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뉴스부문 최우수상 SBS김승태<[단독] 허 찔린 우병우... 차량, 휴대전화 '기습압수수색'>
뉴스부문 최우수상 수상소감
<[단독] 허 찔린 우병우... 차량, 휴대전화 '기습압수수색'>
검찰은 2016년에도 우병우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압수수색과 소환 시점 등 소극적인 수사 태도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자를 무섭게 노려보고, 팔짱을 끼고 수사를 받고…. 이른바 ‘황제소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당시 수사팀장은 결국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나가고 우 전 수석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SBS 법조 취재팀은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압수수색 당일인 2017년 11월 24일에도 우 전 수석이 재판을 받고 집으로 귀가하는 현장을 지키고 있었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중요한 뉴스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중앙지법에서 공판을 마친 우 전 수석을 팔로우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의 카메라 뷰파인더 안으로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며 차량에 탑승하려던 우 전 수석을 막아섰습니다. 이후 몇몇 사람들이 촬영을 못 하게 저를 막아서고 우 전 수석 주변을 둘러쌌지만 저는 무슨 일인지 포착하기 위해 차량 쪽 빈틈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누군가 우전 수석에게 말을 하려하는 것 같았고 동시에 누군가 저를 밀어내려 했습니다. 프레임에는 보이지 않는 몸싸움이 일어났고 저는 손을 뻗어 저를 밀어내고 있는 수사관의 어깨를 잡은 채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사회단체에서 항의 방문을 한 것인지, 아니면 긴급체포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없었습니다. 잡음이 많았고 소리도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 그 무리의 소속이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이라는 확신은 있었고, 저는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언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원테이크로 촬영했습니다. 오디오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고, 촬영 중 오디오맨을 통해 마이크를 취재기자에게 전달했습니다. 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리에 집중하며 현장을 촬영했습니다.
주변 잡음 사이로 ‘차량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을 한다.’라는 작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근처에는 여러 취재기자도 있었지만 조용히 이루어진 집행이었기에 상황을 파악하는 사람은 저뿐이었습니다. 순간 어디서든 당당함을 유지했던 우 전 수석의 표정도 무너졌습니다. 매우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까지 두리번거리며 당황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에게도 손가락질하며 불쾌함을 표현했습니다. 저는 감정을 통제하며 집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차분하게 현장을 게더링 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수사팀 중 한 명이 우 전 수석의 항의를 듣고 저의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막으며 취재를 막아버렸고, 저는 이미 근접촬영으로 핵심적인 내용은 충분히 게더링되었다고 판단하고, 영장집행에 방해되지 않는 부감 포인트로 자리를 옮겨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영장을 보여주고 우 전 수석의 차량에 수사팀이 동행해서 이동하는 현장의 모든 상황을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압수수색 집행의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일은 잘 일어나질 않습니다. 사전에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이루어지는 탓입니다. 우 전 수석이 당황하는 모습 역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그간 많은 시간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했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값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영상기자에게 현장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단독취재는 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닙니다. 영상취재팀 법조 2진으로 취재에 참여했다가 기회가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SBS 영상취재팀, 법조 취재팀 구성원 모두와 이 영광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SBS 김승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