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지내며 가본 곳들
평소에는 가볼 수 없는 곳에 직접 가 보는 것. 그것이 입사 후 내게 생긴 변화다. 정부 기관의 내부나 크고 작은 집회에 갈 때 마다 그 사실을 체감한다. 선배들은 아프리카, 전쟁터, 여러 큰 국제 행사 등에 다녀온 이야기들을 들려주시곤 한다. 그럴 때면 작은 역사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 아직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넘 었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곳들은 어디일까 궁금해졌다. 입사하지 않았다면 가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을 곳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다시 우산이 펼쳐지는 도시
‘우산혁명’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우산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중심에 있던 조슈아 웡이라는 한 소년이 이룬 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민들은 최루탄을 막기 위해 우산을 펼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홍콩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몇 년 전 영상 속에서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을 주었다. 그러던 중 나의 첫 해외 출장지가 홍콩으로 정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지금까지 본 집회들은 비교적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편이 었다. 대강의 집회 순서와 발언자들이 정해져 있고 눈에 띄는 ‘그림’을 위한 다양한 퍼포먼스가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강렬한 문구, 보색을 사용한 피켓, <바위처럼>과 같은 민중가요 준비는 필수다. 그렇기에 대략적인 순서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홍콩은 달랐다. 사안의 차이도 있겠지만, 정해진 시간이나 스케줄이 없었다. 사람들은 파도처럼 밀려와 한 공간에 서서히 차올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작정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이 붙은 듯 폭발했고, 선배와 나는 육교 위에 올 라가 이제는 불꽃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2019년, 5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다시 하나 둘 우산을 폈다. 조슈아 웡은 가석방이 되자마자 나타나 시민들의 중심에서 다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직 본격적인 시위가 시작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그 불꽃을 내 눈으로 봤다는 점에서 홍콩 은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하도 옥상도 아닌 곳에
연휴 때마다 고속도로를 지나면서 톨게이트 수납원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성희롱이 만연하다는 기사들을 보고 분노하며 바라본 기억이 남아 있는 정도다. 도로 중간중간에 놓여있는‘ 작은 상자’ 같은 곳까지 어떤 경로로 들어가는 건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
작년 추석 연휴. 연휴의 마지막 날 근무였던 나는 귀경길 중계 차 밑그림을 맡았다. 이른바 첫 서울 요금소 담당이었다.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 통로는 각각의 ‘작은 상자’와 연결되어 있었다. 마치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지하 감옥처럼. 하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은 지하에 있지 않았다. 텐트와 돗 자리를 들고 톨게이트 옥상 위에 있었다. 올라가는 사다리를 가시철망으로 막아놓고 다같이 먹고 자며 버텨내고 있었다. 며칠 간 비가 내린 터라 지하에는 빗방울이 샜다.
몇 달 후 설 연휴 때 다시 가게 된 서울 요금소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톨게이트 옥상 위에 앉아있던 인형들과 플래카드도 사라졌다. 지하 통로에 아무도 없는 건 여전했지만 예전처럼 축축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들이 지하도, 옥상도 아닌 곳에 서 그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궁금해졌다. 1년간 직접 가 보고 겪은 것들을 찬찬히 돌아보니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곧 익숙해지겠지!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여전히 매번 신기하고 동시에 걱정이 된다. 시간이 흘러도 새로움에 무뎌지지 않는, 익숙해지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다.
서다은 /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