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사진).jpg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움이 된다.
 
 영상기자 8년차인 나는 익숙해진 취재와 편집을 잠시 멈췄다. 내가 해 오던 일과 거리를 좀 두고 멀리서, 혹은 부감으로 내일을 볼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 디지털 뉴스제작부 크랩(K-LAB)팀에서 10~20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영상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 부서로 간 정확한 동기는? 글세, 그건 나 자신도 뚜렷한 언어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 직종에서 일정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레거시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고 온라인 뉴스 소비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같은 것이 적지 않았다.
 
 변화는 거세게 밀려왔지만 사무실 안의 인력과 장비는 오히려 줄고 있었다. 방송을 때우는 것(우리의 전통적 업무 영역인 취재와 제작)조차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길을 개척하고 싶던 차였다.
 
 여차저차 발령이 난 후 내 생활은 ‘자립’ 문제로 귀결됐다. 모든 것이 1인 해결 시스템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발제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제작까지. 느닷없이 디지털 부서에 발령 받은 늦깎이 신입. 기사 작성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4~5줄을 적는 데에도 진땀을 뺐다.
 
 가장 어려운 점은 관성을 깨는 것이었다. 뉴스 영상에서 금기시됐던 촬영기법이나 편집 효과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했다. 뉴스의 전통적인 앵글이나 카메라 워킹도 깨부숴야 했다. 당연히 적응 속도는 더뎠다. 이미 몸은 전통의 뉴스 촬영, 편집에 익숙해져 있고 디지털 영상에서 쓰는 편집 기법과 컷 길이, 컷 사이즈 하나 등 전부가 눈에 거슬렸으니까. 과거에는 현장을 둘러보며 촬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편집을 떠올려야 했면 후반 작업(모션그래픽/자막/BGM 등)이 많은 디지털뉴스 영상 콘텐츠는 촬영 전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촬영 콘셉트를 미리 잡는다. 이건 실로 큰 차이다.
 
 가공하지 않은 영상 원본의 신성함을 예찬하던 DNA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클릭조차 없고 몰입이 안 되면 10초 만에도 재생 중인 영상을 꺼 버린다. 패러다임이 다른 시장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진입한 이상 부서에 돌아갈 때까지는 여기에 충실하자, 전통 뉴스 철학은 잠시 잊자,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기존 언론사 아이템 이외에 다른 채널의 영상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섬네일과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한 뒤 영상 앞부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배치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재미와 관심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방송 시청률과 달리 개별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내 콘텐츠를 누가(성별/연령/지역) 얼마나 오래 봤는지(시청 지속시간), 어느 부분에서 영상을 껐는지 알 수 있다. 천 회를 못 넘기고 증발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시청 지속시간과 댓글 등 반응이 좋아 심하다 싶을 만큼 과잉 노출되는 콘텐츠도 있다. 몇 시간만에 수십만 회를 넘기기도 한다. 이용자 반응 분석과 반영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뉴스부에 와서 좋댓공(좋아요,댓글,공유)에만 목메는 따봉충이 되어버린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바는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직업 소명 중 하나가 아닐까?”
 
 현실은 조회수 경쟁이 뉴스 가치를 압도한다. 방송 채널이 아무리 늘었다 해도 유튜브 채널 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곳은 가히 정글이다. 일반 개인 채널 이용자부터 전문가 미디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품격 있고 절제된 영상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희귀하다. 바로 이 지점이 내게 블루오션이었다. 유익한 뉴스 영상 콘텐츠가 늘고 좋은 평가를 받고 디지털 영상 시장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작으나마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누구나 영상을 찍고 제작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찍고 전달하는 데서 그쳐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미디어 환경은 변해 가는데 기존 방송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나는 조금이나마 내 고향에서 떨어져 이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해 볼 기회를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0년 간 TV뉴스에서 영상취재 영상은 줄고, 이외의 영상은 늘었다. 제공 화면, CG 등 말이다. 경영 논리에 따라 기자 숫자는 계속 줄고, 커버해야 할 보도 프로그램은 늘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멀티형 기자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취재현장을 떠나서, 시청자로서 TV뉴스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었던 현장, 현장의 분위기, 현장에 있는 동료 등이 생각난다. 늘 자신이 빛나기보단 남을 빛 내는데 익숙한 사람들. 그 역할은 가치가 있고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현장이 그립다. 가치 있는 일, 내가 선택한 일을 더 나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뭘 더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현장은 내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성주 / KBS 디지털뉴스제작    유성주 증명사진.jpg

 


  1.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94
    Read More
  2.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46
    Read More
  3.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715
    Read More
  4.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398
    Read More
  5.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342
    Read More
  6.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99
    Read More
  7.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72
    Read More
  8.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397
    Read More
  9.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348
    Read More
  10.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
    Date2020.03.12 Views432
    Read More
  11.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60
    Read More
  12.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Date2020.03.11 Views355
    Read More
  13.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
    Date2020.03.11 Views422
    Read More
  14.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418
    Read More
  15.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내용을 마지막 점검하고 있는 집필진<사진>.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
    Date2020.01.09 Views394
    Read More
  16.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아듀 2019, 웰컴 2020!!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2020 새해가 왔습니다. 우주 만물이 저마다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0, 우리의 새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새해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TV 뉴스는 한층 더 위기를 ...
    Date2020.01.09 Views359
    Read More
  17.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
    Date2020.01.09 Views431
    Read More
  18.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98
    Read More
  19.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91
    Read More
  20.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309
    Read More
  21.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3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