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6 16:36

코로나와 우리

조회 수 1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코로나와 우리

 

 

 나는 기독교인이다. 요즘 이 말을 하는 데 전에 없던 용기가 필요해졌다. 교회가 산발적 집단 감염의 온상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너네 교회는 온라인 예배해?’ 주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질문에도 걱정보단 경계심이 묻어 있다. 마치 교회 집단은 모두 위험하다는 듯이. 신앙도, 자유도 사회 안전보다 중요한 건 아니라는 듯이.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방역을 방해하고 국민들에게 더 큰 불안에 안겨준 일부 교회까지 옹호하고 싶은 건 아니다. 자유와 방종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집단의 일탈이 특정 집단 전체를 증오하는 이유가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위험을 타자와 관련짓는 반응은 인류 역사에서 반복해서 발견되어 온 현상이다. 매독이 유럽을 휩쓸던 15세기에 매독은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영국에 선 프랑스 두창, 프랑스에선 독일병, 일본에선 중국병으로 불렸 다. 매독뿐 아니라 콜레라, 흑사병, 나병에 이르기까지 집단적인 질병은 늘 타자와 연결 지어졌다. 스페인 독감은 단지 최초 보도가 스페인 언론을 통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름 지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에도 우한폐렴이라는 명칭 사용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다.

 

  위험을 타자와 관련짓는 행위는 곧 책임과 연관된다. 위기 시에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쉬워지고 타인을 포용하는 일 은 몹시 어려워진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폐해는 이러한 심리적 단절로 나타난다. 어제 영웅이었던 의료진이 오늘 이기적 인 집단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 ‘비정상’이라고 딱지 붙인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배타적이 되어 간다. 코로나19가 언젠가 끝이 나면 물리적 거리는 금방 좁혀질 수 있다. 하지만 갈라진 심리적 균열은 좀처럼 다시 붙기 힘들다.

 

  정치의 부재도 아쉽다. 국민 안전과 생명이라는 가치와,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에 절대적인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큰 가치들이 서로 상충할 때 이를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설득해 따르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자 정치의 본분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이 보여주는 ‘네 탓’ 공방은 낯 뜨겁다. 남의 무능력을 발판 삼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남의 천박함으로 자신의 천박함을 가리려 한다. 정치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으니 국민들끼리 분열하고 갈등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를 넘어 ‘위드(With) 코로나’ 시대라고 진단한다. 전자가 ‘극복’을 필요로 한다면 후자는 ‘동행’이다. 어떻게 슬기롭게 살아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제 누가, 어디서, 언제 감염돼도 이상하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 확진자에게 던지는 돌이 얼마든지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향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타자를 설정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확진자에게 던지는 따가운 시선을 거둬야 한다. 인류에게 닥친 집단 감염을 다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저자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이유, 인간이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에 대해 말한다. 우리 내부에 이름 없는 무언가, 바로 ‘우리’라는 것 이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 사태의 피해자인 동시에 책임져야 할 주체들이다. ‘우리’의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야 말로 코로나 시대 를 살아내는 유일한 희망이다.

 

 

 

 

왕시온 / 명예영상기자 14기 (한국체대) (사진 ) 왕시온 증명사진.jpg

 

 


  1.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방통위의 <방송매체...
    Date2021.03.11 Views7
    Read More
  2. 입사 1년이 지났다

    입사 1년이 지났다 뉴스는 때때로 피곤하다. 30초 길이 단신도 누군가에게는, 어딘가에서는 30시간 동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과사전이나 속기록이 아닌 인간, 살아 있는 지적 동물이어서, 뉴스가 담는 현실의 무게가 만만하지 않다. 일상적으로 보...
    Date2021.03.11 Views6
    Read More
  3. 코로나 시대 입사생

    코로나 시대 입사생 코로나19로 한창 어수선했던 2020년 2월. 대전이 고향인 나는 항상 고향에서 내가 원하는 일(영상기자)을 하며 삶의 터전을 이루는 꿈을 꾸어 왔다. 서울에서 다른 언론사에서 영상기자로 일을 하고 있었고, 일과 병행하며 지금의 직장인 ...
    Date2021.03.11 Views5
    Read More
  4. 15기 명예 영상기자를 시작하면서

    15기 명예 영상기자를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뉴스에 등장하는 기자들이 ENG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것이 어느덧 개인적 로망으로 다가왔다. 이후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됐다. 미디어를 전공하면서...
    Date2020.11.16 Views95
    Read More
  5. 코로나와 우리

    코로나와 우리 나는 기독교인이다. 요즘 이 말을 하는 데 전에 없던 용기가 필요해졌다. 교회가 산발적 집단 감염의 온상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너네 교회는 온라인 예배해?’ 주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질문에도 걱정보단 경계심이 묻어 있다. ...
    Date2020.09.16 Views116
    Read More
  6. 1년 동안 지내며 가본 곳들

    1년 동안 지내며 가본 곳들 평소에는 가볼 수 없는 곳에 직접 가 보는 것. 그것이 입사 후 내게 생긴 변화다. 정부 기관의 내부나 크고 작은 집회에 갈 때 마다 그 사실을 체감한다. 선배들은 아프리카, 전쟁터, 여러 큰 국제 행사 등에 다녀온 이야기들을 들...
    Date2020.05.08 Views285
    Read More
  7. 충북의 첫 여성 영상기자, 입사 1년을 앞두고

    충북의 첫 여성 영상기자, 입사 1년을 앞두고 ▲ 취재현장에서 취재 중인 필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화면 속에서 종종 경기장 라인 밖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오프사이드 판독을 하는 한 여성심판을 볼 수 있습니다. 빠른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
    Date2020.05.07 Views292
    Read More
  8. 이제 좀 나대도 될까요?

