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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아래 초대 받은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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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가운데 개최 강행이냐, 취소냐 이야기가 많았지만 일본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행을 선택했다.


 개최가 결졍되고 선수와 임원, 올림픽 지원인력?등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입국했다. 그리고 올림픽을 취재하기 위한 미디어 관계자들도 대거 입국했다.


 미디어에 대한 통제는 엄격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버블방역체계를 내우며 코로나 19방역규칙을 정리한 플레이북을 배포했다. 미디어 관계자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코로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먼저 입국 과정부터 일본 정부의 승인이 필요했다. 일본 정부는 각 언론사에게 일본 입국 후 14일 동안의 활동 계획서를 받고, 이를 검토한 후 입국 승인을 내주었다. 숙소는 전용 예약 홈페이지를 통해 조직위에서 지정한 숙소 중?한 곳을 골라 예약해야 했다. 입국 후에는 입국일 포함 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으며,?이 기간에는 외부에 나갈 수 없고 오직 인근 편의점 이용만 15분 동안 가능했다. 이후에도, 입국 후 14일은 활동계획서에 기재하고 승인된 곳들을 제외하면 이동이 불가능했다. 교통편도 대중교통과 렌터카의 이용은 불가능했으며 조직위에서 마련한 미디어 전용버스와, TCT라는?방역 택시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가 잘 이루어졌을까? MBN취재진은 첫 출발부터 조직위의 원칙 없는 방역을 접했다. 출발 당일 새벽 조직위는 메일을 보내와 정부승인이 안 났으니 출국을 늦춰달라는 요청을 했다. 출국을 늦추면 자가격리 4일을 면제해 주겠다는 약속도 함께 해왔다. 방역의 첫 단계인 자가격리 4일의 원칙을 조직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숙소 예약 또한 조직위의 구멍 뚫린 방역체계를 느낄 수 있었다. 조직위가 지정한 일부 숙소가 미디어 전용 사이트에서 예약이 불가해 문의 메일을 보내자, 조직위는 일반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진행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역이 철저한 호텔인 줄 알았던 미디어 전용 숙소가 일반인들도 함께 묵을 수 있고 분리되지 않은 숙소였던 것이었다. 


 입국 후 차량 이동은 어땠을까? MBN취재진은 조직위의 플레이북 내용대로 렌터카 이용이 불가해 차량을 취소하고 전용 버스와 방역택시를 타고 이동했지만, 일부 언론사는 렌터카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자가격리가 없었던 MBN취재진은 입국 다음날부터 바로 취재 활동을 했다. 승인 받은 활동계획서의 내용대로 움직여야 했기에 움직일 수 있는 장소는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제대로 통제가 가능했을까? 선수들이 입국하는 나리타 공항은 활동계획서에 적을 수 없어 미디어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나리타 공항은 미디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었으며 취재에도 제한이 없었다. 


 14일 동안 미디어가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전용 버스와 방역택시 TCT이다. 물론 이러한 방침을 어기고 렌터카를 이용한 언론사도 있었지만, 조직위의 방침과 규정을 이행한 언론사는 그 곳에서 또한 방역 구멍을 느껴야 했다. 방역택시는 전화로?예약한 후 이용할 수 있었는데?TCT콜센터에 연결하려면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콜을 받는 인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지금 바로 택시를 이용한다고 전화를 하면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약을 한다 해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실제로 MBN취재진은 신주쿠의 주경기장에서 2시간을 기다려 방역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예약이 되지 않을 때는 대중교통을 탈 수 없기에 숙소에서 주경기장까지 30분 넘게 걸어가는 날도 있었다. 도쿄 조직위가 내세운 버블 방역은 말 그대로 쉽게 꺼지는 거품이었다. 실행할 준비도 의지도 부족했다. 렌터카를 이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올림픽 구역 차량 통행 패스를 판매하는 것과 같이 자신들의 방침들이 서로 충돌해 지킬 수 없는 경우도 목격했다.


 일본 정부와 조직위는 세계인의 축제를 생생하게 전달할 목적의 미디어를 안전하게 지원하기 보다는 방역이란 이름으로 실행 가능하지도 않은 통제를 하려고만 했다. 적자를 최소화해 빨리 끝내야 할 올림픽이었다. 미디어를 초대하긴 했지만, 그들에게 취재진은 불청객이었던 것이다.


임채웅 /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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