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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사진1)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jpg       (사진2)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JPG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사진/김흥기>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라는 노래가 있다. 좋아하는 연인을 두고 쫄깃해진 심장을 표현한 노래다. 알 수 없는 연인의 마음과 연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역도는 마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포츠다. 더 무거운 바벨을 깔끔하게 들었다 놓기만 하면 이기는 게임, 그것이 역도다. 100kg 가 훨씬 넘는 바벨을 한 동작으로 번쩍 들었다가 심판의 성공 버저 소리와 함께 “탕” 하고 내려놓는 순간은 선수들에게 연인의 설렘 그 이상의 짜릿함을 줄 것 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올림픽에서 장미란 선수가 번쩍 들어 성공한 후 내려놓자마자 얼굴을 감싸고 좋아하는 모습 말이다. 감동의 포효와 태극기, 그리고 애국가....

 

 최근 한국 역도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흥분된 사건이 터졌다. 포스트 장미란이라 불리는 이제 갓 고등학생이 된 박혜정 선수다. 작년에 그녀는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 선수권대회’에 유소년 대표로 참가해 여자 최중량급(81kg 이상) 인상, 용상 합계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안산 선부중학교 시절의 일이다. 당시 그녀가 바벨을 잡은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올해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전국 춘계역도대회’가 개최되었다. 춘계 대회가 코로나 19 여파로 여름이 되어서야 열린 것이다. 갓 고등학생이 된 박혜정 선수의 기량에 새로운 기록이 나올지 역도계는 물론 모든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경기에 앞서 선수 대기실에서 처음 대면한 박혜정 선수는, 복싱선수가 경기 전 글러브를 착용하듯 손마디마다 테이핑을 하고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얼핏 보기에 성인 선수와 다를 바 없었다. 175cm, 130kg 으로 장미란 선수보다 큰 체구지만 코치와 대화하는 모습과 표정에서는 갓 고등학생임이 분명히 느껴졌다.

 

 한 가지 소개하자면, 박혜정 선수만의 몸풀기 비법이 따로 있다. 인상 경기에서 115kg 거뜬히 들고 내려와 용상 경기 전까지 효과적으로 근육을 풀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박 선수 등 위로 조상현 코치가 주저 없이 밟고 올라섰다. 등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삼베 보자기에 넣은 삶은 메주콩을 두 발로 밟듯이 지근지근 밟자 박 선수는 마냥 시원하다고 말한다. 몸무게 92kg의 코치가 엉덩이 부분 부터 허벅지까지 익숙하게 밟으며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누구나 이 동작을 보면 깜짝 놀랐을 터, 일반인 같으면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을 게 분명하다. 얼른 다가가 박 선수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하면 몸이 풀어져요?”

 

  쑥스러운 얼굴로 짧게 “네” 대답하고 고개를 숙여 부끄러워했다. 조상현 코치는 처음 박혜정 선수를 만났을 때 훌륭한 선수가 되리라, 한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순발력과 유연성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역도에 맞는 체격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취재진은 곧 선수 대기실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마지막 준비운동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용상 경기 3차 시기 154kg 바벨이 세팅되었다. 중량에 따라 나뉜 바벨의 색깔로 수초 만에 진행요원이 154kg 무게를 만들었다. 선수를 호명하고 역도를 드는 시간은 1분이 주어진다. 성공 벨이 울릴 때까지 모든 근육은 바벨을 들어 받쳐야 한다. 박혜정 선수는 손 미끄럼 방지 탄산마그네슘을 손에 바르고 심호흡을 했다. 인상 경기에서 그랬듯이 항상 오른손을 먼저 움켜잡고 그다음 왼손을 단단히 고정했다. 박 선수의 힘찬 구령에 경기장 밖의 코치들의 맞구령이 짧게 울렸다. 순식간에 1단계 들어 올린 바벨의 봉이 무게에 못 이겨 아래로 휘는 게 확연히 보였다. 다른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이다. 곧이어 마지막 2단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 박혜정 선수의 모습이 카메라 뷰파인더에 들어왔다.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다면 환호성까지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신기록을 세운 리액션 치고 채널2가 너무 조용했다.

 

  이날 박혜정 선수는 최중량급(87kg 이상)에서 인상 113kg, 용상 154kg, 합계 267kg을 들어 대회 우승 및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장미란이 고교 3학년 때 세운 기록보다 2년 앞당긴 기록이다. 새로운 장사의 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혜정 선수는 인터뷰에서 역도의 좋은 점은 한마디로 들어 올렸을 때의 “쾌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카메라를 통해 본 박혜정 선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과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고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근성이 엿보였다. 자신의 꿈을 향해 집중하는 모습은 나이를 떠나 언제나 카메라에 아름답게 비친다. 많은 최정상의 선수를 만나 촬영할 때마다 느꼈던 (최고의 위치에 선 선수들의) 일종의 아우라였다. 앞으로 한국 역도계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게 될 박혜정 선수의 건투를 빈다.

 

 

 

 

김흥기 / SBS (사진)김흥기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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