    이제 좀 나대도 될까요? ▲ 취재현장에서 필자 영화‘ 어벤저스’ 속 토르처럼 ENG를 들고 전북을 누비는 영상 기자가 되겠습니다! 경쟁자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고 싶어 이렇게 내뱉었다. 최종면접을 보고 있었고 이게 내 마지막 말이 됐다....
    Date2020.05.07 Views197
    Read More
  9. 영·호남 지역갈등 범인은 따로 있다?

    영·호남 지역갈등 범인은 따로 있다? “어디서 오셨소?” “출생지는 부산이고, 자란 곳은 경남 거창입니다!” 잔뜩 겁먹은 신입사원을 향해 듬성듬성 희끗 희끗한 머리칼을 가진 선배가 답한다. “고향이 거시기허네. 허허. ...
    Date2020.05.07 Views153
    Read More
  10. MBN 선배들의 '영상보도실록'을 읽고

    MBN 선배들의 '영상보도실록'을 읽고 영상기자가 된 후 정신없이 1년이 흘렀다. 현장에서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다. 하루하루 내가 취재해 온 영상을 모니터링하며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던 중 책 한 권을 읽었다. 보도영상실록. 네 명의 영...
    Date2020.05.07 Views125
    Read More
  11. 작은 첨병

    작은 첨병 작년 12월 4일, 한국영상기자협회에서 진행하는 드론저널리즘 아카데미에 봉사자로 참석했다. 현직 영상기자가 고민하고 있는 드론 관련 현안을 심도 깊게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방송국 인턴쉽 전형을 앞두고 정신없던 그때, 내가 아카데미에 참석...
    Date2020.05.07 Views106
    Read More
  12. 명예영상기자 활동을 하며

    명예영상기자 활동을 하며 영상 기자의 자세는 무엇일까? 명예 영상 기자 면접에서 ‘영상 기자에게 필요한 자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부끄럽고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그간 명예 영상 기자 활동을 하며, 영상 기자에게 필...
    Date2020.05.07 Views73
    Read More
  13. 명예영상기자의 특권

    명예영상기자의 특권 ▲ 지난 8월 22일 명예영상기자단으로 SBS를 방문한 필자 “TV로만 보던 건데.” 방송사의 뉴스 스튜디오에 들어간 우리가 연신 내뱉었던 감탄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는 TV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유튜브가 더 적절한 단어가 아...
    Date2020.01.10 Views172
    Read More
  14. 광주MBC 신입 영상기자 소개

    영상기자가 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매일매일 현장에서 치열하게 지내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 듯합니다. 영상기자는 사람들의 눈과 귀입니다. 특별히 재미나 타임 킬링이 아닌, 매일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진실을 전하는 눈과...
    Date2019.11.05 Views258
    Read More
  15. 협회, 대학생 명예영상기자 수료식과 임명장 수여식을 가져

    협회, 대학생 명예영상기자 수료식과 임명장 수여식을 가져 ▲ 대학생 명예영상기자 제13기 수료식 사진 왼쪽에서 박민수(인제대), 정연심(군산대), 함승규(명지대) ▲ 대학생 명예영상기자 임명장 수여식 사진 왼쪽에서 오소민(건국대), 이성민(충남대), 왕시온...
    Date2019.09.06 Views190
    Read More
  16. 대학생 ‘명예영상기자’를 수료하며

    대학생 ‘명예영상기자’를 수료하며 ‘대학생 명예 기자’ 직함을 부여받은 시기를 기준으로 약 1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는데, 돌아보면 협회원 자격으로 ‘학습’을 했다는 느낌보다는 ‘여행’을 다녀왔다는 느낌...
    Date2019.09.06 Views107
    Read More
  17. 책임과 무게 앞에 서기 위하여

    책임과 무게 앞에 서기 위하여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리네 /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2016년 11월 10일 오후 7시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신...
    Date2019.09.06 Views198
    Read More
  18. 수습기자를 마치면서...

    수습기자를 마치면서... 벌써 입사한 지 6개월이 되어 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내가 처음 영상기자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KBS에서 만든 영상기자 홍보영상 덕분이었다. 험한 재난 현장부터 문화,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상기...
    Date2019.07.01 Views772
    Read More
  19. 은하수를 이루길 꿈꾸며

    은하수를 이루길 꿈꾸며 나는 왜 영상기자를 꿈꾸었는가? 단순히 영상이 좋아 전공을 선택했던 내가, 영상기자의 꿈을 확고히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 1월, 방송국 실습 당시 최저기온 영하 17도의 날씨에 시위 촬영을 나간 적이 있었다. 숨...
    Date2019.07.01 Views376
    Read More
  20. 책임감에 대한 기회

    책임감에 대한 기회 뉴스 리포트 막바지의 2초 남짓 지나가는 자막은 영상기자들의 무거운 책임감을 대변한다. 그들이 온 세상을 등지고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렌즈 속 세상을 고집하는 이유를, 그들의 어깨에 ENG카메라와 더불어 그것보다 수십 배 무거운 ...
    Date2019.05.08 Views27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