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 지난 9월 17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농장에 살처분 작업 드론촬영 장면<사진=뉴시스>.
▲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에 있었던 검찰개혁 촉구 촛불 집회에 MBC 드론 촬영 장면<사진=MBC뉴스데스크 9월 28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미디어 환경 변화로 방송사들의 드론 촬영이 늘어나면서 영상기자들의 주의의무가 더욱 커지고 있다. 드론 촬영은 잘못 운용했을 때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반드시 관계 기관의 승인을 받아 안전하게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17일, YTN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취재하면서 비행금지구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드론 촬영을 했다. 항공안전법 제127조에 따르면, 비행제한 공역에서 비행하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비행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당시 드론을 띄워 촬영한 YTN, 뉴시스,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상공에 띄운 드론과 현장 기자가 매개체가 되어 ASF 확산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MBC의 드론 촬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 현장을 촬영하면서 야간 비행과 촬영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공에서 촬영해 위험을 자초 했다는 것이다. 항공안전법은 비행이나 촬영 승인을 받지 않고 드론을 띄울 경우 드론 조종자에게 첫 회 적발 시 20만 원, 두 번째는 100만 원, 세 번째는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YTN과 MBC에는 현재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3건(YTN 1건, MBC 2건)의 과태료 처분이 확정된 상태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언론사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드론 취재 경쟁에서 일시적인 우위를 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법하게 취재를 하는 것이 건강한 취재이며 생태계 유지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길이라는 것이다.
KBS 이재섭 기자는 “언론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드론을 어떻게 잘 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고 서초동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회사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야간 비행과 촬영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군중들 머리 위로 드론을 날리면 안 됐다.”고 지적했다.
드론 촬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영상기자협회는 다음달 말 발간 예정인 ‘2019 영상취재 가이드라인’에 드론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드론 취재는 국토교통부가 인증한 공식 기관의 드론 면허를 취득한 영상기자만 가능하다. 또, △취재 목적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반드시 항공안전법 규정을 준수하며 △충분한 사전교육과 연습비행, 연습 촬영을 거쳐야 한다.
집회 현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촬영할 때는 드론이 추락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촬영을 하면 안 된다. 재난이나 재해, 사고 현장을 취재할 때에도 드론 비행이 현장의 구조와 방재 활동, 복구 작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재섭 기자는 “드론이 도입된 초기에 비해 기체가 작고 가벼워져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부터는 관련 교육도 사라지고, 드론 촬영에 대한 민감도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이번 불법 논란은 기자들이 문제의식이 없다기보다는 데스크나 회사 차원의 판단이 큰 만큼 언론사들이 불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