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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대체로 감염병 자체보다는 정부 비판(일부 극우 언론은 대놓고 정부 깎아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19 사태가 유럽과 미국 등지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한국은 반전을 맞았다. 정보의 균형성, 진실이란 측면에서 말이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상황을 한층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준거틀이 외부로부터 제공된 것이다. 동시에 국내 언론, 특히 국내 극우 언론이 코로나19를 다루며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거나 빠뜨린 것이 무엇 인지도 알게 되었다.


 국내 언론의 보도 경향은 ‘진실 추구’보다는 정치적 목적, 정치적 의도가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특히 일부 극우 언론은 처음부터 포비아 (Phobia : 공포 혹은 혐오)와 정부의 방역 실패라는 두 가지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조명했다. 중국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부추기는 이른바 차이 나 포비아(중국 공포증)는 극우 언론과 극우 정치세력이 코로나19 사건을 다루는 중요한 틀, 사실상 유일한 틀, 이었다.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집요하게 중국인 입국 차단을 주문하고 코로나19라는 명칭 대신 우한 코로나, 우한 폐렴 등의 차별적 단어를 사용하면서 감염병 문제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연결하려 했다. 이는 4월에 예정되어 있던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초기의 확진자 증가, 이후에 벌어진 대구 현상 등을 모두 정부 대응의 무능, 실패의 결과로 몰아가려는 시도 역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함께 힘을 잃었다. 세계 언론, 유력 정치인 등의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한) 한국 평가는 이제 설명이 불필요하다. 또 통계라는 객관적 수치의 도움으로 국가 간 직접 비교가 가능해져 정부의 무능과 실패란 주장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아시아 정치경제 전문가 네이선 박(S. Nathan Park)은 지난 2월 27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기고문을 통해 “한국이 방역 초기 효율적인 관료주의와 최첨단 기술로 코로나19를 잘 통제했으나 종교와 정치라는 가장 오래된 문제로 인해 전염병과의 전투 계획이 좌절됐다.”고 논평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또 다른 요인이며 국회와 수구언론 또한 끊임없이 정부에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언론만으로는 진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불신이 확산되면서 왜신 (倭信 : 부정적 측면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거나 왜곡해 우리 사회, 우리 정부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는 데 보도의 목적을 둔 언론이란 뜻)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금 수용자들은 (비단 코로나19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 사건의 진실을 알려면 국내 언론이 아니라 해외 언론을 봐야 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세계는 한국의 의료진이나 의료기술, 장비, 시민의식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대응, 리더십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민주주의 성숙도, 통계와 정보의 투명성 등이 세계의 호감,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기서 이것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코로나19가 세계적 확산 없이 지나갔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은 알지 못한 채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언론의 주요 기능이 비판이고 권력 비판, 정부 비판은 그중에서도 비중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어떤 사건도, 현상도 한두 가지의 틀, 프레임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견실한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 언론에 전반적으로 결핍된 것이기도 하다. 왜신이란 멸칭, 언론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특별한 성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김정은 / 편집장 80bd43629d1aee725d3202b2f5daa48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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