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94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줌인>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유사 이래 이미지와 권력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지에 재현된 인물의 크기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졌고,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역시 아우라나, 구도, 혹은 원근법 등을 통해 이미지의 중심이 되는 곳에 지배적 주체들이 배치되었다. 로마와 비잔틴의 분리를 촉발했던 성상파괴(Iconoclasm) 역시 이미지의 재현과 그 제한에 대한 정치적 투쟁의 성격이 깃들어 있고 이미지 전쟁으로도 불리는 종교개혁과 프랑스혁명에서 사용된 팸플릿, 낙서, 회화 등에도 이미지의 정치적,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민과 다툼들이 녹아 있다. 이미지 생산의 대중화 시대를 열어준 사진은 정치와 이미지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해 주었다. 나폴레옹 3세와 링컨, 빅토리아 여왕 등 근대의 정치인들 조차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이미지를 활용했다.

이미지의 사용이 훨씬 빈번해진 현대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영상과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이미지들의 변형과 가공이 훨씬 쉬워졌고 그에 따라 이미지와 영상이 점점 더 회화적인 표현 수단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미국 공화당의 미디어 담당관이었던 탄타로스(Andrea Tantaros)는 후보자로 완벽했던 오바마(Obama) 이미지와는 달리, 공화당 후보인 팰린(Palin)은 리터칭을 하지 않은 불완전한 이미지들을 부각하였다며 해당 미디어의 보도가 편향적이란 논평을 냈다. 디지털 시대 이미지는 이제 이미지가 사실인가 아닌가 하는 고전적 논쟁을 넘어 그 자체가 현대 정치마케팅의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과 권력관계를 연구하는 카스텔(Castells) 교수는 정부가 유사 이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통제에 기초해서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항상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정부는 태생적으로 민감하다고 진단한다. 그의 말처럼 이미지가 정치의 핵심 요소가 된 영상 시대에 각 정부는 이미지의 자유로운 유통에 민감하다. 그리고 이미지의 영향력은 실제적이다. 일례로, 미국 병사들이 테러 용의자들을 장난처럼 고문하는 장면을 SNS에 업로드 한 아브 그라이브(Abu Graib) 수용소 사건 이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3/4 정도가 전쟁 개입은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보였다. 베트남 전에 의해서 확증되고, 로드니 킹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보여주듯, 이미지는 휘발성이 강하고 정치적 동원력이 있기에 그만큼 권력은 이미지의 생산과 유통에 민감하다.

최근 영상기자들은 현장에서 통제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입이 제한된 국제대회나 남북 이벤트뿐 아니라 일상적 취재의 공간에서도 영상기자들은 점점 더 통제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또 이런 추세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뉴욕대학교 리친(Ritchin)교수는 시리아의 가자지구 등 분쟁지역에서 영상기자들은 어떤 것을 촬영해야 하는지 미리 결정된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만 현장접근이 허가되는 상황을 비판했다. 이런 경향은 미디어로 인해 여론이 크게 좌우되던 베트남전 이후 계속되어 온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그넘 출신의 사진기자 필립 존스 그리피스(Philip Johns Griffiths)도 오늘날 현장의 포토저널리즘은 이미 예측 가능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작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언론사들이 선정적 사진들을 구걸하고 만들어서 내보내면서 독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동안, 정부가 언론사를 패스해서 시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경향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미지가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상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억은 불변의 기록(script)이라고 믿고 쉽지만 연구들의 기억은 특히 오래될수록 변형과 왜곡에 취약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영국 워릭대학교는 미국 선거캠페인에서 존 캐리(John Kerry)가 배우 제인폰다(Jane Fonda)와 반전집회에 참가한 가짜 사진을 뉴욕타임즈가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난 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실제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와 유사하게 2010년 미국 온라인매거진 슬레이트(Slate)는 진짜와 가짜로 뒤섞인 정치적 사건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기억을 하는 실험을 했는데, 절반 가까운 독자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을 실제로 기억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간 비슷한 연구들 역시 이미지는 상상력과 기억을 지배하고, 이는 정체성과 소속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 하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보는가를 정부가 결정한다는 점은 불편한 지점이다. 최근 기관들이 앞다투어 시행하는 기관 홍보와 뉴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한 직접 소통방식은 정보의 그릇된 전달을 막고 소통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프로파간다적인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위험한 뒷문 역시 열어 놓는다. 911 이후 미국 부시 정부가 이미지를 통해 존재하지 않았던 대량살상 무기의 시각화와 이슬람의 악마화, 그리고 이와 상반된 부시의 이미지 연출 정치는 결국, 이라크 공격에 대한 건강한 공론의 장을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권력과 이미지의 올바른 함수관계를 성찰할 기회를 준다.

