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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자라는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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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EP.15〉코로나 2주 자가격리, 기자가 직접 겪고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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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EP.16〉조두순 출소 현장 취재기/ 조두순 사건 과거와 현재

 

 

 우리는 가진 이야기가 참 많은 사람들이다. 영상기자라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곳들을 가고,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고,  보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것들을 영상으로 담는다. 친구들, 가족들에게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들려주면 그 자리에서는 ‘이야기꾼’이 된다 ‘우리에게 . 일상적인 현장이 누군가에겐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 뒤에서 영상을 담는 사람이 카메라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하는 순간이다.’

 

 영상은 곧 하나의 언어다. 직업 상 응당 그림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쉬이 사장(死藏) 돼버리고 마는 이야깃 거리들은 못내 아깝고 아쉽다. 짧게는 10여 분, 길게는 수 시간의 촬영 분은 2분여 리포트에 활용되고 잘린 나머지 원본은 아카이브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시간이 지나 우리가 찍은 현재가 역사가 될 무렵 또 다시 꺼내져 빛을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럴 일 없어 보이는 그림들이 자꾸 말을 걸었다. 그 한 컷을 찍으려고 먼 길을 돌아갔다 오기도하고, 로우 앵글로 손을 오물 바닥에 짚고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아, 저 한 컷을 잡으려고 ‘뻗친’시간이 또 얼마였나?

 

 박동혁 선배가 캡이 되면서, 생각이 맞는 영상기자들과 뉴스편집자들이 의기투합해 유튜브를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기존의 정형적(定型的)인뉴스 ‘컷(cut)’을 ‘엎어’버리자는뜻의 유튜브 채널<엎어컷>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나는 동기인 희건이와 머리를 맞대 ‘카스테라’를 만들었다. ‘카스테라’는 <엎어컷>의 한 코너로 영상기자들이 취재 원본을 보며 현장 이야기, 취재기, 더 생각해 볼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기획, 촬영, 출연, 편집, 모두 우리 몫이다. 시간은 거의 나지 않아 총을 맞는 중간 중간 틈나는대로 모여 만든다.

 

 첫 코너는 세 동기(김동세 이지호 김희건)들이 모두 다녀온 전두환 광주지법 출석 취재기였다. 그 외에도 정준영 입국 당시 취재기, 희건이가 다녀온 포항 연쇄살 묘사 건 취재기, 우리가 함께 다녀온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이야기, 2020 수해 취재편 등도 만들었다. 최근엔 동세형(feat. 형수님)의 ‘자가격리썰’도 풀었다.

 

 <엎어컷>의 반응은 시작부터 폭발적이었다... 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6개월 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이제 막 구독자 천 명이 넘은 정도다. 만명이 넘고 십만명이 넘는 채널, 백만 조회수가 넘는 콘텐츠들을 보면 ‘현타’가 올 때도 있었다 ‘좋댓구(좋아요, . 댓글, 구독)’가 중요했다면 <엠빅뉴스>나 <MBC NEWS>의 하위 브랜드로 들어가 확보된 구독자를 공유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구독, 조회수, ‘좋아요’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게 더 중요했다.

 

 말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 떠들다 캡과 부장으로부터 제지 당한 표현들도있었다. 사족이지만 희건이랑 나는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다. 둘만 스튜디오에 들어가 카메라 몇 대 놓고 이야기하다 보니 촬영 중인지 둘이 골방에서 떠드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가장 최근 화에서도 조두순을 두고 한 표현이 문제가 돼 완제를 만들어 놓고도 4번의 수정을 더 거쳤다.(내가 입이 거친 탓에 하지 않아도될 수고를 더한 희건에게 이 자릴 빌려 사과한다.)

 

 <엎어컷>은 여전히 ‘시작 중’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좋댓구’탓에 하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 새로운 포맷을 생각하고 제작한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코로나도 막지 못한 감동의 수능 현장’도 엎어컷의 기존 포맷이 아니었다. 새로움을 만드는 일은 때로 고되고 스트레스가 크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것, 새로운 경험 등은 늘 반갑고 즐겁다. 거창한 목표 같은 건 없다. 전하고 싶은 얘기를 지치지 않고 계속 하고 싶다. 이제 천 명이다. 언제 만 명 되고 십만, 백만이 되나. 구독자수가 많아지면 무슨 버튼인지 뭔지도 준다는데 언젠가 한번 받아는 보자. 아, ‘좋댓구’ 신경 안 쓰기로 했지. 깜빡했다. 유튜브가 이렇다.

 

 

이지호/ MBC image0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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