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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청와대 영상기자단 미국 순방기



청와대 미국 순방기.JPG


빗 장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순방 이후 한동안 해외를 나가지 못할 것이란 현실을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0년 전 세계를 휘몰아친 코로나19의 여파는 삼청동에 자리 잡은 청와대 춘추관에도 미치고 있었다. 정상외교의 길이 막히자 국내로 취재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출입기자 인원수 제한과 재택근무, 비대면 화상회의 증가, 마스크 상시 착용, 수시로 진행되는 방역과 검사 등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1년에 수차례 순방 취재를 위해 짐을 싸고 풀면서 분주하게 돌았을 춘추관의 시계는 멈춘 지 오래 되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로 확산되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백신이라는 복병을 만나며 우리에게 여름이 오기 전 해외 순방의 빗장을 열어주게 되었다. 


리 셋

다시 재개된 한미정상회담 취재, 출입하는 각사 반장들의 합의에 따라 풀 순서상 MBN이 시작점이 돼 순방 인원이 정해졌다. 하지만 17개월 동안 굳게 닫혀 있던 해외 순방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순방 기자단의 1·2차 백신 접종과 인원 축소, 확정되지 않은 일정, 게다가 청와대 영상기자실에서 순방을 경험한 기자들이 극히 일부라는 점 등 모든 상항이 예측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우린 모든 부분에서 리셋을 하고 새로운 틀 안에서 준비해야만 했다. 우선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했던 영상취재와 송출시 필요했던 장비의 준비 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했다. 영상기자단 인원도 미국의 순방 수행단 전체 규모 축소 요청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7명으로 정해졌다. 코로나 이전 미국 순방과 단순비교해 보니 인원은 24명에서 7명으로, 일정은 평균 1박 4일에서 3박 5일로 정해졌다, 출장 인원은 1/3로 줄고 세부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게 많아 험난한 순방 취재가 예상되었다. 줄어든 취재 인원만큼 책임감은 배가 되어 다가왔다.


백신 접종

대통령 순방 일정이 결정된 후 출국까지 5주 남짓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공동취재단은 미국의 입국 조건에 맞춰야만 했다. 우선 코로나19 항체 생성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백신 1차 접종을 받고난 3주 후 2차 접종, 출국 전 PCR 검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준비해야 했다. 새로운 기준에 맞춰 국내 일정 취재를 소화하면서 개인 위생관리 또한 소홀함 없이 차분히 준비해야 했다. 자신이 청와대 출입 기자들 중에서 최초 감염자가 되면 너무 큰 민폐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출 발

시간이 흘러 출발일이 이틀 안에 들어오자 출장 짐을 싸기 시작했다. 순방을 가는 인원 중 한명을 정해 ‘쌈장‘ 이라는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그 쌈장의 지휘아래 순방기간 일정 등을 고려해 화물, 핸드캐리로 출장 짐을 분산해 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드디어 출발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공식 수행단, 공동취재단이 타고 갈 공군1호기를 서울공항에서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짜 가긴 가는구나’ 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만큼 지금 해외로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적한 한·미간의 현안들을 논의코자 1년 5개월 만에 1호기 트랩 위를 오르는 문 대통령을 기내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좀 달랐다.



