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올드미디어일까?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에 서는 순간마다 내가 영상기자가 된 것을 실감한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건의 현장마다 취재진이 몰려든다. 빼곡히 채워진 포토라인, 그 사이에 서 있을 때면 긴장감을 느낀다. 동시에 내가 영상기자란 것,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전두환이 광주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로 향하던 날. 나는 아침부터 전두환 자택 앞에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전두환 씨는 이미 집을 나서고 없는 상태였다.
전두환을 옹호하는 보수 유튜버들이 취재진에 시비를 걸었다.
‘있는 사실 그대도 보도하세요.’
‘편집하지 마세요.’
‘너희는 올드미디어, 우리는 뉴미디어!’
그 광경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냉소적인 말이긴 해도 그냥 넘기기는 쉽지 않았다. 편집과 사실 보도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린 올드미디어가 맞는가?
입사 후에 당황스러웠던 몇몇 순간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증거품 스케치. 증거품을 만지고 던지고 하며 촬영하는 풍경이 나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현장에서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액션을 요구하거나 소위 그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나아가 현장은 보여줄 것이라곤 전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을 보여주어야 하는 몫은 오롯이 영상기자 책임이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행위는 조작일까? 윤리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액체로 된 증거품을 그대로 놓고 찍어서는 액체의 물질적 특성을 전달할 수가 없다. 에어컨 실외기 취재를 하면서 단순히 에어컨 실외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을 느끼게 할 수가 없다. 액체를 흔들어보거나 어딘가에 따라 보여 주어야 액체의 물성을 전달할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 앞에 휴지라도 대 봐야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런 액션이나 상황 설정은 과장이나 거짓, 혹은 왜곡인가?
보수 유튜버들이 말 중에서도 귀담아들어야 할 게 있다. 사실과 진실을 영상으로 제시할 의무가 내게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숙제다. 여전히 많은 질문이 미해결 상태다. 편집을 거의 거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은 사실 전달에 충실한 방법일까? 사실과 진실 전달에 가장 부응하는 편집은 어떤 걸까? 자극적으로 사고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어디까지 온당한가?
초상권과 재산권 등 개인의 권리가 높아져 이제는 현장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촬영하면서 이런저런 요건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어렵지만 피해서는 안 된다. 시대는 변했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까다로워진 것이 많지만 우린 시민들의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90년대 카메라 출동과 같이 유치장에 있는 사람이나 무단 횡단하는 사람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시대는 분명 끝난 것이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방송이 올드미디어가 되느냐 마느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과거보다 더 치밀하고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동학 /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