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박주일
부족한 작품으로 수상을 하게되어 기쁘면서도 민망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사실 이 아이템을 제작하는 내내 ‘부족함’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80년대에나 가능했을법한 우리사회 특권층들의 행태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면서, 이 황당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촬영된 결과물들이 부족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한정된 제작시간에 좀 더 다양한 팩트를 담으려 취재기자와 동선을 나눠 따로 출장을 다녔고, 며칠씩 병원 맞은편 건물에서 고성능 도촬(?)을 감행하기도 했지만, 방송일이 다가오는데도 뭔가 쎈 그림이 없어 초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실에 누워계신 우리 사모님께서 저희의 걱정을 한 번에 해결해 주시더군요. 몰카를 들고 찾아 뵌 병실에서, MBC 취재진임을 밝히고 건강상태를 여쭤봤더니, 처음엔 가만히 있던 두 손이 놀라운 연기력으로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막판엔 말씀도 더듬더듬 하시면서, 본인은 몸이 아파 얘기를 길게 못하니 잘못된 제보를 가지고 취재하면 안된다며 점잖은 훈계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갈증이던 ‘부족함’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수많은 시청자들이 대기업 사모님의 형집행정지에 대해 공분을 토해냈고, 이는 검찰 수사로 이어져 사모님은 재수감되었고 담당의는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남의 불행을 두고 기쁠 리야 없겠지만, 최소한 마음은 홀가분해 졌습니다. 아울러,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고 하지혜 양과 그 가족분들게 미약한 위로라도 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마직막으로, 부서가 사라진 뒤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중인 MBC카메라기자들께 수상의 모든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