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1 14:08

코로나 19,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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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대구

 

 

 

사람들은 기피하는 곳

 이번 대구가 그렇고, 후쿠시마가 그랬으며, 앞으로 많은 곳이 그럴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현장은 기피 장소가 된다. 하지만 영상기자들은 그럴 수가 없다. 영상기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가야 한다. 취재 현장은 영상기자가 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홍콩 시위 때, 그리고 이번에 대구에서 절실히 느꼈다. 

 

텅 빈 대구

 내가 본 대구 거리는 내가 알던 대구와 사뭇 달랐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군데군데 보였으며, 열지 않은 식당이 많아 밥 먹을 곳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밥 먹으면서 웃는 것조차 대구 시민들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발품을 팔며 신천지 교인집단 거주지를 찾던 도중 한 시민이 이런 얘기를 했다. 기자들이랑 국회의원들이 와서 들쑤시고 다니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 불안해하니까 좀 가줬으면 좋겠다. 취재진이나 외부인들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으로 담긴 말이었다.

 

두 번의 코로나 검사, 이틀의 자가 격리

후발대로 대구에 가기 전에 이미 한번 대구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경산의 마스크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가 대구, 청도 등지로 수송되는 현장 취재였다. ‘마스크 수송 작전’ 취재 후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통보받았다. 대구로 출장을 다녀온 모든 인원은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 보도기획부에서 새로 만든 지침이자 대구 출장 후 코로나 검사를 받은 첫 케이스 였다.

 

 코로나 검사는 아팠다. 독감 검사를 받아본 분 들은 아시겠지만, 코끝까지 키트를 집어넣어 채취한 검체로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신체적 아픔은 순간이었지만 아픔이 가시고 집에서 격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방에 갇혀서 괜히 기침이라도 나오는 순간마다 걱정이 됐다. 내가 감염됐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내가 감염원이 되어 집에 있는 가족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컸다. 다행히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전염병과의 거리 두기

 메르스로 한번 홍역을 치렀지만, 취재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코로나 19 취재를 하면서 문제점들이 다시 드러났다. 30번 확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기자와 접촉한 사건이 있었다. 기자로서 현장이 눈 앞에 있을 때의 그 열의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과연 이러한 방식이 옳은지 의문이다. 코로나 19 같은 감염병이 다시 발병했을 때, 사회 구성원 모두 방역에 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취재 행위가 정부 대응을 방해하는 경우는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 취재 현장, 취재 방식에 무엇보다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거리두기로 보인다. 사건 대상과 일정 거리를 확보하는 것 말이다. 영상기자는 현장으로 가까이 가도록 훈련받는다. 불이 나면 불난 곳으로 가고, 사고가 나면 사고 현장으로 간다. 하지만 가까이서 간 뒤 영상기자는 멀리 가도록 훈련받기도 한다. 시위 현장의 객관적인 규모를 전달하기 위해 멀리 부감을 찍으러 옥상을 올라 가고, 풀샷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에서 멀어진다. 때로는 효과적인 취재를 위해 거리를 두는 것처럼 전염병을 취재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은 병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다음번 전염병은 취재진들의 적당한 거리두기로 저널리즘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취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수곤 / KBS 허수곤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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