매일 쏟아지는 이미지는 우리의 인지와 사회적 감성, 그리고 상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집단기억과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국가 권력이 점점 더 많이 행사를 연출하고,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는가를 통제하는 시대는 분쟁적이고 다원적인 의견의 다툼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적 원리와도 맞지 않는다. 정치 홍보와 광고 촬영장, 취재 현장, 그리고 현장에서 사실을 구부리는 영상기자, 허구의 영화 장르가 논픽션의 기록물처럼 사용되는 토양, 이미지의 가치를 성찰하지 못하는 미디어 교육 모두가 위험하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시민 모두 영상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필요하다.

 



김우철.jpg

김우철 / MBC


  1.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그리고 보는 것과 언어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형상과 언어라는 개념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
    Date2018.07.04 Views833
    Read More
  2.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줌인>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유사 이래 이미지와 권력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지에 재현된 인물의 크기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졌고,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역시 아우라나, 구도, 혹은 원근법 등을 통해 이미지의 중...
    Date2018.04.27 Views945
    Read More
  3.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그러했으며 뉴스전문 채널 YTN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MBC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상조직이 해체되는 시련을 겪었고 조직이...
    Date2018.04.27 Views758
    Read More
  4.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조용필 평양공연 제작기 3>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기립박수 공연시간이 30분 전으로 다가왔다. 무대 뒤 대기 석에서는 최종점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무대에 선 조용필이지만 오늘만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다 시 한번 순서를 확인하고 가볍게 몸을 ...
    Date2018.04.27 Views1380
    Read More
  5.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94
    Read More
  6.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1달러짜리 커피의 맛 2005년 8월 18일 오후 2시 55분, ‘조용필공연’ 선발대 69명이 드디어 평양 땅을 밟았다. 평양 순안비행장에는 이미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선발대는 서둘러 숙고인 고려호텔로 달...
    Date2018.04.05 Views663
    Read More
  7. 특별기고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국제정세 불안정의 이면에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기와 연관성이 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둘러싼...
    Date2018.03.15 Views766
    Read More
  8.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722
    Read More
  9.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795
    Read More
  10. 일곱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조용필 평양공연'

    “조용필 선생을 불러주시오!” 무더위가 한창이던 2004년 7월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연수 중 이었던 나는 베이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참사의 전화였다. 그가 힘이 센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왕(歌王) 조용필을 불러 달라니, 일단 ...
    Date2018.01.10 Views1521
    Read More
  11.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舊한말 조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대국 틈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1세기 현재에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다....
    Date2018.01.10 Views84746
    Read More
  12.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752
    Read More
  13. 특별기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해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
    Date2017.11.04 Views710
    Read More
  14. 한국 미디어가 주시해야 하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묻혀 한국 미디어가 의외로 무관심한 분야가 미국‧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이다. 통화전쟁은 실제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기 ...
    Date2017.11.04 Views663
    Read More
  15. 북한 개성 방문기

    개성9첩반상을 다시 받고 싶다.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할 때는 개성 송악산을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목동 SBS 본사 15층에서 북서쪽 지평선 위로 자세히 보면 송악산이 나타난다. 해발 488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사이 높은 장애물이 없고, 목동에서 직...
    Date2017.11.04 Views922
    Read More
  16. 필사는 창작의 왕도

    필사로 당대 최고 시인이 된 다산의 제자 황상 좋은 글을 베껴 써서 익히고 마음에 담는다는 ‘필사’의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점에서는 필사책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필사’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수백 권...
    Date2017.11.04 Views680
    Read More
  17. 수중 촬영에서 피사체를 쉽게 찍을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스쿠버라이프 김원국 강사입니다. 아! 여기서는 영화사 숨비 촬영감독 김원국입니다.~^^ 이번에 한국방송 카메라기자협회 TV뉴스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저 또한 좀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TV뉴스를 이끌어가는 여러분들과 함께 ...
    Date2017.11.04 Views606
    Read More
  18.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오는 8월 15일은 72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문제로 동북아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핵무기 문제는 매우 난감한 정치·군사적 사안이기 때문에 아시아...
    Date2017.08.30 Views665
    Read More
  19.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640
    Read More
  2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지난 5월 18일 일본에서 문희상 대통령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미래지향을 위해서 양국...
    Date2017.07.21 Views1027
    Read More
  21.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6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