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78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5면 가짜 단독.png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다. 타살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각박한 사회에 매몰되어 아사(餓死)한 흔적도 없다. 이웃들에게 들은 고인의 미담이나 에피소드도 전무하다

변사의 사건을 사회 문제에 녹일 무엇도 없는 것이다. 병원으로 시신 안치도 끝난 상황이었다. 집 안은 출입 

금지구역으로 취재할 수조차 없다.

현장은 무()의 연속. 그러나 안에서 단독은 살아 숨 쉰다. 우리만이 취재한 까닭이다.

만선(滿船)을 기대한 어부의 심정이 이럴까.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만큼은 만선을 기대한 어부의 힘찬 출항과도 같았다. 하지만 뉴스거리가 될 만한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일순간, 기대는 허탈감으로 바뀐다. 잡고기를 싣고 귀항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단독은 여전히 살아 

있다. 만선의 깃발은 내리고, 거짓의 단독깃발을 단 채 방송국으로 향했다.

카메라를 움켜쥐었던 아귀힘은 온데간데없다.

 

단독.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기사는 기자에게 짜릿함과 명예를 선사한다. 누구보다 먼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뉴스를 보도한다는 것은 기자 본인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단독기사로 사회적 

파장과 변화를 이끈다면, 수많은 상()과 칭찬이 줄을 잇는다.

회사 차원에서도 단독은 큰 유혹이다. 단독 보도가 많은 방송국은 그만큼 취재력이 돋보인다. 더구나 지금은 

10개의 방송국이 데일리 종합 뉴스를 하는 시대다. 시청률 경쟁은 전쟁으로 바뀌었다. 방송국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다. 그중 가장 탁월한 무기가 바로 단독 보도이다. 단독이 주는 기대감은 시청자를 유혹하는 최적의 무기다. 새롭고 차별화된 상품을 파는 가게가 늘 붐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현재 방송국들이 하는 단독보도가 단독 같지 않은 단독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변사 사건을 단독 보도한다. 그래서 얻는 가치는? ‘변사한 부부가 금슬이 나쁘지 않았다.’ ‘이웃들과 무탈하게 지냈다.’ 이러한 정보가 '단독'을 달고 전할 뉴스 가치를 지녔는지 의문이다. 단순한 치정으로 애인을 칼로 찔렀다는 게 단독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실이 추가된 문장 하나가 예전에 보도되었던 열 문장과 섞여 단독기사로 변장하기도 한다. 수사를 받는 범죄자가 어떤 음식을 시켜 먹었는지, 그릇을 다 비웠는지가 단독기사의 주요 유형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편시대가 개막한 2012년 이후, 대한민국에 벌어진 방송국 모두의 문제다. 저마다 최고의 뉴스를 만든다고 자평했지만, ‘미디어의 양적 팽창이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스스로 증명한 꼴만 됐다. 터무니없는 단독 보도의 범람은 이러한 지탄의 선봉에 서 있다.


언론의 단독은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짜 단독'이 될 수 있다. 권력을 떨게 하거나, 부조리를 짚어내는 예리함으로 사회를 더욱 살기 좋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탄핵의 불을 지폈던 JTBC'최순실 태블릿 PC' 보도와 권력(청와대)이 민간 기업의 인사에 관여하려 

했다는 MBN'청와대 CJ 인사개입' 보도가 단독보도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이와 거리가 먼 단독 경쟁은 오히려 선정보도와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진실 추구보다 단순 사실에 입각한 시간 장사식 단독은 독단에 불과하다.

 

어부와 기자는 닮았다. 낚는 일이 본업이다. 어부는 물고기를 낚고, 기자는 국민의 신뢰를 낚아야 한다. 어부의 낚시는 지름길이 없다. 매번 그물을 정성스럽게 손질하며 간절히 출항을 기다린다. 정직하게 흘린 땀방울만이 고기를 낚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기자의 낚시도 비슷하다. 취재 시 요행을 바랐다면, 올곧은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정직하게 쓴 기사만이 국민의 신뢰를 낚을 수 있다.

어부에게 만선의 기회는 흔치 않다. 만선에 실패하더라도 어부는 다시 바다에 나가 정직하게 낚싯대를 드리운다. 만선을 위한 길은 오직 정직하게 수없이 반복되는 낚시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어부는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단독의 기회가 흔치 않다. ‘가짜단독이 아니고서야 '진짜단독'을 날마다 취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우직하게 때를 기다려야 한다. 현장에선 늘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심을 품어야 한다. 혹시 모를 단독의 기회는 

이러한 근면을 바탕으로 찾아 올 것이다. 오늘도 어부는 어김없이 만선을 위한 닻을 올린다. 우리 역시 카메라를 어깨 위에 올려 본다. 그렇게 어부와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배완호 사진.jpg


배완호 /MBN

 

 


  1.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오는 8월 15일은 72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문제로 동북아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핵무기 문제는 매우 난감한 정치·군사적 사안이기 때문에 아시아...
    Date2017.08.30 Views807
    Read More
  2.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777
    Read More
  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지난 5월 18일 일본에서 문희상 대통령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미래지향을 위해서 양국...
    Date2017.07.21 Views1162
    Read More
  4.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784
    Read More
  5.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다기능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 모바일 저널리즘은 스마트 폰 또는 태블릿을 사용하여 뉴스를 취재하고 전달하는 프로세스로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의 발전으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HD-ENG 카메라보다 더 화질이 좋은 4K UHD 영상을 촬영, 편집할 ...
    Date2017.07.21 Views913
    Read More
  6. 지상파 UHD 방송 현황

