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첫 여성 영상기자, 입사 1년을 앞두고

▲ 취재현장에서 취재 중인 필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화면 속에서 종종 경기장 라인 밖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오프사이드 판독을 하는 한 여성심판을 볼 수 있습니다. 빠른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스타플레이어들의 항의에도 오프사이드 깃발을 꼿꼿이 들며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그녀를 보면서 참 멋지단 생각을 했습 니다. 그녀의 이름은 ‘시안 매시 앨리스.’ 현재 프리 미어리그의 유일한 여성심판입니다. 축구심판은 축구선수 못지않은 활동량과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이죠. 특히나 전 세계 최고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여성이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고 심판이 된 것 자체가 무척 대단해 보였습니다. 매 경기 그라운드 위의 유일한 여성으로 뛰고 있는 셈이죠.
충북지역의 첫 여성 영상기자
저는 KBS 청주총국 영상취재부, 그리고 충북 내 에 다른 언론사들 가운데서도 첫 번째 여성 영상기자입니다. 그간 미디어를 통해 접한 (ENG카메라 를 든) 영상기자들은 키도 크고 체격 좋은 남자들 (혹은 남자의 이미지)이었습니다. 더 좋은 위치, 더 안정적인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피할 수 없고, 누가 카메라를 잡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여성인 저에게(지금까지도) 부담입니다. 하지만 이 점은 저 자신을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게 만들 기도 합니다.
한 손으로 ENG카메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나 뭇가지를 쥔 채 길 없는 산을 오를 때, 찜통 같은 더 운 여름날 비닐하우스에서 취재할 때, 1월 1일 일출 을 기다리며 추위에 떨 때 등 현장의 기억, 이미지
들이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무조건 현장에 있어야 하는 게 직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변화무 쌍한 날씨, 자연조건, 현장의 난관 앞에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태풍도 많았고 때마침 지역총국에 MNG 장비가 도입돼 현 장성 있는 뉴스를 제작할 일이 많았습니다. KBS 지역총국이 7시 뉴스를 한 시간 자체 편성하면서 작년 한 해는 더 빠르게 흐른 듯합니다.
한 해 동안 충북 여성 영상기자라는 호칭으로 많이 불린 것 같습니다. 성별이 아니라 직업으로 저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 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별에 따라 직업의 기본 전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성별과 상관없이 언제나 첫 번째 시청자일 뿐입니다. 어떤 영상 기자도 젠더의 틀 안에서 REC 버튼을 누르지는 않습니다. 카메라의 시선은 성별과 관계없이 날카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진천 임시 생활 인 재개발원 방역 허점> 리포트로 사내 이달의 기자 상을 수상했습니다. 1년 간 고생한 위로,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입니다. 앞으로의 시간이 큰 기대를 품게 합니다. 지난 1년 경험을 되새기고 무엇을 더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안 매시 앨리스’ 같은 활동량과 폭넓은 시야로 충북이라는 큰 그라운드를 누비고자 합니다. 또 다른 여성 영상기자가 나타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어보고 싶습니다.
김성은 / KBS 청주방송총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