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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몸짓 언어의 세계


대학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주제는 ‘몸짓 언어(body language)’이다. 특정한 몸짓 언어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난다. 딴짓하던 학생들도 고개를 

들고 강의에 귀를 기울인다. 몸짓 언어란 내면에 있는 다양한 동기와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과 행동 신호를 말하는데, 기본적으로 의식의 여과 없이 즉각적인 행태로 드러나는 탓에 원활한 의사소통의 유용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화와 광고, 대인관계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적인 활용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 기호학과 커뮤니케이션의 학문 전통 안에서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몸짓 언어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은 언론직 종사자 등 여러 분야의 직장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6면 바디랭귀지.jpg



사실 우리 모두는 이미 몸짓 언어에 관한 전문가일지도 모른다. 갓난아기 때부터 몸짓 언어를 사용해 먹을 것을 얻고 통증을 호소하며 애정을 구하기도 하면서 자랐으니 말이다. 또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양한 얼굴 표정과 손짓과 발짓과 같은 몸짓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몸짓 언어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대화 상대의 표정과 행동의 실제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몸짓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면 특정한 상황 맥락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적절한 몸짓 언어가 무엇이고 또 해서는 안 될 것에는 어떤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인류가 최초로 몸짓 언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시작한 시기는 언제였을까? 학자들은 언어가 발생한 시기를 대략 10만 년에서 5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언어를 몰라도 우리는 다양한 손짓과 표정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비언어적 기술인 몸짓 언어는 언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인간과 침팬지 등 영장류의 원시 조상이 살던 6천만 년 전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다른 동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장류의 원시 조상도 먹이를 얻고 사랑을 나눌 짝을 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몸짓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조상’이라는 개념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직립보행’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직립보행은 손을 자유롭게 하고, 도구 사용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뇌의 크기와 기능 발달을 촉진했다. 인간이라는 지구상의 가장 지배적인 ‘종’을 만든 가장 중요한 계기가 바로 ‘직립보행’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구사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몸짓 언어는 직립보행 이후에 형성된 것으라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서서 걷고 생활했던 인류의 조상이 두 팔과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일종의 문화적 관습으로 자연스럽게 몸짓 언어를 체현을 것이라 보면 무리가 없을 듯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시기에 가닿으려면 족히 6백만 년 전에서 4백만 년 전까지는 되짚어 가야 한다. 몸짓 언어는 구술 언어와 비교할 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몸짓 언어와 구술 또는 문자 언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대개 구술·문자 언어를 다룰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 단어 선택과 표현의 수위를 상황 맥락에 맞게 조절한다.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는 문법 규칙과 사회 규범, 윤리적 맥락에 어긋남이 없는지 신중하게 살펴본다. 그래서 말할 수 없이 기쁘거나 슬프고 화가 날 때처럼 감정 조절이 안 될 때를 제외하면 말을 하든 글을 쓰던 언어는 우리 의식에 의해 통제되어 순화되고 정리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다.


몸짓 언어는 의식적으로 통제되는 구술·문자 언어와는 다르다. 몸짓 언어는 마치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인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수백 년을 거치는 오랜 세월 인간의 몸과 마음에 각인된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 반응해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손짓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만큼 잘못된 몸짓을 의식하고 즉시 바로 잡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 된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몸짓 언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글이나 말처럼 배우고 익혀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노력하여 

더 나은 표정과 행동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이제 몇 가지 몸짓 언어의 예를 살펴보자. 남녀가 사랑할 때 나타나는 표정과 행동을 보자.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의 몸짓 언어에 그처럼 다양한 표현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라도 놀라게 될 것이다. 여기서 제시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몸짓 언어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낸 바 있는 앨런 피즈와 바라라 피즈 부부가 쓴 책(권춘오·우정희 옮김. 2013. ‘그 여자 그 남자의 보디 랭귀지.’ 이상북스)은 

