
  17.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52시간 근무제를 바라보는 지역방송사 현실 오늘도 시간 외 근무를 신청했다. 아무 리 발버둥을 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봐도 시간 외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 었다. 하루에 리포트 두 개를 제작하고, 틈나는 대로 미세먼지 날씨 스케치를 해 야 하고, 편...
    Date2019.01.03 Views723
    Read More
  18. 2018년을 돌아보며

    2018년을 돌아보며 퇴근길에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네가 김장할 정신도 없을 것 같아서 이모가 해 놓았으니 시간 될 때 찾아가라는 내용이 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고 보 니, 올해도 저물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부 캡을 맡은 지도 1...
    Date2019.01.03 Views667
    Read More
  19.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새해를 맞아 다짐하는 세 가지 다사다망(多事多忙). 2018년 직장인들 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쁨’을 뜻한다. 보름도 채 남지 않은 나의 2018년을 되돌아봤 다. 1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4.27 남북정상회담,...
    Date2019.01.03 Views773
    Read More
  20. [2019년 각오]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2월 4일, 백석역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평소보다 추운 날이었다. 온수와 난방 작동이 멈춘 몇몇 가정을 방문해 취재...
    Date2019.01.02 Views705
    Read More
  21.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자 (중략) 점점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원류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그 기록의 힘과 속기 성을 따라갈 매체가 아직 없지만 대상을 관찰해서 특성을 파악해 다시 재현한다는 관점, 즉 재해석의 관점에서 ...
    Date2019.01.02 Views7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