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선배들의 '영상보도실록'을 읽고
영상기자가 된 후 정신없이 1년이 흘렀다. 현장에서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다. 하루하루 내가 취재해 온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던 중 책 한 권을 읽었다. 보도영상실록. 네 명의 영상기자 선배들이 모여 카메라 앵글 밖에서 본 것, 방송으론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 다 전달하 지 못한 깨우침, 뉘우침 등을 공유하고자 낸 책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서 나는 크게 후회했다.
우리는 역사를 영상에 담아 생생히 기록하고자 일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기록은 아무리 길어도 채 몇 분을 넘지 못한다. 방송이 가진 시간의 한계 성 때문이다. 그렇기에 방송에 나가지 못한 방대한 시간이 리포트 너머에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딘가 에 저장된다. 때론 그것들, 즉 이면의 컷들과 뒷이야기들이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리라.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또 기록하고 있었는가? 또 방송뉴스 이외에 무엇을 남겼는지 곱씹어보게 되었 다. 작년 이 즈음에 어떤 취재를 다녀왔는지 떠올려 봐도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취재 일정을 뒤져 봐야 어렴풋이 떠오를까?
나는 작년 한 해 내가 다녀온 취재를 모두 살펴보기로 했다. 참 별일이 다 있었구나! 집회를 취재하다 참가자들의 욕설과 취재 거부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고, 날 더운데 이거라도 먹고 취재를 하라며 어느 참가자에게 큼지막한 귤 두 개를 마지못해 받은 적도 있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애끓는 사연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그때의 기억을 반추하다 애써 눈물을 참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세지 못 할 시간을 보냈는데 사진 한 장, 글 한 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리포트 말곤 더 전할 것이 없었을까?
책을 읽은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장에서 그날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도 찍고, 각자의 뒷이야 기들을 가져오자고. 이런 것들을 함께 주고받으며 우리 또한 기록되지 못한 것 속에서 배움을 얻자고. 몇 년 뒤, 혹은 십수 년 뒤 쓰 일 우리의 책에는 지금의 후회와 반성이 아닌 오롯이 한 시대를 우직하게 관찰하며 얻은 지혜와 깨우침이 듬뿍 담기길 소망한다.
김현석 / MB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