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힘듭니다. 육아만 하는 것도 너무 힘든데 직장 일까지 같이 해내는 엄마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남성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남성에게도 점점 더 큰 몫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직장 내에서는 워킹대디의 고충이 그다지 조명받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빠가 일하는 것은 당연시되고 가정에서의 육아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워킹대디들이 체감하는 사회 분위기는 그렇습니다.
제 짧은 육아 경험을 통해 일하며 아이까지 키워내는 영상기자 아빠들의 어려움을 몇 가지 풀어 보겠습니다.
저는 생후 200일에 접어든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든이(제 아들입니다) 아빠로 불리는 게 이제는 좀 적응이 된 듯합니다. 국회 4진으로 여당을 출입한 지는 1년 반이 넘었고, 국회로 발령을 받았을 즈음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곧 이든이가 출생했고 저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초보 아빠로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낮에는 보통의 영상기자로, 밤에는 이든이의 주 보육자로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마다 육아에 처한 상황과 참여도가 각기 다릅니다. (이 글은 비교적 참여율이 높은 남편들을 기준으로 작성한 글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조부모가 육아를 도와주면 상황이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읽어 주십시오.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큰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사람은 당연히 아내일 것입니다. 출산하며 겪는 신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이후 양육을 위해 (육아 휴직을 했다면) 아이와 24시간을 함께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자신의 삶은 아예 없어져 버리게 됩니다. 그래도 아빠는 직장으로 출근하면 낮 동안은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아내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엄마들에게는 가장 힘든 점일 것입니다.
회사 퇴근은 곧 육아로의 출근
엄마만큼은 아니겠지만 아빠도 육아와 시작되면서부터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우리 경우에 취재 현장에서 겪는 업무 강도가 하루하루 다른데, 집에 도착하면 육아 의무는 매일 그대로입니다. 힘든 취재를 하고 왔으니 육아는 하루 쉬고 싶다고 투정할 수가 없습니다. 20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육아를 하며 제가 감당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더군요. 아마 워킹대디라면 누구나 많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아이가 없을 땐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생긴 뒤론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출근합니다. 육아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는 직장 출근보다 오히려 가정 출근이 몇 배 더 피로하게 느껴집니다. 총각 때는 그리 싫던 휴일 근무를 제발 하고 싶다고 느꼈을 정도로요. 주말에 육아로 쌓인 피로를 회사에 출근해서 쪽잠으로 푸는 아빠들, 저 말고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때도 있지만, 육아는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입니다. 남편이 아무리 열심히 육아를 해도 아내 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두려운 추가 근무들
우리 일은 일반 직장인들처럼 매번 정시 출퇴근이 어렵습니다. 이슈가 생기면 무조건 현장에 가야 합니다. 영상기자 가족들도 이 점을 잘 압니다. 하지만 집에 아이가 생긴 후론 남편의 추가 근무가 곧 아내의 독박 육아 연장을 의미하더군요. 조근, 야근, 출장, 저녁 약속 등이 전부 고스란히 아내의 연장 육아가 되는 것입니다. 워킹대디로서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이가 없을 땐 야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가 저의 피로를 걱정해 줬지만, 지금은 내 근무와 상관없이 아내의 피로가 늘 걱정 1순위입니다. 물론 아빠로서 아이를 매일 봐도 시간이 부족한데 야근이나 조근, 추가 근무를 하게 되면 아이 얼굴 볼 시간을 회사에 뺏기는 기분마저 듭니다.
역사의 기록자에서 아이의 기록자로
ENG 카메라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이지만, 집에서는 아이의 시간을 기록하게 되더군요. 핸드폰 카메라로는 성에 안 차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바꿨을 정도로요. 아이가 갑자기 배냇짓을 하는데 그 상황을 놓친다면? 일하면서 물먹은 것보다 더 아쉬워집니다. 아이와 집 밖을 나설 땐 항상 카메라부터 먼저 챙깁니다. 아이의 50일, 100일, 200일, 첫나들이, 첫 예방 접종 등 아이에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모두 기록해 놓아야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화의 소재가 모두 육아로
풀단이 구성된 출입처에 있다 보니 타사 동료들과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워킹 대디들과 육아로 대화를 시작하면 해도 해도 이야기 소재가 끊기지 않습니다. 멀리 계신 할머니보다 옆자리의 워킹대디 동료들이 최고의 육아 코치입니다. 그 육아 코치들이 종종 넘겨주는 각종 용품은 저희 아이가 소중하게 애용하고요.
삶의 우선순위의 변화
입사 이후부터 결혼 전까지는 일이 1번, 결혼 후에는 아내가 1번이었다면,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아이가 1번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삶의 변화일 것입니다. 모든 휴가는 아이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기 위한 날이고, 모든 일상의 스케줄은 아이에게 맞추게 되었습니다. 부부 대화의 소재 또한 대부분 아이의 하루에 관한 내용이고,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더라도 아이 위주로만 생각합니다.
저와 아내의 자유는 없어졌지만, 이러한 변화를 행복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초보 아빠로 그동안 힘든 점도 많았지만, 아이의 미소가 저희 부부를 버틸 수 있도록 에너지를 줍니다. 우리 세 가족이 함께한 사진을 보면 더없이 행복하고 흐뭇한 감정에 벅차오릅니다. 이 아이와 함께할 미래가 몹시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일과 육아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희망으로 가득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응원하고 싶습니다!
영상기자 워킹 대디, 모두 파이팅~~!!
강광민 / O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