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부문 최우수상 수상소감
<수달도시 2부작>
지난 2015년 12월, 지역방송사의 경영난을 극복하기위한 대책으로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안식년 휴가중이었는데 업무복귀 3개월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회사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휴가지만 입사20년만의 첫 장기휴가로 바쁜 기자생활을 잠시 뒤로 한 채 전에 느껴보지 못한 여유와 재충전의 기회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3개월 후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다큐멘터리제작을 해야 하니 남은 기간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임무는 수달을 촬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수달이라...갑자기 편안했던 가슴이 답답해졌었습니다. 또 다시 수달촬영이라니...다른 다큐도 아니고 수달촬영이라니....부담감이 백배로 다가왔습니다.
2005년 1월에 인구 250만이 사는 대도시 대구를 가로지르는 신천에서 지역방송사로서 최초로 수달 촬영에 성공한 이래로 2010년까지 네 편의 수달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할 때 마다 새로운 개체의 수달과 새로운 내용을 구성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수달과 같은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것이 다들 아시겠지만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있는 피사체도 아니고 네 편의 다큐제작으로 소재가 고갈되어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의 다큐제작이 힘들 것임이 분명했습니다. 결국 이런 부담감으로 2016년 3월, 6년 만에 또다시 다섯 번째 신천수달다큐멘터리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촬영 첫 날,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촬영포인트를 찾아봤지만 그동안 많이 바뀐 서식환경으로 인해 다시 수달을 촬영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으로 가득찼습니다. 의심과 부담감에 젖어 있다간 아무 일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일단 먼저 탐문조사와 배설물 조사로 수달이 출몰하는 빈도가 높은 지역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 이전에 수달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 아직도 수달이 그 것도 낮에 3마리나 되는 수달가족이 목격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순간 안도의 마음이 생기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촬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촬영을 시작한지 일주일째 어둠이 걷히고 날이 훤히 밝아왔을 때 멀리서 주변 차 소리를 뚫고 나올 만큼 큰 물장구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전의 경험으로 수달이 나타났다는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탐문조사에서 들었던 바로 그 수달가족 3마리였습니다. 어미 한 마리와 새끼 두 마리가 대도심 한가운데서 아주 평화롭게 노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힘을 얻어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부담감으로 시작했지만 다시없을 지도 모를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고 그 순간 카메라기자로서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열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이 중심인 도시에서 인간을 배제한 자연보호는 울림 없는 메아리임을 인식하고 인간과 수달이 공존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것을 가장 큰 핵심주제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주제표현의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특수 촬영과 후반작업이 필요했는데 열악한 지방방송사의 여건 속에서 카메라기자가 직접 해야 했고 미속촬영장면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 특성상 일몰 일출을 촬영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다른 다큐를 제작할 때 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 번 수달다큐 제작이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1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네 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 덕분에 대구시민들의 신천 수달보호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전환이 가능했다고봅니다. 이로 인해 신천은 수달이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서식환경으로 변화했고 신천에서 여전히 수달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큰 보람을 느끼며 열정과 기대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카메라기자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영광스럽게 여기는 이 상을 수상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상의 기쁨과 더불어 이번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 난 뒤 대구시 관계자로부터 이 번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되어서 대구시의 신천개발프로젝트에 수달생태전시관 건설 방안을 추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더할 나위없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카메라기자가 자신의 영상 한 컷으로 인해 세상이 바뀔 때 기자로서 최고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항상 그렇듯이 이 번 상은 완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수상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거의 매일 이른 새벽 일찍 출근해야했지만 아무 불평 불만 없이 도와준 차량반과 오디오맨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을 같이 제작하면서 취재기자보다 현장 감각이 뛰어난 카메라기자의 의견을 거의 수용하고 믿어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심병철부장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이번 다큐멘터리가 그 어느 때 보다 제작 기간이 길어 져서 뉴스제작에 많이 참여 하지 못했는데 그 공백을 메워 주신 동료 카메라기자 선후배님들께 다시 한 번 죄송스럽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끝으로 이 번 수상이 간절함과 열정은 긍정적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고 자칫 무료함과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입사 20년차의 남은 기자생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장성태 대구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