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나대도 될까요?

▲ 취재현장에서 필자
영화‘ 어벤저스’ 속 토르처럼 ENG를 들고 전북을 누비는 영상 기자가 되겠습니다! 경쟁자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내뱉었다. 최종면접을 보고 있었고 이게 내 마지막 말이 됐다. 입사를 하고 나서 2주 차 되던 날. 열정은 걱정으로 바뀌 었다. 타부서 교육을 받은 후 부서에 들어가자마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서 선배들은 내 개인 유튜브 채널을 보고 적잖이 놀라 있던 터였다. [회사 땡땡이치고 덕수궁 산책했습니다], [친구 신입사원 환영 회식 찾아가 깽판 놓기], [개풀 뜯어먹는 소리 ASMR] 등등. 업로드된 콘텐츠들은 하나같 이 영상 문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으리라. 카메라 뒤에 있어야 할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나대고 있고. 그것들을 보며 선배들 머릿속에 떠올랐을 생각이 대충 짐작 간다. '이놈이 과연 뉴스를 제 대로 만들 수 있을까?’ 아마 그런 것이었을 터다. 특히 성민 선배 (전주 MBC 진성민 기자)는 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선배는‘ 화이트 밸런스’부터 ‘카메라 무빙의 종류’, '샷의 종류’, '조명 사용법’ 등 내게 영상 관련 문제를 내고 내가 대답을 못 하면 실망했다. 선배들의 걱정이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 자신 을 증명하고 싶었다. 성민 선배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내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해 세 달 수습기간 동안 열심히 매달렸다. 이론 공부, 3사 지역뉴스 모니터링 등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다. 틈틈이 날씨 스케치, 단신 취재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차츰 ENG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수습 종료일을 불과 며칠 앞두었을 때 증명의 기회가 왔다. 광주 클럽 붕괴사건 이후 전라북도가 야간 유흥업소 불법 증축 점검을 나가는 내용. 선배와 동행 취재를 하게 된 것이다. 내가 ENG를 들고, 성민 선배가 핸디캠을 들었다. 특별사법경찰관들이 유흥업소 현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건축, 소방, 위생 분야로 나눠 현장을 점검했다. 그동안 공부한 영상문법이 활용되어야 할 순간이었다. 결과는 암담했다. 다음날 나간 리포트엔 내 영상이 단 두 컷 포함되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암담해졌다. 문제가 뭔지 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어 더 참담했다. 현장감을 살려야 하는 리포트였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이 포드, 앵글, 초점 등에 신경을 쓰느라 놓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제 입사 10개월 차. 그간 태풍부터 코로나를 거쳐 총선까지 많은 취재현장을 경험했다. 나는 지금 선배들에게 인정받는 영상기자가 된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물론 처음을 생각하면 장족 의 발전을 했다. 이제는 현장에서 뭘 해야 할지 조금은 - 아주 조금은 - 보인다. 어떤 아이템을 나가도 겁이 나거나 두렵지는 않다. 좀 이른 감이 있긴 해도 이제 슬며시 물어보고 싶다. 내 유튜브를 보고 걱정했던 전주 MBC 선배들에게.“ 저 이제 영상기자 같나요?, 저 이제 좀 나대도 될까요?”
김유섭 / 전주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