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KBS에 입사한 2006년. KBS 9시 뉴스 시청률은 보통 20% 초중반, 잘 나올 땐 30%가 넘었다. 2019년 현재,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다행인 것일까? 아직 시청률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니.
우리가 즐겨보는 네이버뉴스에서 KBS콘텐츠의 점유율은 겨우 3%대. 디지털뉴스제작부에 몸담은 요즘 내가 매일 고민하는 지점이다. 작년 4월에 3명의 영상기자가 영상취재부를 떠나 디지털뉴스부로 왔다. 유현우, 유성주 기자, 그리고 나. 디지털뉴스 제작부는 취재기자,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인턴 등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곳이다. 나는 주로 데일리 뉴스를 담당하는 뉴스제작팀 소속으로 ‘케이야’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유현우, 유성주 기자는 ‘크랩’ 제작팀에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기획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케이야’, ‘크랩’ 콘텐츠는 유튜브 ‘KBS News’, ‘크랩’ 채널에서 볼 수 있음)
집단의 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디오머그, 엠빅 등과 달리 우린 현재 1인 미디어 시스템 속에서 일하고 있다. 본인의 관심 분야를 취재하거나 취재 원본을 재가공해서 콘텐츠를 만든다.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다 보니) 효율성은 떨어진다. 특히 속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물론 (북치고 장구 치다 보면) 내 개인의 역량이 늘어난다는 장점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획, 섭외, 촬영, 편집, 자막 작성, 기사 작성까지 1인이 거의 다 도맡아 해야 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실제로 자막 작업과 모션그래픽만 편집자에게 넘기고 나머지는 혼자 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디지털 라이브 진행도 개인 몫이다.
▲ 네이버에서 기자 검색하면 나오는 네임카드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디지털뉴스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지금은 영상 콘텐츠를 각 부서에서도 제작하고 있다. 정치부에서는 정치 영상 콘텐츠, 국제부에서는 국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한다. 보도영상국도 [현장영상] 위주로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최상철, 조용호 기자가 인제스트 된 원본 영상을 재가공해 편집, 자막 작업, 기사 작성까지 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업무의 총량은 과거보다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입사할 무렵 생겨난 유튜브는 지금 독보적 거대 영상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 모든 언론사가 어떻게 하면 유튜브 내에서 자사 콘텐츠 조회 수를 늘릴까 고민한다. 디지털미디어 시청 패턴에 따라 편집 기법도 달라졌다. 내가 대학에서 배운 영상 문법도 이 세계에서는 무용지물인 듯하다. 변화가 심한 미디어 환경에서 KBS 뉴스를 살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영상기자의 역할과 미래의 열쇠를 찾는 것이 숙제가 되었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는 진화 중인데 우리는 과연 그 속에서 같이 진화하고 있는가. 직종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이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 역할만 변화하고 있는 건 아니다. 리포트와 단신 기사를 주로 쓰던 취재기자들이 이젠 다양한 형태로 기사를 쏟아낸다. 포털에서 주로 보는 ‘멀티미디어 기사’에 핸드폰으로 직접 찍어온 인터뷰를 넣거나 영상물도 쉽게 첨부한다. 그 과정을 영상기자 도움 없이 혼자서 척척 해낸다. 카메듀서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제작카메라 감독도 있다.
그런 변화 속에 인력난에 허덕이는 우리 대부분의 영상기자들은 시대의 흐름에 적응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 10년 뒤 대부분의 사람이 벽에 걸린 TV를 통해 뉴스를 보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 영상기자는 무얼 하고 있을까? “결국 살아남는 종은 강인한 종도 아니고,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 결국 살아남는다.” 변화는 우리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우리 스스로 그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 비상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생존의 지혜가 절실하다.
임태호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