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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은 국내 모든 이들에게 감격 그 자체를 선물했다. 아카데미는 이제까지 상업영화의 메카, 문화 성지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불과 100년전 일본과 제국주의 질서를 상호 승인하고 조선 망국에 길을 터 준 그 미국이 아닌가? 망국 조선 후예들의 영화가 제국주의 최강자, 그 본토의 영화계를 평정한 것이다.

 

 『어렸을 때 제가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That quote wa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마틴 스콜세지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 말이 화제가 됐다. 봉준호가 개인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을지, 그가 영화 속에서 얼마나 헌신하고 노력했을지 이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모든 것이 그의 영화 속에 이미 다 녹아 있다.

 

 이러한 경사의 반대편에는 웃픈 아이러니 역시 존재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불과 몇 년 전,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나라가 아닌가? 봉준호 역시 송강호, 박찬욱 등과 함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다. 2017년 1월에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끝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많은 문화예술인은 물론 국민들께 심대한 고통과 실망을 야기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역사적인 촛불 혁명이 있었고 정치 권력, 행정부 권력이 대거 교체되고 이른바 적폐 패거리들이 감옥에 가거나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른바『기생충』센세이션에 옛 여권 (현재 미래통합당으로 합당) 의원들도 천연덕스럽게 숟가락을 얹는 모습에 말문이 막힌다.

 

강효상 의원 : “대구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

 

 과거를 망각한 구 여권 의원들, 그리고 봉준호 감독 모두 위기에 처한 지금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진짜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끝없이 추락 중이다. 이런 추락과 이런 무관심은 아마 언론 사상 처음 겪는 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시대에 따라 입장을 바꾸고 반성도, 양심도 없이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우리 언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그게 세인들의 평가다. 우리의 추태, 악취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 언론에 부족한 것, 결핍된 것,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 고칠 것. 거기엔 봉준호를 참고하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것은 언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우리는 개인적인 것을 갈고닦아야만 하는 마지막 기회, 마지막 시점에 서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수용자들이 원하는 것, 언론에 기대하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제공하던 뭉뚝한 정보가 아니다. 덩어리로, 집단 질서로 만들어내는 뉴스, 수직적 도제질서 하에서 어제를 흉내 내는 수준의 품질로는 수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영화계의 봉준호처럼 언론에도 모범이 될 첫 사례가 필요하다. 그러한 쾌거를 이룰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집단의 사고, 덩어리적 질서 안에서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끊임없이 개인 안으로 침잠하며 자기를 예리하게 깎고 다듬고 창조하는 인간이 나올 수 있는 풍토인지 우

리 일터, 문화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블랙리스트는 하나의 거대한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억압, 관리, 선후배의 규율, 길들이기, 강요 등과 같은 수많은 구질서. 그것들이야말로 창조성과 진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기자를 탄압하고 억압하는 진짜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김정은 / 편집장    김정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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