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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 과정에 느낀 영상 팩트의 중요성

“가치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만으로도 책의 밑거름이 된다”

 

(사진1) 저술 과정에 느낀 영상 팩트의 중요성.jpg

▲필자의 두 번째 저서 ‘세계의 옷 공장,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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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이 북한산 의류를 중국산 의류로 판매한 방송(2018년 9월)

 

 

 책 두 권을 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영상 정보의 힘을 잘 안다. 영상 정보의 유무는 팩트의 위력을 좌우한다. 가치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만으로도 책의 밑거름이 된다.

 

 필자가 쓴 졸저 두 권은 모두 북한 관련 주제이다. 오랜 기간 중국에서 구축한 북한 취재 네트워크가 기반이 됐다. 첫 번째 책은 2015년 4월 출간한 '인도에 등장한 김정은, 그 후의 북한 풍경', 두 번째 책은 지난해 6월 나온 '세계의 옷 공장, 북한'이다. 첫 번째 책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4살 후계자 신분으로 2007년 인도에 간 행적, 그리고 필자가 중국에서 접촉한 북한 인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두 번째 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가 만든 옷을 수입하는 현실을 다뤘다. 두 책 모두 사실을 입증하는데 영상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에서 촬영한 '후계자 김정은'과의 사진

 첫 번째 책은 후계자 김정은의 인도 행적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후계자 김정은은 2007년 10월 신분을 감추고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에 참석했다. 북한 선수단과 함께였다. 당시는 그의 존재가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국 역시 이 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선수단과 따로 현장을 찾은 한국의 축구계 인사가 우연히 후계자 김정은을 만났다. 그것도 두 차례나. 그들은 장시간 대화를 나눴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물론 당시 그는 자신이 만난 인물이 미래 북한의 지도자라는 사실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축구계 인사는 필자에게 인도에서 만난 '후계자 김정은'과의 인연을 말했다. 하지만 사진은 한사코 제시하지 않았다. 필자는 사진을 보여주기만 해달라고 줄기차게 설득했고 마침내 그는 허락했다. 서울 안국동에서 만난 그는 필자에게 두 장의 사진을 제공했다.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었다. 사진 제공의 조건으로 그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 사진을 받은 이후 필자는 본격적으로 사실 파악에 나섰다. 장기간에 걸친 검증 결과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최종적으로 성형외과 의사에게도 보여줘 분석함으로써 사진 속 인물이 20대시절 김정은임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책은 나왔지만 아쉽게도 필자의 생각과 달리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축구계 인사와의 약속때문에 책에서 사진을 공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필자에게 언젠가 사진 공개를 허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날이 온다면 아마 필자의 책은 뒤늦게 관심을 끌게 되지 않을까? 사진이 있기에 확인한 사실이었지만, 사진을 공개할 수 없어 반향이 제한적이었던, 그래서 영상 정보의 힘을 여실히 느낀 경험이었다.

 

 'CJ오쇼핑의 북한산 의류 판매' 입증한 영상 정보 

 지난해 6월 출간한 '세계의 옷 공장, 북한' 역시 영상 정보가 책의 씨앗이 됐다. 2018년 12월 필자는 중국의 소식통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기업 CJ가 북한산 옷을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한국의 대기업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놀라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대체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사실 확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국의 지인 여러 명과 소통하며 정보 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 뜻밖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관련 영상 정보를 하나둘 확보하기 시작했다. 옷을 만들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모습, 북한공장에서 보낸 편지, CJ오쇼핑 방송에서 북한산 의류를 중국산이라고 광고하는 모습 등 정말 다양한 영상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확보한 다양한 영상 정보는 CJ 오쇼핑이 2018년 가을 북한산 의류를 판매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최초의 제보는 정확한 사실이었다. CJ는 처음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필자가 관련 팩트를 하나씩 제시하자 나중엔 "우리도 몰랐다."고 답변을 바꿨다. 하지만 이후 필자는 CJ 내부 보고서까지 입수하면서 CJ의 이 주장마저 믿을 수 없게 됐다. 보고서에는 북한 노동자가 만든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언급돼 있었다. CJ가 북한산 옷을 판매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북한 노동자 제조 방호복’사진에  가디언지도 관심

 필자는 두 번째 책 집필을 마무리할 무렵인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소식통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파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북한 노동자 공장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해외에서의 의류 주문이 뚝 끊긴 것. 그런데 새로운방식으로 활로를 찾았다.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는 의료진의 방호복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했다. 엄청난 물량 주문이 중국으로 쇄도하면서 북한 노동자 공장이 방호복 생산을 담당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방호복은 중국산 라벨을 붙여 해외 각국으로 수출됐다. 당시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을 확보할 순 없어 다급하게 내용만 정리해 책 뒷부분에 실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되고 몇 달이 지나서 필자는 북한 노동자가 만든 방호복을 구할 수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인사가 보내줬다. 필자는 북한 노동자가 방호복을 만든다는 사실을 방호복 제품 사진과 함께 월간지에 기고했다.

 

 그러자 이 기고문을 본 영국 가디언지 기자가 필자에게 연락해왔다. 가디언지 기자는 필자가 확인한 사실을 자신들도 수개월 동안 취재중이었다며 필자와의 소통을 요청했다. 그는 필자가 촬영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자신들이 취재해온 부분과 상당히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영상 팩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필자와 소통을 한 이후 가디언지는 북한 노동자가 코로나19 방호복을 만들고 있고, 이들 제품이 중국산 라벨을 달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필자가 파악한 다양한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 영상 정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객관적으로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사실 여부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신분 보안 유지가 필수인 중국의 소식통들을 상대로 취재할 경우 발언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영상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영상 정보의 가치가 막강하다 보니 영상 정보를 교묘하게 조작하는기술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영상 정보의 사실성을 입증할 내용 취재가 뒷받침돼야 비로소 완전한 팩트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승재/ 북한전문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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