서로 마주보고 걸어오는 두 남녀의 생리변화에 관한 실험을 소개한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이성을 발견했을 때 사람의 몸은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남녀 모두 우선 힘을 주어 배를 안으로 집어넣는다. 남자는 턱을 내밀고 가슴을 펴서 자신감을 드러낸다. 여성 역시 몸을 세워 가슴을 강조하고 머리를 기울이며 손목을 드러낸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이러한 몸짓의 변화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남자가 턱을 내밀고 가슴을 펴는 동작은 자신의 능력과 지배성을 드러내는 몸짓이다. ‘나는 당신을 돌볼 능력이 충분한 사람입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은 가슴을 강조함으로서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고 머리를 숙여서 상대에 대한 호감과 순응을, 그리고 손목을 드러내서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음을 나타낸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이성 파트너로서 자신의 적합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몸짓은 시선이 마주칠 정도로 가까워질 때 정점에 이르렀다가 상대가 완전히 지나가면 본래 상태로 돌아간다. 남녀 모두 어깨는 쳐지고 배가 도로 불룩하게 튀어나온다.


남자와 여자 중에서 누가 더 많이 추파를 던질까? 사람들은 보통 남자가 추파를 던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로는 여자가 추파를 더 많이 던진다. 여자는 들키지 않고도 더 많은 추파를 보내지만, 남자는 한두 차례 던진 추파에도 덜미가 잡혀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남자에게는 좀 억울해 보이는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녀의 주변 시야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자의 주변 시야 각도는 180도로 남자보다 6배나 넓다. 또 망막에 원추세포가 많아서 색 분별력도 훨씬 더 뛰어나고 섬세하다. 그래서 여자는 들킬 염려 없이 상대방을 짧은 순간에 조목조목 아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반면에 남자는 시야가 좁은 탓에 어디를 훔쳐보든 쉽게 들통이 난다. 좁은 주변 시각 때문에 한눈을 팔다가 자주 들키는 게 남자인 탓에 사람들은 남자가 더 많이 추파를 던진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다만 남자는 안구가 커서 여자보다 먼 거리를 더 잘 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날 때 동공이 확대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처음 만난 상대방이 나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의 시선이 나에게 머무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상대가 나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호감이 가는 매력적인 이성을 만났을 때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평균 8.2초라고 한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보는 순간 매력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 4.5초 이내에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그런데 내가 호감을 느낀 상대의 시선이 짧게 머물렀다 떠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상황에서는 멀리 달아나는 상대의 시선을 붙잡아서 자신에게 되돌려 놓아야 한다. 상대의 시선이 나의 눈에 오래 머물수록 데이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한 실험에서 ‘데이트 상대가 한쪽 눈에 상처가 있다’고 거짓 정보를 주었는데, 상처를 찾기 위해 계속 눈을 주시한 데이트 커플은 그러한 정보가 없었던 커플보다 높은 친밀감을 나타냈다. 이 커플들의 두 번째 데이트 성공률은 200%에 이르렀다고 한다.


두 남녀가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주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 있다. 두 남녀의 몸과 두 발, 무릎의 방향을 보면 된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남녀는 몸과 두 발 혹은 무릎의 방향이 상대방이 있는 쪽을 향하게 된다. 만약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있다면 서로의 몸이 조금 앞으로 기운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라면 몸과 두 무릎은 이성이 있는 곳과는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된다. 몸과 두 발, 무릎의 방향은 ‘정교한 관심의 나침반’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관심이 없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커플은 상대의 몸짓을 따라하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서로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미러링(mirroring)이라고 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의 행동을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따라한다는 뜻이다. 내가 물을 마시면 상대도 잔을 든다. 상대가 두 손을 모으면 나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모아진다. 이렇게 무의식중에 서로의 동작을 따라하면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마음이 편안해지고 친밀감이 높아진다. 중요한 팁 하나 더! 상대방의 감정선에 호응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리고 수시로 미소를 짓거나 크게 웃어주는 것도 정서적 친밀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여자는 호감이 가는 사람을 보면 웃고 남자는 웃어주는 여자에게 호감을 느낀다. 결국 많이 웃는 커플이 더욱더 호감을 갖게 되고 친해진다는 말이다.

몸짓 언어에는 이처럼 사람의 얼굴 표정과 손짓, 몸이 향하는 방향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거리와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 거짓말할 때의 특정한 동작 등 무수히 많은 행동 기호들이 포함돼 있다. 또 특정한 몸짓 언어에는 그만한 나름의 생물학적·심리학적 근거들이 있게 마련이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게 몸짓 언어의 세계이다. ##


조영권 사진.png



조영권

전북대 강의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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