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시에도 유용하다. 또 고화질의 CG 영상 배경이 HD급이면 전체 포맷 퀄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퀄리티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UHD 촬영뿐만 아니라 후반 작업까지 병행해야 하는데 사내 DI 팀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서 순조롭게 진행했다. 색 보정이 끝난 소스는 감탄이 나올 만큼 풍부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포맷용 영상 소스는 Black Magic의 Ursa Mini Pro 카메라의 b-raw 코덱을 이용해 제작했다. 간단한 색 보정은 다빈치 리졸브 프로그램으로 직접 보정했다.
각사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사실 보도영상에서 UHD 소스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다. 고용량 데이터 처리 문제를 비롯해서 색 보정과 HD 컨버팅까지 분초를 다투는 보도 실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은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해외 주요 언론도 기획성 보도물의 경우 고퀄러티 영상을 지향하고 있다. 유튜브가 난립하고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지상파가 내세울 강력한 무기는 고퀄리티 콘텐츠 제작 아닐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UHD 영상 소스에 대한 연구와 제작 경험은 꼭 필요하다.
FPV 드론 촬영
▲ FPV 드론 조정모습 ▲ FPV 드론 스폿 중 국회지붕
First Person View 드론. 스포츠 드론에 시네마틱 영상 장치를 부착한 드론으로 VR 안경을 쓰고 촬영을 한다. 육안 비행보다 훨씬 근접 비행이 가능해 일반 드론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선거 방송에서는 이 FPV를 이용해 전국 주요 명소 포맷을 촬영했다. 선거 방송 오프닝에서 이 결과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협회의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MBC 사옥 외부에서부터 로비와 부조정실을 거쳐 스튜디오 안까지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영상을 보고 많이 궁금해했다. 비밀을 밝히자면, 어느 정도 눈치는 챘겠지만 사실 그것은 (한 컷이 아닌) 3컷을 이어 붙인 영상이다.
FPV를 이용한 영상의 첫 컨셉은 전국의 주요 명소와 거기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역 특색에 맞게 촬영해 보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충남이라면,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거기서 일하는 사람 들, 충주의 경우에는 택견, 부산은 영도 다리 고개, 대구는 쪽 염색, 수원은 궁수, 전남은 신안 염전 등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로나 19로 대부분의 스케줄이 취소되고 일정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결국 코로나 19로 인해 대구, 경북 지역은 대구 MBC와 안동 MBC 자체 보유 영상, 혹은 자체 촬영한 일반 드론 영상을 사용해야 했다. 세종시와 제주 역시 허가 등의 문제로 기존 영상을 재활용했다.
전에 보지 못한 역동성 있는 FPV 드론 영상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호응이 좋았다. 특히 충주의 택견 영상은 일정상 촬영 현장에 외주 감독이 가서 현장 연출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한 영상이 촬영되어 업로드 즉시 선거 방송 스폿으로도 쓰였다. 국회의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MBC 알센터를 통과하는 등 전에 없던 장면이 표현됐다.
다시 현업으로
6개월의 장기 프로젝트. 데일리 뉴스는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나면 업무 부담감은 완전히 소멸된다. 하지만 선거 방송의 경우에는 매일 매일 사라지지 않는 부담감이 쌓여서 막바지에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 힘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평소 꿈꿔왔던 모든 일을 원 없이 해 볼 수 있어 기회가 된다면 꼭 선거 방송에 참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선거 방송의 명가 MBC. 사실 모든 방송사가 자사 선거 방송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MBC가 선거 방송에 대해 가지는 애착은 남다르다. 타사를 압도할 만한 엄청난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MBC 전 구성원이 선거 방송을 준비하는 기간 만큼은 전사적으로 똘똘 뭉쳐 비상한 각오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택 2020’ 역시 지역사를 포함한 MBC 구성원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했다. MBC가 저력을 가진 집단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개인적으로는 식어 가는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된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선거 방송이 끝난 후 운 좋게 영상 소스와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지난 6개월간의 여러 가지 활동을 곱씹으며 선거 방송 사안을 넘어 나 스스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상파 방송, 그리고 영상 기자 둘 모두의 위기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는가, 가 관건이리라. 단순히 취재하고 편집하는 일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보다 방송 전반적인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1인이 많은 걸 할 수 있는 직군을 목표 삼아야 한다. 결국 업무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
현기택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