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자에게 출입처란
▲ 2019년 겨울, 국회 영상기자실에서 영상기자와 함께
2019년 말, 신입 때부터 이어진 약 3,650일이라는 약 10년간의 사회부 생활이 끝나고 국회로 출입처 발령을 받았다. 모든 변화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법. 나 역시 그동안 해왔던 사회부 생활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마치 이직을 앞둔 회사원처럼) 내심 떨렸던 기억이 난다. 내 자리의 짐을 빼고 장비를 옮겨 출입처로 이사(?)하는 것도 그런 기분에 한몫했던 것 같다.
출입처에서 보내는 기간은 언론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MBN의 경우 보통 약 2년 정도이다. 거의 군 복무와 맞먹는 기간 동안 회사가 아닌 공간에서 다른 회사 사람들과 지내게 된다. 출입처에 오고 나서 새삼스레 느낀 부분이지만, 이토록 장기간 여러 회사에서 한 곳으로 직원들을 파견해 같은 업무를 분담하는 시스템은 보도 영상업계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매우 드물지만 또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과 영상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는 특수 업무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풀을 짜서 해결해야 하는 부득이한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2020년은 유례없던 코로나 시국이고 이런 측면은 더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의 6개사뿐만 아니라 종편, 지역 방송사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취재 공간에 머무르는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 사실 국회라는 출입처에서 제작하는 정치 기사는 회사마다 원하는 기사의 방향이 대동소이하므로, 사회부와 같이 ‘구르는’ 일보다는 ‘조율’을 하는 업무가 더 주요하다.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열 개가 넘는 방송사마다 조금씩 다른 요구사항들을 수용해, 취재하고 송출하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게 협회 풀단의 여러 역할 중 하나이다.
출입처의 영상취재는 현장에서의 중점을 다른 곳에 둔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대부분의 사회 부성 기사는 영상을 통한 내용 전달에 중점을 두고 이 부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국회에서의 영상취재는 ‘싱크’가 차지하는 중요도가 8할에 가깝다.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를 담았는지 놓쳤는지의 여부에 따라 곧바로 결과물이 달라진다. 흔히 얘기하는 ‘그림의 질’ 보다는 ‘싱크의 유무’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출입처가 처음이었던 나로서는 새로이 경험하고 느끼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2, 3주 정도는 신입으로 입사해서 수습 기간을 겪던 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예컨대, 국회 내 건물이나 구조 혹은 위치 등을 기억하고 매 순간 발생하는 일정을 따라다니는 것만 해도 버겁고 정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취재기자들의 취재요청에 익숙해져 있던 사회부 경험상, 국회 영상기자 풀단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취재는 나를 어리바리하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국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를 풀단에서 직접 팔로우하고 뉴스의 가치를 판단한 후 영상취재 여부에 대한 각사의 논의를 거쳐 일정을 커버하는 선택과 집중의 과정들은, ‘영상기자’라는 타이틀을 놓고 보았을 때 ‘영상’보다 ‘기자’ 쪽에 더 비중이 실려 있었고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해 주었다.
겨울, 봄, 여름이 지나고 다시 가을이 왔으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사회부 때도 빠르게 지나가던 시간에 더 가속도가 붙은 기분이다. 그 1년 동안 나는 출입처에서 무엇을 했나, 하고 돌이켜보니 그저 내 역할을 소화해내기도 급급했던 것 같다. 물론 사회적으로 언론 환경이 바뀌면서 출입하는 당이나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이 예전만큼 매끄럽지도, 쉽지도 않아진 면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핑계 삼아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특별히 공부하거나 노력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24명의 영상기자들이 유기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자칫 영상기자로서의 책임 또한 24분의 1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생각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제때 떨쳐내지 못한다면, 스스로가 기자라는 소명의식을 슬며시 놓아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문득 글을 쓰면서 다시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입처에 있는 동안 조금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기자로서 유의미한 시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김준모 /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