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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사건을 재구성한다, 기자라는 직업이 전문 직종이던 시절에는 이러한 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는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취재현장에는 이미 기자수보다 1인미디어와 블로거들이 시위대나 구경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있다. 온라인을 통해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환경이 바뀌면 관행도 진화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취재관행은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언론의 정파성과 현란한 편집기술만 진화하고 있다. 


‘언론중재법’논쟁 전에 왜 이런 상황이 왔나 언론 스스로 자문해 봐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논쟁은 이러한 환경에서 등장했다. 개정발의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법조문화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은 언론보도의 고의중과실 추정요건을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악의적으로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와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여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등 6가지로 규정한다. 시각자료와 기사내용이 명예를 고의로 침해했거나 중대한 과실을 범했는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복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는 예외로 하지만 좁은 의미의 공인에 대한 보도만 허용된다. 언론보도를 정확한 보도와 허위조작 보도로 나눌 수 있는지, 악의적이고 고의에 의한 명예훼손 정도를 어떻게 추정할지, 공공의 이익을 사안별로 판사가 판단하는 것이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인지 등 논란은 뜨겁다. 그러나 입법논쟁을 정치에 맡겨두더라도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를 현업에서는 곰곰이 되짚어야 한다. 


 2014년4월16일 인천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연안여객선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를 지나다가 8시49분 기울기 시작하여 10시31분 병풍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침몰했다. 이 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 338명과 일반 승객, 승무원 등 모두 476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언론은 11시1분7초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라고 자막을 내보냈다. 세월호는 8시49분 처음 기울기 시작했고 첫 보도가 나간 건 9시19분이었다. 해경이 처음 도착한 건 9시34분이었고 10시31분에는 배가 완전히 뒤집혔다. 방송속보에 ‘전원구조’라는 자막이 뜨던 그 시점에는 이미 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었지만, 방송에서는 낙관적 보도가 계속되었다. 심지어 세월호 침몰 8일째인 4월24일에도 언론은 여전히 "물살이 평소보다 크게 약한 소조기가 이날로 끝남에 해군과 해군구조대, 소방 잠수요원, 민간 잠수사, 문화재청 해저발굴단 등 구조대원 726명이 동원됐고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의 장비가 집중 투입됐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과연 이러한 보도를 ‘공공의 복리’를 위한 불가피한 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


인권의식 높아진 시대, 외부의 강제이전에 언론 스스로 취재윤리강화와 교육 절실

 한국사회에서 세월호사건 이후, 이제는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적 관심사’라는 이유로 모든 취재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취재과정이 정당하지 못하고, 취재방법이 인권을 침해한다면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를 침해한다고 본다. 보도의 정파성과 받아쓰기, 정해진 프레임만 촬영하고, 편집하는 관행을 더 이상 ‘공공의 이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디지털제작환경에서 누구나 1인미디어로 활동할 수 있고, 심지어 환경문제나 전문분야에 대한 정보제공에서 브이로그의 영향력이 기성언론사보다 더 커지는 현실이다. 


 공공의 이익과 복리를 위한 보도에서 중과실은 있을 수 없지만, 취재과정에 사익이 개입되고, 정파성에 따라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관행이 지속되면, 그 결과물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중과실이 된다. 이제는 그 발생비율을 줄여야 한다, 법률에 의해 직업윤리가 강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시민들의 인권의식이 기자들의 취재윤리를 앞선 상황에서 자정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불행은 외부로부터 강제 받는다. 이젠 현업에서 취재윤리강화와 교육으로 답할 차례이다. 




심영섭 /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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