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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심사평

 

"모자이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 이승선 교수 증명사진.png

▲ 이승선 교수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영상기자들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인공어초를 촬영하러 수심 깊은 바다로 들어가고 강풍에 번지는 화마를 포착하러 하늘 위로 날았다. 도피 의혹이 있었던 전직 고위 공직자를 찾으러 거대한 땅 미국의 아파트 주차장을 구석구석 샅샅이 뒤졌다. 쓰레기 불법 수출 현장을 담으러 동남아 오지 섬에도 갔다. 영상기자들이 움직이지 않은 시간대가 없었다. 신 새벽에 일하러 가는 청년들을 따라가고 아침저녁으로 틈을 만들어 응급실을 찾았다. 조상들의 숨결이 배인 곳이라면 영상기자들은 역사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었다. 한국영상기자상 본선에 오른 작품들을 사전 리뷰할 때 영상을 빚어낸 영상기자들의 뚝심과 투혼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더불어 스스로 만든‘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지켜내려는 기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달의 영상기자상을 거쳐 본선에 오른 한 작품의 공적서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모자이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렵지만 어려운 길을 택했다. 화면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초상권 사용 허락을 구하려고 마음먹었다. 촬영 전후에 내내 취지를 설명해 허락을 받았다. (수십 명이 등장하는 영상의) 5% 미만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초상권 허락을 받아 방송했다.” 지원자는 취재 현장에서 기자들이 으레 모자이크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 응모한 영상을 촬영하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솔직하게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야기하고 진심을 다해서 허락을 구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답을 해주더라는 것이다. 해당 기자는 한 달 동안 출퇴근하다시피 아침과 저녁 시간에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뻗치기’ 취재를 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한국 영상기자상 본선에 오른 작품들의 질적인 수준과 취재ㆍ보도에 들인 노력에 대해서는 다른 심사위원들께서 이야기할 기회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영상보도 작품들의 윤리와 법, 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등을 중심으로 리뷰했다.

 

 첫째, 소감은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이달의 영상기자상’과 ‘한국영상기자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사명을 다했다는 것과 더불어 취재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직업적 윤리의무를 다했다는 평가 척도로 통한다는 것이다. 여타 언론인들의 기관 단체가 수여하는 언론상에 없는, 있더라도 미미한 역할에 그치고 있을 뿐인 매우 엄격한 심사기준을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적용하고 있다. 소리 높여 자랑해도 좋을 기준이다. ‘이달의 영상기자상 심사규정’ 제4조 제2항, ‘한국영상기자상 심사규정’ 제5조 제2항은 “상의 심사에 협회가 발행하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명토 박았다. 그리고 실제 심사과정에서 준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수준이 매우 높다. 세계적으로도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만하다. 조만간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돼 이들 나라에 보급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영상기자상 수상은 취재역량과 성실성의 척도일 뿐 아니라 취재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영상기자로서의 직업적 윤리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징표가 될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충분히 축하받고 존경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소감은 영상보도의 취재 현장 기자와 영상 데스크들의 취재원 인권 존중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여전히 상당 부분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법원의 판결,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제재 결정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높아진 인권의식 수준을 고려할 때 ‘적당한 수준에서 관행대로’ 해오던 영상보도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탈피해야 한다. 당장은 피소되는 사실만으로 인력상의 공백을 가져오고 경제적으로도 언론사와 언론인 본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일반 사인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을 영상보도가 정당화될 여지는 적다. 나아가 현장 기자와 데스크들은 영상기자 스스로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0 영상보도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송사와 영상기자의 상급자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 영상기자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 영상기자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인권,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타인 또한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소송을 피하기 위해, 취재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상기자 자신의 인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데스크와 방송사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의 규범을 가능한 빨리, 전면적으로 실질화해야 한다.

 

 셋째, 지리적으로는 국제적 수준에서, 시간적으로는 과거의 영상 재활용 차원에서 영상보도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촬영지가 외국이거나 한국이거나 불문하고 취재 대상의 인권을 보호하는 영상의 보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국인의 초상을 취재 보도할 때 적용하는 기준을 외국에서 외국인을 촬영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초상권은 스스로 촬영당할 것인지 당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또 과거 영상을 사용할 때 초상권의 침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과거 자료 영상은 인권의식이 약하던 시절에 확보된 것이다. 촬영한 사람도, 영상의 피사체도 초상권이라는 개념이 없거나 매우 약했다. 그러나 오래된 영상이라고 하여 초상 주체의 초상권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본선에 오른 작품들 중에서도 외국 촬영 부문의 시민들 초상권 보호가 인색한 사례들이상당히 발견되었다.

 

 넷째, 보도에 사용하는 영상 자료의 출처를 표기하는 데 아직 인색하다. 자료 영상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자료 화면’이라는 점과 해당 자료의 출처를 노출되는 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표기할 필요가 있다. 법적인 분쟁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초다. 한국영상기자상 심사를 받은 작품들 중에 이 부분 처리가 미흡한 경우들이 상당했다.

 

 위와 같은 소소한 점들이 발견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영상기자들의 인권의식과 영상작품의 질적 수준이 매우 우수하다는 데 심사위원들께서 동의하신 것으로 안다. 협회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현장 기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다른 직역의 언론인들에 비해 영상기자들의‘ 영상윤리와 언론법’ 규범은 매우 높다. 감히 높은 수준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승선 교수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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