    지상파 UHD 방송 현황 이헌주/MBC기술연구소 지난 5월 31일부터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되었다.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기존 HD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인 음향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TV에 인터넷망을 연...
    Date2017.07.20 Views1705
    Read More
  7.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몸짓 언어의 세계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몸짓 언어의 세계 대학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주제는 ‘몸짓 언어(body language)’이다. 특정한 몸짓 언어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난다. 딴짓하던 학생들도 고개를 들고 ...
    Date2017.07.20 Views3581
    Read More
  8. <새 정부에 바란다>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김우철 /MBC -

    <새 정부에 바란다>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절망과 분노로 가득 찼던 땅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희망된 공간으로 바꾸어 달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드높습니다. 이중 사회적 소통의 근간이 되는 ...
    Date2017.06.06 Views925
    Read More
  9. <새 정부에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언론 개혁 과제

    <새 정부에 바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언론 개혁 과제 연일 계속되는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로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 중 하나는 바로 언론개혁이다. 촛불혁명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
    Date2017.06.06 Views769
    Read More
  10. <특별기고> 대통령선거와 카메라기자 - 이민규 교수 -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특별기고> 대통령선거와 카메라기자 19대 대통령선거는 조기 대선으로 짧아진 대선 기간 동안 ‘한명의 유력한 후보’에 대한 집중과 견제를 지속하며 선거 ‘흥행’을 위해 대항마를 조명하기에 분주한 선거보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당의 네가티브 발언에 ...
    Date2017.06.06 Views886
    Read More
  11. <특별기고> ‘보도되는 자의 권리’이자 ‘보도하는 자의 윤리’로서 ‘초상권’ -류종현 초빙교수 - 부산신문방송학과

    <특별기고> ‘보도되는 자의 권리’이자 ‘보도하는 자의 윤리’로서 ‘초상권’ 요즈음 지구촌 곳곳에서 ‘초상권’소송이 범람하고 있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시대의 도래와 함께 ‘초상권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역과 세대를 초월하여 ‘초상...
    Date2017.06.06 Views964
    Read More
  12.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한반도 위기설’을 선동하는 일본의 의도 최근 일본의 신문기사와 방송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한반도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 미사일과 핵 실험 가능성이라는 안보위기 와중에서 일본 언론이 예년과 비교해서 매우 적극적으로 ‘북풍’을 선동하는 ...
    Date2017.05.23 Views841
    Read More
  13. <특별기고> 콘텐츠 빠진 새로운 판짜기

    <특별기고> 콘텐츠 빠진 새로운 판짜기 지난 정부 출범의 화두는 ‘창조경제’였다. 결국 창조경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념정의조차 제시되지 못한 채 탄핵되어버린 느낌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장미대선 국면으로 급변한 현재는 창조경제...
    Date2017.05.23 Views740
    Read More
  14. 선거보도에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

    선거보도에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 대통령선거에 접어들면서 뉴스도 대결구도로 치열하게 보도되고 있다. 후보자간에 공방이 만만치 않은 속성과 승패를 결정하는 경쟁관계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파면 후에 치루는 ...
    Date2017.05.23 Views767
    Read More
  15. [조성광변리사의 시 론] 자유경제와 경제민주화

    [조성광변리사의 시 론] 자유경제와 경제민주화 우빠니샤드에서 말하는 인간 삶의 네 가지 목적은 다르마(dharma, 法), 아르타(artha, 富), 까마(kama, 樂), 목샤(moksa, 해탈)다. 다르마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재물과 쾌락의 추구는 정당하며, 최종적으로 해...
    Date2017.05.22 Views1003
    Read More
  16. No Image

    옥상의 카메라, 무엇을 찍고 있는가 -양재규(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홍보팀장)-

    옥상의 카메라, 무엇을 찍고 있는가 양재규(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홍보팀장)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일부 건물주들이 난데없는 임대업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탄핵 인용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옴에 따라 방송사 기자들이 몰려...
    Date2017.05.22 Views896
    Read More
  17. 거꾸로 가는 초상권 -류종현 / 부산대 초빙교수 전MBC 국장-

    거꾸로 가는 초상권 초상권이라 함은 사람이 자신의 초상에 대하여 갖는 인격적, 재산적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 함부로 촬영 또는 작성되지 아니하고,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복제되지 아니하며, 초상이 함부로 영리 목적에 이용되...
    Date2017.05.22 Views887
    Read More
  18. No Image

    <이신 변호사칼럼> 유언에 대하여(2)

    유언(遺言)에 대하여(2) 지난 지면에서는 유언제도의 취지와 유언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지면에서는 유언의 효력 및 유증(遺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민법 제1073조 제1...
    Date2015.11.21 Views1256
    Read More
  19. No Image

    <이신 변호사칼럼> 유언에 대하여(1)

    유언(遺言)에 대하여(1) 유언은 자유롭게 자신이 죽고 난 이후 자신의 재산에 대한 재산적 법률관계를 정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제도입니다. 이것은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하는 국가에서 피상속인의 최종적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민법 제1112...
    Date2015.09.05 Views1486
    Read More
  20. No Image

    <최강현 칼럼> 행복한 성(性)

    세월에 장사 없다 더니, 눈앞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계절의 변화가 아름답지 않은 이가 있다. 몸은 예전같이 않지만 마음은 그 옛날 교복 입던 시절이 눈에 아른 거린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한동안 창밖에 지는 나뭇잎을 보노라면 슬픔이 밀려...
    Date2015.09.03 Views1526
    Read More
  21. <최강현칼럼> 직장내 성추행, 성희롱 문제

    <직장내 성추행, 성희롱 문제> 지난해 잇따른 사회 지도층의 ‘성추행 갑질’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공공기관, 기업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다보면 강의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상담하는데 사건화 되지 않는 통계까지 포함한다면 직장내 ...
    Date2015.07.22 Views177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