취 재

약 14시간 비행 후 도착한 워싱턴 앤드루스 공항. 환영행사 취재를 끝내고 워싱턴 시내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본 풍경은 한국에서 뉴스로 접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안보이고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고 하는데 말이다. 순방단이 서울공항에서 출발 직전 미국 CDC에서 노마스크를 결정했다고 한다. 실제로 워싱턴에 도착하고 나서 양국 간 조율단계에서 미국 측이 CDC의 권고를 받아 양 정상이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수 있어 역사적인 장면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미국 워싱턴에 도착 후 문재인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한미 경제라운드 테이블, 미 의회 방문, 부통령 접견, 한미정상회담, 확대회담, 명예훈장 수여식, 공동기자회견,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의벽 준공식, 그레고리 추기경 면담, 백신 협약식, SK이노베이션 애틀란타 공장 방문까지 정말 많은 일정들을 소화했다. 명예훈장 수여식 때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퇴역 한국전쟁 참전 군인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무릎을 꿇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이번 순방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공동취재단도 열심히 취재에 임했다. 해외 나가면 국민 모두가 다 애국자란 말이 있지 않은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주요 의제였지만 지금은 그에 더해 코로나 백신,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 의제들까지 중요성을 더하게 되었다. 공동취재단은 확정되지 않은 일정들이 많아진 탓에 처음으로 일정수첩이란 걸 받아 보지도 못하고 많은 일정들을 취재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몇몇 일정들은 제한된 인원 속에서 취재와 라이브 중계를 겸해야 하는 위험을 안고 취재해야만 했다. 예전 선후배 동료가 걸어온 길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했고 큰 사고 없이 일정을 마무리한 후 워싱턴과 애틀란타를 기분 좋게 떠날 수 있었다.

 

귀국.JPG

귀 국

5월 23일 23시. 깜깜한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기자기한 서울 도심은 차분하지만 활기찼다. 밝은 워싱턴의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활한 미국 대륙의 차분한 느낌과는 사뭇 대비되었다. 1호기가 서울공항에 착륙하고 서울공항 도착 행사 취재팀은 분주히 카메라를 챙기고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 뒷문이 열리고 취재팀은 달렸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방미 성과에 대한 평가가 좋았기에 대통령의 귀국 모습을 기다리는 언론사가 많았다. 언제나처럼 취재는 순식간이다. 자 이제 송출만하면 우리의 공식 임무는 끝난다. 한 시가 급한 상황. 그런데 아뿔싸!!! 영상 송출용 MNG에 꽂혀있는 유심은 미국유심이 아닌가! 애틀란타에서 딜레이 된 비행 출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출국 행사 취재를 끝내자마자 이륙 전 가까스로 송출에 성공한 후 모두가 안심을 했기 때문에 아무도 한국 유심으로 갈아 끼워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뭐 유심을 바꾸는 게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은 모두의 것이었다. 한국 유심카드의 인식 시간은 왜 그렇게 또 길게 느껴지던지... 


PCR 검사와 호텔 격리

일요일 늦은 시간에 순방 인원 전체를 검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신 분들도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과연 어느 쪽으로 줄을 서야 하는지 우리만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미 몇 번의 PCR 검사를 받으면서 그 순간의 고통이 검사자의 숙련도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검사를 잘 받고 우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김포에 위치한 한 호텔로 이동했다. 도착해 보니 뉴스에서 몇 번 봤던 그 호텔이다. 입소에 필요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혹시 배달음식 가능하냐”는, 누가 들으면 큰일 날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컵라면 하나씩을 들고 각자 방으로 향했다. 


능동감시 2주

다음날 결과가 통보되는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돼서 문자가 왔다. 검체가 잘 검출되지 않은 분들이 있어 일부 인원이 재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퇴소 시간이 좀 늦어질 수 있다고 한다. 순간 혹시 누가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스쳤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우리는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제부터 2주간 능동감시 대상자가 되었다. 이미 정부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 귀국 후 자가격리를 면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바로 정상출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춘추관은 최소 1주일간 능동감시하며 재택근무를 요구했다. 자가격리나 격리시설 입소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매일 걸려오는 질병관리청의 건강상태 확인 전화와 매일매일 내 가족보다 더 내 건강상태를 체크해 주는 지역 보건소 직원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두 번의 PCR 검사를 받고 최종 음성 확인이 된 후 우린 당당히 춘추관에 출입을 하면서 길었던(?) 미국 순방 일정을 끝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순방의 첫 문은 벌써 잊히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두 번째 순방이 진행되고 있으니 세상사 정말 모르겠다. 끝으로 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계시는 동료 영상기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청와대 미국 순방 영상기자단

(SBS 제일, KBS 강희준, OBS 이시영, 연합뉴스TV 황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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